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레 아주머니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28
그림형제 지음, 베르나데트 와츠 그림 / 보림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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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화에 푹 빠진 어른들이 참 많다. 그만큼 동화가 재미있다는 뜻. 특히 근래에 국내 동화작가이 만들어 내는 창작동화는 때로는 연극으로, 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나기 까지 하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책은 요즘의 이런 동화세상의 분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그야말로 고전적인 동화이다. 전형적인 이야기와 주인공과 주변인의 관계, 결말 등. 홀레 아주머니에서 사용된 것은 계모 모티브와 권선징악의 교훈이다.

계모와 친딸과 의붓딸의 전형적인 스토리에서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적당한 교훈을 주며 끝나는 결말에 달콤삽싸롬한 창작동화에 맛들여진 어른들이라면 "에이~시시하군"하면서 책사주는 것을 망서릴지도 모른다. 그렇다. 의붓딸은 손에 피가 맺히도록 열심히 일을 하다가 끝내는 한낱 실꾸리 하나 건지러 우물에 빠뜨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화 특유의 상상의 세계가 우물 속에 열려지고 성실함을 인정받은 딸은 화려한 보상을 받고 집에 돌아온다. 그것을 시기한 계모가 친딸을 억지로 우물에 빠뜨려 같은 행운을 얻기를 바란다. 그러나 게으런 딸은 온통 숯검댕이가 되어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더란다-하면서 이야기가 맺어진다.

성장기의 아이들에게는 이런 고전동화도 같이 읽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성실과 정의가 이기는 단순한 이야기에서 자라는 아이에게는 소중한 가치관으로 자리 잡힐테니까. 초등학교 취학전 어린이나, 1학년 아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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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수필읽기 1
윤영선 엮음 / 나라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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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실린 글들이 쉽게 읽혀 진다는 것이다. 평범한 중학생의 작품이건 유명한 작가들의 글이건 현학적이지 않고 평이한 문체로 씌여진 글들을 엮어 놓았다. 그리고 수필의 갈래이니만큼 주변에서 겪는 일을 소박하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는 글들이다. 그래서 책을 쥐면 자연스럽게 한 권을 읽어 낼 수 있는 것 같다.

엮은이 윤영선 선생님은 글이 쉬워야 한다는 것에서 나와 생각이 같은 것 같다. 책마다 서술하는 방법에 차이가 나고 용어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서적일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어렵게 쓸 수 밖에 없겠지만 생활문 같은 경우엔 소박한 언어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사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여러가지 낱말 중에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는 것은 작가의 몫이다. 나의 기준은 좀 더 쉽고 자연스러운 것에 비중을 두는 편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먼저 학생들의 글을 보면 꾸밈살없이 솔직하게 쓴 것이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백일장에서 상 좀 받아본 학생들 중에는 가끔 어른들의 글을 흉내내거나 너무 어려운 문장을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글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것이기는 하지만 내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자신도 익숙치 않은 어려운 낱말과 문장을 구사하는 것은 글 쓰는 이유를 모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동서고전수필과 우리나라 문단의 유명한 작가들의 글, 사회 각 계층의 전문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글 등도 고루 실려 있다. 엮은이는 학생들에게 수필은 이런거다하면서 맛뵈기를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책을 덮을 때면 엮은이의 의도대로 수필은 말그대로 붓가는대로 쓰는 글이란 걸 느끼고 "나도 한 번 써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책의 본전은 남긴은 것이다. 붓가는대로 쓰는 글이라고 해서 마구 쓰거나 얕게 쓰도 된다는 말이 아니란 건 이 책을 제대로 읽은 독자라면 알 것이다.

중학생에게 권장할 만한 무난한 책이다.  3년만에 무려 24쇄를 펴냈는데 이는  어느 도에서 행하는 독서경시대회 필독서였다고 한다. 책 고를 때 재판수를 보고 고른다면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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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 2단계 문지아이들 8
수지 모건스턴 지음, 김예령 옮김, 미레유 달랑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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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선생님이란 낱말을 아이들은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일까? 예전에 난, 초등학생 일적에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중학교 다닐 적에는 중학교선생님이, 대학 신입생 때는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한 적이 있다. 그 숱한 장래희망 중에 '선생님'이 되고싶은 마음은 늘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을 만나 물어보면 선생님이 되고싶다는 아이는 드문 것 같다. 요즘 세대의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선생님의 의미는 그만큼 퇴색했다는 뜻일 것이다. 학교선생님 외에도 학원선생님들, 학습지 선생님까지. 그들 주변에 선생님이 너무 많이 존재하는 것이 그 원인일까 싶다.

