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라는 페이퍼를 만들어 가끔 일기라는 것을 쓰고 있긴 하지만 거긴 내가 불의의 사고로 죽을 경우를 대비해서 몇 자 중요한 일신상의 일들을 적어 놓는 공간일 뿐 정작 내 마음이나 생각의 흔적을 남겨 놓는 곳은 아니다.
나는 언제든 사람이 갑자기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참 속 편한 일이라고 믿고 있다.
준비없이 맞이하는 죽음이라니...그건 사람이 준비없이 태어나는 일과 닮아 있어서 가장 깔끔하고 삶다운 죽음같다고 여긴다.
내가 죽으면 몇 몇 사람들은 굉장히 슬퍼할 것이다. 일단 나의 피붙이 가족들...그들은 진심으로 나의 죽음을 애도할 것이다. 그 이외엔 글쎄...잠시 서글퍼하다가 나라는 존재를 까마득히 잊고 잘 살아가겠지. 나는 그것을 바란다.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되는 일은 죽고 나서도 참 부담스러울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엔 시간이 없어서 일기를 못써고, 대학생 땐 시간이 많았지만 거의 매일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냈기 때문에 일기를 쓰는 의미가 없었다. 취직하고 나서는 꽤 버라이어티한 몇 년을 보냈기 때문에 그 때 일기를 참 많이 썼는데 음...한 편의 소설로 엮어내도 무리가 없을만큼(막장 드라마임을 밝혀둔다) 파란만장한 신입생활을 보냈다. 일기는 내 숨통이었다. 그 때 글쓰기 실력이 많이 늘었다. 매일매일 말하는 대신 글을 썼으니까....
더러운 사랑, 무책임한 사랑, 순수한 사랑의 끝을 목도했던 것도 그 때였다. 그 이후로 나는 사랑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심정으로 살았었다.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삶을 비루하게 만드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일기는 뭐랄까 제대로 살고 싶은 의지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인 듯 하다.
내가 요즘들어 다시 일기를 쓰고 싶어지는 이유는?
음...내가 다시 제대로 살고 싶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내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