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도 자산이라고 했던가요? 하지만 저는 제 삶의 모토이자 기도제목이 '꾸어줄지언정 꾸이지 않는다'예요. 그래서 신혼 때부터 부모님한테 한 푼도 빚지지 않고 삭월세로 시작했고 imf 위기 때도 그 소신으로 버텼으며 남편 뒷바라지라든가 궁핍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다행히 남의 돈 빌리지 않고 지내왔지요. 이번에도 손실을 메꾸기 위해 살고 있던 집을 처분한다고 지난 번에 흘린 적 있는데 관심 있으신 분은 아시지요? 집 갖고 세금 부담하며 빚낸 돈 원금 이자 갚는다고 허덕이는 것보다 실리를 택했어요. 정 들었던 집을 떠나는 아쉬움과 남의 집을 기웃대며 이삿짐 옮기는 번거러움도 징글징글하지만
마음 깨끗하게 정리하였죠....
오늘은 좀 좋은 날이예요!
새 주인과 전세 계약서를 썼어요^^ 그 분은 내년에 결혼할 자녀를 위해 집을 장만했는데 내년까지 우리가 살아주면 좋겠다고 하고 저도 엄동설한에 나가는 것보다 더 있는 게 낫죠. 원래 2년 계약이지만 내년 가을~후년 봄까지 혼사를 치루게 되면 제가 편의를 봐주겠다고 했어요.
다행이예요.
내년에 큰애 작은애 둘 다 상급학교로 진학하는데 집까지 낯설면 애들이 더 힘들지도 모르는데 집이라도 익숙하니 다행이고요, 충격이 아물 시간을 벌 수 있어서도 다행이지요. 내년에 이사 갈 즈음이면 '까잇그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거지. 그러니까 돈이지 하핫~'하며 해탈(ㅎㅎ)의 경지에 다다를지도 모르죠~^^
아 아...무엇보다 부엌 창으로 내다보이는 은행나무가 새순 돋는 걸 한번 더 볼 수 있겠군요! 이 집에서 제일 좋았던 점이 바로 그 풍경이예요. 정신없이 음식 만들다가 무심코 고개 들면 은행나무는 아름답고 멋진 자태로 눈길을 사로잡았죠. 설거지 할 때도, 집안일 마쳐놓고 차 한 잔 마시고 싶을 때에도 저는 은행나무가 마주 보이는 자리를 잡죠. 저한테 맨 먼저 봄 소식을 전해주고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생명에 대한 경외심으로 나를 감탄케하던 은행나무. 자연은 사람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있죠. 부엌 창으로 보이는 은행나무는 제가 가장 손쉽게 만나는 자연이며 가장 친숙하며 분주복잡한 일상 속에서 지친 나를 해갈시켜주는 생명수와 같은 존재죠.
새 주인과 헌(ㅋ)주인이 그들의 집에 앉아 국화차를 마셨어요.
마치 다정한 친구나 되는 듯 담소 나눈다고 계약서는 뒷전이었죠.
나갈 적에 새주인은 헌주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죠.
"아뇨~제가 오히려 고마운걸요.또 놀러 오세요"
라고 헌주인이 말하니까 새주인은 진심으로 며느리가 될 아가씨와 함께 오고 싶다고, 와도 되냐고 묻더군요. 그럼요, 언제든지 오세요. 언제든지...
보세요. 이만하면 좀 좋은 날이죠? 아침에 눈 뜰 때는 집주인이었다가 잠들 적엔 세입자가 된 저는 간만에 두 다리 쭉 뻗고 편안하게 잠들 것 같습니다. 이만하면 좋은 날~
20120114ㅌ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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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딘가에 가볍게 올린 건데 혹시 거기서 보신 분은 귓말로 속삭여 주세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