아이에게 선생님이 많이 있다는 건-그만큼 강요를 많이 당한다는 말과도 통할 것 같다. 선생님들은 언제나 가르치고 외우게 하고 시험을 내는 존재이니까. 지식이나 능력은 향상될지라도 아이들 마음은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셈이다.

"학교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조커"이 책에 등장하는 노엘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나는 한동안 흥분상태에 있었다. 내 수업에 대해 조금씩 탄력을 잃어가는게 아닐까하며 전전긍긍하던 차에 이 책을 봤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전해 주고 싶었고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수업안을 요모조모 짜며 발버둥을 치는 나에게 노엘선생님은 멋진 한 수를 가르쳐 주신 것이다.

새학기라면 으례히 몸까지 굳어질 정도로 아이들은 긴장한다. "올 한 해에는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까? 호랑이처럼 무섭지 않고, 덜 때리고 깐깐하지 않았으면....."새 교실, 새 친구, 새 책 등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에 잔뜩 위축되어 있을 때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면 그 해는 정말 운이 좋은 거다. 노엘선생님을 담임으로 만난 것은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큰 행운에 속할 것이다. 선생님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선물을 주는 사람이라고 자기를 소개한다. 프랑스에서는 산타를 노엘이라고 한다지 아마.

선생님이 주신 선물은 조커 카드이다. 그리고 이 조커카드는 특별한 카드이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방학기간을 연장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벌을 받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등등 이다.  얼마나 기막힌 카드인가? 어른이 되면 자신의 학창시절은 몽땅 잊고 마는지 아이들에게 언제나 모범적인 것만 강요하지만 바르고 모범생다운 행동만 하고 살 수 없는 것이 아이들이다. 이런 학생의 속내를 잘 보듬어 주는 카드이다. .

조커카드를 통해 노엘선생은 아이들에게 인생을 가르친다. 삶은 성실하게 묵묵하게 열심히 살아도 가끔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온다는 걸 알게 한다. 마치 푸쉬킨의 싯귀처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내가 열심히 산다고해서 늘 형통하기만 할 만큼 인생은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란 걸 나도 동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마냥 슬퍼하고 노할 것이 아니라 이럴 때야 말로 조커카드를 쓰야할 때이다. 분명히 어제 숙제를 했는데 안 갖고 와서 혼나야 할 때는 "숙제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 쓰는 조커"를 쓰야하는 것이다.

인생에는 항상 조커가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은 때가 있음" 알려줄 때는 엄숙한 그의 목소리를 듣는 듯 했다. 책을 읽는 조커, 운동하는 조커,  사랑하는 조커, 결정을 내리는 조커 등.....우리 인생에는 많은 조커들이 있고 그 조커들은 항상 제 때에 쓰야함을 일깨워 준다.

노엘선생님의 인생이 아이들에게 본이 될만큼 또는 부러워할 만큼 행복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에게 진지한 것을 가르쳐주신 멋진 선생님이다. 그의 삶을 인정하지 못하는 교장선생님같은 존재는 우리 삶에 항상 존재한다. 내 수업의 교장선생님은 "꽉막힌 학부모"일 때가 가끔있다. 좀 더 창의적이 수업을 할라치면 "아이들을 좀 더 엄하게 다뤄 달라"는 요구를 할 때가 있었다. 주 1회의 비싼 수업료를 생각하면 일사천리로 강의를 해 주길 바라는 모양이다. 아이들의 어눌한 발표나 활기찬 웃음이 시간을 허비하는 걸로 보이는가보다. 주입식으로 지식을 넣기 보다는 아이들이 깨닫는 수업을, 또 공부를 즐겁게 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일텐데........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외면당한 노엘선생님에게 주는 아이들의 선물이 아름다운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행복하고 명예로운 은퇴생활을 위한 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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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살리기 땅 살리기
조셉 젠킨스 지음, 이재성 옮김 / 녹색평론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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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Well-being"이니 "웰빙족"이니 하는 말이 이슈가 되고 있다. 웰빙이란, 말 그대로 건강한 인생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물질이나 명예를 쫓아가기보다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하는 균형 있는 삶을 추구하는데 그들이 식생활에서 유기농식 재료를 사용한 음식만을 선호하는 것이 눈에 띈다. "잘 먹고 잘 살자"라는 구호 속에는 어떤 먹거리를 먹느냐가 그만큼 비중을 차지하리라 본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건강한 먹거리, 즉 유기농식 식품이 마땅할 것이다. 유기농식 식품은 유기농법 농사에서 생산되며 유기농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퇴비이다. 조셉 젠킨스(Joseph Jenkins)의 『똥 살리기 땅 살리기』는 퇴비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나와있다.


