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스님의 책은 쭉 읽는 것보다 매일매일묵상하듯 조금씩 읽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책마다 독서방법이 다르다. 소심해서 그렇습니다 역시 한 호흡으로 읽는 것보다는 매일 한 두 쪽씩 읽는 것이 좋은 책이다. 그만큼 깊다. 작가는 살아오면서 많은 기회들을 놓친 듯 하다.상당히 역량있는 사람인데 본인이 해야할 역할들이 있기에 그 역할을 나몰라라 할 성격도 아니면서 그냥 같이 병행했을수도 있었을 그런 좋은 기회들을 놓친 것 같다. 대놓고 후회하진 않지만 책의 전반에 흐르는 기운이 '하자하자' 분위기 보다 '됐다됏다' 분위기다. 뭔진 모르겠지만 뭐가 되긴 된 기분이다. 그런데 그 면면이 작가의 의도와는 상당히 다르게 진행되어 결과적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양상이 벌어진 듯....역량이 있다고 추청되는 그러나 여러 가지 걸리는 게 많아 일단은 돈 벌고 , 애 낳고, 밥 먹고 살아야 하는 수많은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작가의 삶도 나름 평안해 보인다. 소심하다고 해서 반드시 소심한 삶을 살아가란 법은 없다. 소심한 사람들 중에서 가장 덜 소심한 사람은 때론 대범하는 평을 들을 수 있으며, 우연찮게 지속적으로 이런 평을 듣던 사람들은 나중에 대범함을 타고난 이들보다 더 대범해질 수 있다. 나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로서 현장에 있으니 나는 더 좋다. 이들 사이에서 뭔가 열심히 하고 싶다.
정민 선생님은 다산의 상징(?)이다. 성실한 학자라는 의미다. 칸트의 성실함은 그를 인류 최고의 지성으로 만들어주었다.
스마트폰으로 본 영화다. 내가 본 영화 중 최신작이고 또 후기를 남기고 싶을 정도의 완성도는 있어 보이는 영화다. 신문방송학과 탑을 달리던 도라희(박보영 분)가 동명일보 연예부 부장 그러니까 데스크 하재관(정재영 분)을 만나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영화의 기본적 스토리 라인이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한 이유를 개조식으로 써볼까한다.1. 도라희를 도와준 여자 선배와의 관계 처리가 미흡했다. 고의적으로 골절 사고를 내면서까지 톱스타 우제한의 썸씽을 취재하고자 했던 그 여자 선배 대신 병실에 들어가 큰 거 하나 터뜨린 도라희는 결코 정의롭다거나 인간적인 기자가 아니다.2. 도라희와 연인 관계를 맺었던 남자 배우의 캐릭터 처리가 아쉽다. 개인 스튜디오를 내고 맨하탄에 일하러 다녀올 정도면 이건 금수저다. 도라희는 이런 남자의 타고난 복에 분노했어야 옳다.3. 톱 스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조심스럽지만 우제한은 톱스타가 지니고 있는 카리스마가 없었다. 극중 정유진이 연기를 잘 해줘서 그나마 그 파트가 살았다. 도대체 그 더러운 짓들을 해가며 그들이 얻는 성취감과 희열감이 무엇인지...일종의 마약 같은 것이 아닐까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왜곡되지 않은 순수한 언어로서(우주에 과연 그런 언어가 존재할까?)열정은 긍정적인 의미 기호다. 변화의 강력한 추진 동력이 된다. 급진적이든 점진적이든 진정성 있는 성찰이 동반된 열정은 삶의 질을 개선해준다. 열정이 이 시대에 이런 꼴로 전락하기까지 우울한 음영이 스토커처럼 따라다녔을 것이다. 누구 뒤를? 바로 아무것도 모르고 또 몰라도 되는 청춘들 뒤를!자본주의 체제가 인류의 마지막 사회경제 운용 방법으로 남게될 것인지 궁금해지는 밤이다. 그 밤에 나도 서 있다.
정민 선생님은 하버드 대학으로 안식년을 다녀오신 것 같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대학 교수가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어느정도 현실적인 면에서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대학 교수 중에서 하버드 대학으로 연구하러 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극소수에 해당하는 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정민 선생님은 미쳐야 미친다 라는 쉽지 않은 서적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이후에도 꾸준히 우리 출판 시장의 자랑이 될만한 서적을 출간하셨다(라고 나는 생각한다)이 책은 하버드에서 그가 발견한 책벌레의 흔적과 메모광의 흔적들에 대한 에세이다. 흥미롭고 아름다운 내용이 가득하다. 정민 선생님께서 하버드에 가셔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에만 매진하며 또 그 결과물을 책으로 엮어낼 수 있다는 확신하에 글을 써갈 수 있는 위치에 있으심이 부럽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런 위치에서 마음 편하게 자신의 학문에만 매진할 수 있는 그가 있음이 감사하다. 그가 없었다면 이러한 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한문 실력이 비루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정민 선생님의 한역 실력은 우리나라 최고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