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꼭 다시 올게 - 하늘만큼 땅만큼 5
김용택 지음, 황미야 그림 / 미세기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가을이 오면 유난히 그림책에 손이 간다. 그림이 멋진 그림책을 고르라면 이 책을 빠트릴 수 없다. 화가 황미야님은 그림실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정성을 다 쏟아 부었던 것 같다. 작가가 글을 쓴 곳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며 샅샅이 탐사를 먼저 했다고 하니까 보통 정성이 아니다. 그리고 한지에 황토를 바른 다음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그림의 질감이 거칠거칠한 이유가 그것 때문인가 보다. 

297*210mm (A4)의 넓은 지면 때문에 그림이 크게 차지하기도 하겠지만 원근감을 잘 살린 구도와 때문에 책 속에 넓은 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청둥오리가 물 위에 뜬 채 물 속을 들여다 보는 장면이 있다. 이 때  원경으로 오리의 물 속에 들어온 머리가 보이고 가운데로 각시 붕어와 피라미가 떼지어 지나간다. 근경에 조개와 다슬기와 물풀을 크게 그려 놓았는데 이 그림을 보노라면 넓고도 맑은 강 속에 들어 앉아 있는 느낌이 든다. 토속적인 글의 내용과 잘 어울려 글맛을 살려 주는 그림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했지만 김용택님의 주옥같은 글솜씨가 역시 진가를 발휘하는 책이다. 책표지 안쪽에 <아이들아, 이 세상에 동무 아닌 것은 하나도 없단다>라고 쓴 친필 쪽지를 처음 대할 때 뿌터 가슴이 설레이었다. 성실하고도 자상한 교사로서의 작가의 세계관이 이 책에서도 드러남을 볼 수 있다. 청둥오리 [청동이]와 집오리[흰동이]이의 우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숭고한 메시지를 전해 준다. 오리들이 깃털 색은 달라도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이 사람도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를 지라도 차별하지 말아야 함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을 것이다.

철이 바뀌어 떠나는 청동이가  마지막으로 "내년에 꼭 다시 올게"라고 인삿말을 남겼다.  하늘을 쳐다보는 흰동이들은 그 약속을 굳게 믿었을 것이다. 기다리는 오리와 떠나는 오리의 애틋함을 책의 마지막 장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파랗게 하늘이 텅 비었습니다'라고.  아름다운 섬진강가 마암분교에서 몇 안 되는 시골 어린이들과 생활하는 김용택님이 더욱 좋아지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나에겐 섬진강이 아름다운 강으로 각인되어 꼭 가고싶은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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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리 2004-10-04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이 좋아질 것 같네요.

진주 2005-09-0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