이 책에서 저자 조셉 젠킨스는 단순히 퇴비를 만드는 방법만을 나열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저자는 가족의 인분을 퇴비로 만들고 그 퇴비로 자신들의 먹거리로 만드는 일을 20여 년 간(1977년부터) 몸소 실천한 사람으로서 인분-똥에 대하여 내면의 성실한 철학을 내비치었다. 똥에 대한 진실하고도 성실한 태도 그리고 확고한 믿음. 이것이 이 책이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과학서적이지만 먹고 배설하기를 멈출 수 없는 사람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과 "똥"이 더 이상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영양분으로 다시 우리의 입으로 돌아오는 자연순환계를 인식하게 하는 철학적인 사고도 포함되어있다.


이 책의 원제『인분 핸드북(The Humanure Handbook)』은 1998년 펜실베니아 환경상을 수상경력에서 보듯이 환경을 배려하였으며, 똥을 생태 순환에 유지시켜야 한다는 새로운 인식을 서구인들(현대인들)에게 심어주었다. 아울러 똥을 퇴비로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각종 자료들과 함께 제시하였다.


몇 해 전 새 천년이 시작되기 직전 전세계가 "Y2K" 시나리오로 인해 불안감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 이는 컴퓨터 설계의 결함 때문에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하여 체계가 붕괴되어 여러 가지 재난이 일어날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2004년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그런 불안감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고 다시 무디어져 재난을 간과한다면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요행만 바랄 것이 아니라 재난을 대비해야 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본서에서 저자는 재판(再版)을 위한 집필 도중에 Y2K를 겨냥한 "지역별재난대비책 편람"을 작성하는 사람으로부터 재난 시의 오수처리 문제로 자문을 구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식품, 연료, 전기 등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임시대책은 세웠지만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오수처리라고 그들은 말하였다. 전기와 물에 의존하는 수세식 화장실의 시스템은 재난 시에는 무용지물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변기를 씻어낸 물과 함께 똥이 처리되는 현재의 시설-폐수처리 과정은 엄청난 위험물이 되고 만다. 처리되지 못한 상태로 방출되어 전염병이 창궐하는 비극적인 사태는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이러한 고질적인 오수문제에 대해 조셉 젠킨스의 답변은 너무나 간결하였고 희망적이었다. 20리터짜리 들통 두 개와 톱밥 한 포대만 있으면 한 사람이 2주일간 사용할 임시변소를 만들 수 있다는 대답을 한 것이다.(11면에서)
톱밥을 이용한 들통이 화장실을 대용하는 임시화장실의 역할 뿐 아니라 소중한 자원으로 보는 그의 견해는 무척 건설적이다. 똥을 역겨운 폐기물로만 여기는 사람들에게 자원으로 재순환시키는 방법을 찬찬히 설명하는 그의 태도는 자못 진지하다.


