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문미선은 분명 이런 빈곤층의 삶을 겪어봤을 것 같다. 겪어보지 않고서는 묘사하거나 그리기 힘든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빈곤은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폭력과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 굉장히 수치스러우면서 모든 사람들이 대략은 알고 있을 것 같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끔찍함의 절망을 알 수가 없다. 특히 빈곤은 그냥 가난하다와 결을 달리하는 말로써 당장 전기가 끊기고, 1000원이 없어 어디든 갈 수가 없고, 통신비가 없어 지원을 받으러 오라는 동사무소의 연락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은 마치 동굴 안에 곰이 살고 있는지 뻔히 알지만(나를 죽일 수도 있는) 너무 추워서 그 동굴 안으로 걸어들어가 끝에 걸쳐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배고픔은 수면욕만큼이나 강력한 욕구로써 약 3일 정도 굶게 되면 정신착란을 일으킬 수도 있고 심한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요즘은 비만이 문제 중의 문제라고 하는데 극심한 빈곤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패스트푸드라도 먹을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극단의 순간을 내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을 힘으로 살아가라고 하는데 매일 겪어야 하는 그 트라우마는 삶의 질을 현격하게 떨어뜨린다. 그리고 주변을 오염시킨다. 그러므로 깔끔한 죽음을 택하는 노인이 많은 것이다. 

문미선은 이러한 빈곤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을 숨기고 연금을 타가는 여자이야기다. 일본 '어느 가족 이야기'를 보는 듯한데 우리나라 실정이 잘 실렸다. 대리기사 준성의 이야기는 이렇게 착한 남자가 있나 싶은 조금 비현실적이지만 만약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 빈곤과 노인 환자 문제는 이제 우리나라의 큰 사회적 문제가 되어 사회 비용을 청구하게 될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노인들을 챙겨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 10대를 위한 글쓰기 기본기 창비만화도서관 9
이강룡 지음, 국민지 그림 / 창비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1, 중2 두 딸을 키우며 겪는 어려운 일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같은 한국어를 쓰면서 이렇게 의사소통이 안 될 수가 있나 싶을 때가 여러 번이다. 특히 그들의 언어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곰곰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국어교육을 전공하고(무려 박사학위까지 받았음) 초등교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글쓰기 지도에 관한 조언을 구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 이를테면 가정통신문 문구라든지 홈페이지 문구 등이 그렇다. 아주 간단한 글인데도 공식적인 글쓰기는 언제나 긴장되고 특히 교사라는 직업의 성격상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틀린다면 기본 소양의 문제로 귀결될 수도 있기에 늘 걱정이 앞선다. 이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시험을 보기 위한 맞춤법 공부를 했지 일상생활 속에서 활용하기 위한 문법 공부를 해 본 적이 없다. 
 
이 책은 시험을 위한 책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일상생활에서 기본기를 탄탄하게 하기 위한 소중한 책이다. 특히 2부 '올바른 표현을 골라서'는 우리 안의 혐오 표현이라든지 차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좋았다. 정말 시간이 없을 경우 1부라도 꼼꼼하게 읽어본다면 기본기 중에서도 기본기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되'와 '돼'는 헷갈린다. 입말과 글말의 차이를 우리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입말과 글말이 같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까지 있기에 더더욱 헷갈린다. 언어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핵심이자 목적이다. 제대로 알고 바르게 쓸 때 우리 글을 사용하는 이들끼리 오해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책을 보급형으로 만들어서 전체 초5,6학생들에게 배포했으면 한다. 그리고 줄글에 대한 가독력이 매우 약한 10대를 겨냥한 책이라서 만화형식으로 이끌어 나간 점이 인상적이었다. 줄글이면 좋았겠지만 문제는 아이들이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을 깨닫게 해 준 책이다. 
부디 이 책을 초고학년 담임교사와 중학교 저학년 국어 교사가 발견하고 감동하여 널리 알렸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형철 평론가의 탁월한 시선에 눈이 맑아지고 영혼에 한 줄기 바람이 분다. 아주 고요한 대나무 사이를 산책하다 일상으로 돌아온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닫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아저씨 1~2 세트 - 전2권 - 박해영 대본집 인생드라마 작품집 시리즈
박해영 지음 / 세계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해영 작가의 '나의 아저씨'와 '해방 일지'를 보고 나의 삶과 그 삶을 이루고 있는 시간과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살아가느라...... 나름 잘 살아가고 싶어서 발버둥치느라.....그래서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내가 나의 안부를 모르고 잘 살아왔다.


초라해보이기 싫어서...실패한 인생처럼 보이기 싫어서 아직은 진행중인 삶처럼 보이고 싶어서 계속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성취하고자 하고, 응원받고 싶었다. 마흔 둘이지만 아직 내 인생 끝난 것은 아니라고..그렇게 계속 누군가에게 말하면서 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청소년 시기가 찬란한 이유는 '그 무엇'도 아닌 존재이기 때문 아닐까...'그 무엇'이 되기위한 시간이기에..대체적으로 '그 무엇'은 우리가 꿈꾸는 아름답고 소중하고 귀한 것들이기에 그들의 시간이 눈 부신 것 아닌가...나는 나의 불쌍함과 애처로움이 삶의 경유지나 종착점이 아니라 잠시 스치는 정거장처럼 만들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하루하루 '그 무엇'을 갈망하고 노력한다. 


나는 누구에게도 내 삶을 자랑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에게도 내 삶을 자랑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무엇'이 없어도 괜찮은 삶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싶다. 

내가 나의 안부 정도 답할 수 있는 삶을 살아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치동 -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
조장훈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치동이라는 환상에 대하여


말로만 듣던 대치동의 역사와 현실과 미래를 모조리 알 수 있는 책!

