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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 35선
현진건 외 지음 / 타임기획 / 1993년 5월
평점 :
절판
책 표지에 "꼭 읽어야 할"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는 책 치고 재미있는 책 없다. 게다가 꼭 읽기는 커녕 외면해 버리고 싶은 묘한 반발심도 생긴다. '이 좋은 내용에 다른 제목은 없을까?'하며 엮은이 이병렬씨가 지은 책제목이 탐탁치 않아 나는 몇 번이나 제목을 뜯어 고쳤다-말았다를 했다. 그러나, 수능과 논술을 대비하여 책을 찾는 학생들에게 가장 쉽게 눈에 띌 수 있는 제목으로는 지금 그대로 두는 게 제일 나은 것 같다.
7차교육개정 이후(앞으로 8차,9차...계속 바뀐다 할지라도) 논술을 포함한 전반적인 교육 체계에 '독서'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그 가운데서 한국근대(현대)단편소설은 반드시 독파하고 넘어 가야할 과제이다. 근대문학이 태동하던 1920년 이후 광복 직후까지의 문학은 우리나라 문학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주 중요한 소산이다.
입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나는 근래 발간되는 책 중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책들을 많이 본다. 그것은 입시생들을 겨냥한 책의 줄거리를 소개한 책들을 쏟아져 나온다는 점이다. 줄거리, 요점, 작품해설, 감상포인트까지 너무나 잘 차려진 밥상같은 책이 있다. 학생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기 위해 작품은 읽지도 않고 줄거리 등을 공식같이 외우는 꼴이다. 그렇게 공부한 학생의 결과가 어떠할런지는 명약관화이다. 그러나 입시생에게 필독 도서만 해도 500~600권이나 되는 방대한 양을 모든 학생이 모범적으로 다 읽기를 기대할 순 없다. 다 읽으면 좋겠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요약본을 읽어도 될 책도 있다. 그러나 첫 부분에도 언급했지만 '한국근대(현대)단편소설'만큼은 반드시 필독해야할 책들이다.
반드시 읽어야 할 한국근대(현대)단편 중에서 최소한 이것만큼은 꼭 읽어야 한다고 35권 추린 것이 이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좋은 책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너무나 중요한 최소한의 작품들만을 수록한 점이고, 또 그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도록 전문을 실었다는 점이다. 35편의 전문이 다 실리다보니 이 책의 두께는 엄청나다. 800쪽이나 된다. 보통 책의 2~3배가 넘는다.(그럼에도 책값은 저렴하다 정가12000원,아마도 학생들을 겨냥해서 저렴하게 만든 것 같다) 작품 뒤에 실린 작가의 연보는 작품의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
책이 매우 두껍긴 하지만, 단편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 입시를 대비하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일반 기성세대들에게도 아주 좋은 책일 것이다. 예전에 교과서에서 단면들만 만났거나, 제목만 귀에 익은 사람들이라면 교양을 쌓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기를 권한다. 혹독한 논술과 수능의 관문을 만나기 이전의 세대들이라면 문학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이런 단편들의 전문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수두룩하였다. 작품의 맛을 음미하며 당대의 시대적 배경과 민중의식 등이 문학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음을 보는 눈이 길러 질 것이다. 그리고 이젠 고어처럼 느껴지는 고유의 문체, 어투, 문화적 용어, 방언 등을 짚어 보면 아주 재미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2005. 1. 15. 박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