먼저 그는 파괴적이고 어리석은 인간의 생활행태에 대해 비판을 가하였다. 지구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간주하였을 때 인간은 지구의 건강과 안녕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마구잡이로 소비하고 해로운 폐기물을 방출하는 병원성 생물과도 닮았다고 분개하였다.(15면에서) 나날이 늘어가는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인한 이기적인 소비의 가중으로 지구온난화현상, 심각한 오염, 삼림의 소실, 타 생물종의 멸종 등과 같은 안타까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환경파괴는 곧바로 인간에게 보복으로 돌아온다. 암과 각종 질병으로 시달리며 고갈되고 오염된 자원으로 더 이상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인분을 퇴비로 이용하는 것은 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적합한 방법이다. 자연계에서 폐기물이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하여 사람의 소화작용에 의해 생기는 부산물인 똥과 오줌을 가치있는 자원으로 사용하여야겠다. 자연계는 1)농산물 생산, 2)식품소비, 3)사용되지 않는 유기물질(분뇨, 오줌, 음식찌꺼기, 농산폐기물)의 수집과 처리, 4)처리된 유기물을 흙으로 돌려줌으로써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더 많은 식품생산-이라는 영양 순환계가 끊임없이 순환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본서에서는 인분을 이용한 퇴비의 필요성을 강조한 후, 독자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퇴비 만드는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있는데 우선 성공적인 퇴비화를 위한 네 가지 조건을 알려준다. 퇴비는 적당한 수분과 산소가 필요하며 탄소와 질소의 비율이 조화로워야 하며 분해를 일으키는 미생물이 필요하다. 문자적으로 보기엔 이러한 조건들을 갖추는 것이 어려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퇴비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적정한 수분과 산소, 탄소 질소의 비율은 화학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까다로운 절차가 아니고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강우량에 의존하거나 집안 허드렛물을 조금 부어주면 되고 풀묶음이나 건초, 볏짚, 나뭇잎, 쓰레기 같은 탄소원 재료에 질소원 인분을 섞어 쌓아두기만 하면 된다. 미생물은 적정한 온도에서 활동을 하는데 겨울엔 퇴비더미가 꽁꽁 얼어 있다가 봄이 되어 날씨가 풀리면 다시 미생물이 활동을 한다니 신기하다. 미생물에 대해 신기한 점은 또 있다. 인분 1g에는 1조에 이르는 세균이 있다고 추정하는데 이는 찻숟가락 하나에 지구상 총 인구의 166배에 달하는 숫자의 미생물이 들어있다고 한다.(71면에서) 지극히 작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사람은 자연에 대해 좀 더 겸손해야 함을 느끼게 한다.


인분을 퇴비로 만드는 것은 겸손의 실천이라고 하였다. "흙을 뜻하는 라틴어 부식토(humus)라는 말을 보면 진정한 겸손이란 진실을 추구하는 자들에게 근거하고 있음이다."라고 에드워드 헤이즈가 『지구 순례자의 기도』라는 저서에서 말하였다. 겸손(humble)이라는 말이 퇴비(humus)라는 말과 함께 대지(humus)라는 말에 어원을 두는 것을 보면 수긍이 간다. 인간이란 낱말-human도 이 단어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똥을 퇴비로 만드는 행위는 건강한 유기농 채소를 생산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 이상의 가치 있는 일이다. 자신의 배설물을 재순환시킬 만큼 대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생태계와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겸손한 사람이라는 저자의 가치관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깃든 그의 저서가 사회과학이나 과학기술 계열의 딱딱한 서적으로만 진열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똥을 처리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사례를 들어 제시하였다. 똥을 하찮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기피하는 서구인들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농사에 똥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던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서구인들의 문화가 진보적이고 우월하며 그들의 생활도 위생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더 스탠리 박사의 보고를 빌어 동양과 서양의 위생상태를 평가하는 방법을 예로 들고 있는데 수명이 긴 나라를 위생이 우수하다고 말 할 때 중세의 중국은 영국에 비해 훨씬 우월하다고 말하고 있다(111면에서). 이는 똥을 마실 물에 내다 버리는 서구의 생활보다는 퇴비화하여 재순환시키는 중국이 더 위생적이란 말이다.


한국전에 참전하였던 저자가 외국인의 관점에서 한국인의 뒷간풍속이 기이하였다고 표현하였다. 한국인들은 행인들이 자신의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도록 화장실을 꾸민다는 것이다. 이는 남의 똥이라도 아주 소중한 자원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그러하다. 예전에는 밤마실 갔던 여인들이 남의 집에서 변을 보지 않고 참고 자기 집에 와서 변을 볼만큼 변은 농경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소중한 가치로 인정받았던 것이다.