우리나라 입시제도 역사를 낱낱이 분석하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현대사까지 읽어낼 수 있다. 

저자는 학원 강사가 아니라 인류학자로서 학문을 연구했어도 탁월한 성취를 이뤘을 것 같다. 얼마나 공부를 하고 싶었을까...라는 마음에 안타까워진다. 학원 강사가 아니라 공부를 했어야 할 사람인데.....


작은 중소도시에서 태어나 40년을 이 지역에서만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학부모다.

SKY에 들어가고 싶어서 공부를 매우 열심히 했지만 중소도시 고등학교 전교 10등이 서울 유수 고등학교 반10등보다도 떨어지는 실력이라는 것을 그 당시엔 알지 못했다. 전교 10등 정도니 어디든 괜찮은 대학에 들어가서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폼나게 살 수 있을거라 믿었다. (나의 믿음은 줄곧 나를 배신해왔고 그 시작은 바로 대입이 아니었나싶다)


다행히 현명한 선택 덕분에 공교육에 몸담고 하루하루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최소한 월급 받은 만큼은 해야지...적어도 세금 축내는 인간이라는 말은 듣지 않아야지...하고 출근한다. 나는 안다. 내가 꽤 잘 풀린 인생임을...물론 대기업 임원이나 의사, 판사, 변호사 등 전문직이 바라보면 하찮은 월급을 받으며 온종일 근로하는 노동자겠지만 그래도 교사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나쁘지 않은 직업으로 꼽힌다.


동료 교사들은 보면 한 때 공부를 너무 잘했었고, 그래서 SKY나 의대 정도는 거뜬히 갈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많다. 운이 안 좋았다고 믿기 보다는 중소도시에 살아서 정보가 부족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래서 자신의 자녀만큼은 서울 대치동에 보내 꼭 자신이 이루지 못한 신화를 이뤄보겠다고 두 주먹을 꼭 쥐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소감을 솔직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첫째, 나 지금이라도 두 딸을 대치동으로 보내야 하나?

첫째가 중2다. 수학을 좋아해서 국립거점대학교 영재교육원에 합격했다. 본인은 하기 싫어했는데 아무래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내가 억지로 원서를 넣었다. 본인이 하고 싶어했던 초6 둘째는 떨어지고 첫째는 간신히 붙었다. 

첫 날 영재수업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집에 왔다. 나는 후회했다. 조금 더 일찍 영재교육을 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그 영재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또다른 과외를 찾아야 할 판이었다. 주변 친구들은 다들 천재인데 자기만 바보같이 못 알아들어서 가기 싫다는 말을 듣고 나는 죄책감까지 느끼며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이 책은 이런 패턴의 늪에 빠지는 엄마들이 찾는 대치동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돼지엄마들이 대치동으로 계속 몰린다. 학원 강사들은 이 엄마들과 협업하며 다수의 '듣보잡' 학생을 상대로 막대한 수강료를 챙긴다. 대치동에 본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방에서는 성업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사기아닌가?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간단한데 자식 문제가 걸리니 온갖 죄책감과 조급함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탄탄해진다.


둘째, 이 분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을 것 같아. 학력 카르텔에 집입하고 싶어!

논술지도에서 컨설팅으로 전환했다는 작가는 뛰어난 분석과 막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학생에게 최적의 컨설팅을 해주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두 딸 손 잡고 가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에는 사교육 종사자로서 뭔가 정리하는 마음으로 쓴다고 하였는데 혹여 이 책이 광고성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것 때문에 마음을 놓는다. 사계절은 그런 목적을 가진 작가에게 곁은 주는 출판사는 아닌 듯 하다.


셋째, 돼지 엄마의 아픔은 거울을 보는 것 같다. 

대원족, 연어족, 대전족, 원정족이라는 대치동 구성원 분포 부분을 읽을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특히 대전족에 마음이 쓰였다. 악착같이 대원족이나 연어족 클라스에 진입하고 싶은 그 간절한 마음이 읽혔기 때문이다. 하우스 푸어이기에 삶의 질은 낮을 것이고, 외식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늘 돈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살아갈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너희들의 미래 때문에 우리가 이런 식의 삶을 감내하고 있다며 부채감을 불러 일으킬 것이고 그들 스스로는 헌신의 전형이 되어 삶의 의미를 선택한 가난에서 찾을 것이다. 이런 유년시절을 보낸 아이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는 아이로 자랄까? 대전족은 그들이 목표로 하는 물질적 삶을 누릴 수 있는 정서적 여유와 감사를 아는 아이를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넷째, 또 다른 이름의 대치동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대치동은 은마아파트와 동일어처럼 여겨진다. 정정당당하게 공부하거나 일을 해서 버는 돈의 개념보다는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정보를 독점하여 적게 일하고 공부하면서도 최상의 이득을 얻는 이속 밝은 이들의 전형처럼 여겨진다. 욕망이 이글거리는 그 한 가운데서 자신의 가장 찬란한 시절을 보낸 이름있는 스타 강사가 써 내려간 인류학적 기록에 대해 우리는 관심을 갖고 우리의 의견을 밝히는 일이 필요하다. 

또 다른 이름의 '대치동'은 계속 생길 것이다. 우리의 '대치동'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대치동이 존재하는 이유와 수많은 이들의 눈물과 한숨과 분노와 절망에 대해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치동을 없앨 순 없지만 대치동에 울타리는 만들 수 있기에...우리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나와 내 자녀에 대해 이야기해야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1-11-23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자 약력과 제목 보자마자 바로 찜이었는데, 멋진 리뷰를 만나 좋습니다!

pure725 2021-11-29 23:57   좋아요 1 | URL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꼭 한 번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