그 외에도 멕시코의 생물분해기와 옛날식 옥외 변소, 건조시키기, 생 분뇨를 그대로 이용하기, 옥외 화장실을 돼지우리와 연결시키는 방법 등이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인분 속에 포함된 기생충과 병원균이다. 기생충알과 병원균은 인분을 퇴비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 공포증으로 대두되는데 저자는 해결방법을 알고 있다. 인분을 퇴비더미에서 1년간 숙성시키면 기생충알을 포함한 모든 병원균들은 사멸된다는 것이다. (152면에서)


책 뒷부분에는 퇴비의 재료인 똥을 수집하는 들통변기와 퇴비실의 제작방법을 다루고 있다. 그림과 사진을 삽입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퇴비화 변기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인분퇴비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저자의 노력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내가 물 주전자에 담긴 물에 오줌을 눈 다음 목마를 때 그것을 마시면 사람들은 돌았다고 말하겠지."라고 웬델 베리가 말하였다. 수세식변기를 사용하는 오늘날의 우리들은 모두 자신이 마실 물에 똥오줌을 누는 망령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책에 실린 변기의 배수구가 식수 수도 파이프로 연결된 삽화(129면에서)를 보면서 조셉 젠킨스가 말하는 자연순환계를 더욱 깊이 동의하게 되었다. 똥을 살리는 것이 땅을 살리는 길이고, 땅이 살면 땅의 소산물이 건강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건강한 먹거리는 우리에게 건강한 삶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분뇨를 위생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하고 물을 절약하며, 에너지 소비와 관리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똥을 농업용으로 재순환시키는 퇴비화 변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이와 같은 퇴비화 변기를 사용하면 에너지가 절약되고 자연을 살아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지구를 보호하는 길이며 겸손하게 생태계와 공존하려는 인간의 지혜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인분을 퇴비화하는 지식과 기술도 배웠지만, 똥에 대해 친근감을 가지게 된 것도 수확이었다. 속히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퇴비화 뒷간을 사용하고 싶다는 바램도 생겼다. 그리고 변기의 물을 내릴 때 전에 없던 부끄러움과 찔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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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4-08-12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2년 아이들과 이 책을 지난 환경의 달에 함께 공부하였다. 처음엔 "똥"이란 말 자체를 입에 담기를 꺼리던 아이들이 나중엔 간식을 먹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똥에 대해 토의를 할 만큼 똥과 친숙해 졌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똥이 더럽다는 생각을 버리게 된다.
 
자네, 정말 그 길을 가려나
김남준 지음 / 두란노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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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의 수련회 기간 중 읽은 책이다. 김남준 목사님의 칼날같이 예리한 지성과 읽기 수월한 문체로 독자를 사로잡는 책 중의 하나였다. 특히 이 책은 신학교에 입문하려는 자들을 위한 지침서로서 목회자로 사명을 가진 사람은 자신을 점검하는 책으로 손색이 없다. 물론 나같이 신학도가 아닌 사람도 읽을 수 있지만.

한 사람의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의 신학 공부를 하게 되어있다. 일반대학, 또는 신학교 4년, 신학대학원 3년, 그리고 강도사고시.....등. 신학공부를 하는 동안 선지동산에서의 여러가지 교육도 중요한 것이지만 공부를 하는 동안 수반되는 환경적인 요소들도 목회자를 만드는 수련의 도구이다. 어느 신학생이건 대개가 궁핍함을 체험한다. 빈곤한 삶은 사람의 마음을 쪼들리게 하고 위축되게 한다. 실제로 내가 아는 한 전도사님은 생활고를 못 이겨 신학대학원을 포기하면서 아예 평신도의 삶을 사는 분도 있다.[물론 이 분이 목회자로 하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입은 자라면 언젠가 되돌아가야겠지만....]보통 사람들이 별 감사없이 당연히 먹어 치우는 삼시 세끼의 밥도 신학생 공부를 하면서는 매 끼니마다 하나님이 채워 주시길 기도하는 경우도 많다. 가난의 터널을 통과할 때 좀 더 겸손해지고 가난한 자들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난의 훈련은 여러가지 유익을 위해 하나님이 신학생을 위해 마련한 훈련 코스인 것이다.

건강과 순결, 성경과 학문적인 지식, 삶에서 드러나는 인격, 사랑과 열정, 영적인 능력 등 많은 항목들을 준비하며 하나님께서 쓰시기에 합당한 자의 모습을 갖춰라고 세세히 설명되고 있다. 이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귀절은 신학공부를 하며 신앙과 인격의 수련을 부단히 한다 할 지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자신을 인정하면서 하는 말 "제가 하나님 보시기엔  도무지 만족함이 없을 지라도 저는 하나님 한 분 만으로 정말로 만족합니다"라는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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