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모서리

뼛 속을 긁어낸 의지의 代價로 
석양무렵 황금빛 모서리를 갖는 새는 
몸을 쳐서 솟구칠 때마다
금부스러기를 지상에 떨어뜨린다.

날개가 가자는 대로 먼 곳까지 갔다가
석양의 黑點에서 클로즈업으로 날아온 새가
기진맥진
빈 몸의 무게조차 가누지 못해도

아직 떠나지 않은 새의
彼岸을 노려보는 눈에는
발 밑의 벌레를 놓치는 遠視의 배고픔쯤
헛 것이 보여도 
현란한 飛翔만이 보인다.

詩 김중식  

<2005년 9월 6일 황금빛 노을 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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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05-09-06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중식의 시, 참 좋지요. 보면, 참 좋은 것만 잘 골라내시는 님의 감각이, 참 탁월합니다.
서울의 하늘은 저러했군요. 제가 사는 곳의 하늘은 보라색이었는데, 카메라를 들지 못하게 하는 하늘이었던지라, 사진 찍는 걸 잊어버렸답니다.
사진 잘 보고, 시 잘 읽고 가요-

플레져 2005-09-06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금빛 노을이 진 다음에 보라색 하늘이었어요. 그 하늘을 보라며 전화를 걸어온 그녀와 통화를 했답니다. ㅎㅎ 요즘 하늘은 정말 찬란해요. 바람이 많이 불어 그런가... 하늘에 색깔이 자꾸 한겹 한겹 떨어져나가 저렇게 아름다운 색깔을 보여주나봐요.

플레져 2005-09-06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러고보니! =3
추천 캄사! ^^

진주 2005-09-06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제가 운동하는 시간에 꼭 노을이 져요(아닌가? 노을질 때 내가 운동하는 건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감동의 도가니로...

잉크냄새 2005-09-06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의 노을도 저러했답니다.

Laika 2005-09-06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124985

노을도 멋지고~~ 번호도 멋지고~~


2005-09-07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늘 저도 노을 봤어요. 멋지더군요...

플레져 2005-09-07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제가 더 캄사!!!
진주님, 요즘 하늘은 너무 눈부셔서 말이지요... 운동과 노을은 아주 잘 어울리네요 ^^
잉크냄새님, 같은 하늘 아래^^
라이카님, 어젯밤 남편이 일해야 한다며 인터넷 전용선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랬군요, 어젯밤...
참나님, 오늘의 노을도 기대해 보아요 ^^

2005-09-07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9-0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하늘은 어제의 어그제제제의 하늘보다 훨씬 높은 하늘이었어요..
역시나 플레져 님의 렌즈에 포착된 하늘도.. 건물과 산의 까만 실루엣이 예사롭지가 않아요...

2005-09-07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9-08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나 시 읽고, 사진 한참 구다보고, 댓글까지 단 거 같은데, 읎네요. 우쨔케 된 일이랴..우와. 어렸을 적 고향에선 해 지는 하늘 자주 봤었죠. 모락모락 맵싸름한 저녁연기가 피어오르고 아이들은 집으로 흩어져가고..저만.. 대문 앞에서 넘의 논 나락 베러 간 울 엄니 지둘리고..근데 엄니는 새꺼리로 나온 건빵을 안 드시고 제 손에 쥐어주시공..곧 가을 운동회가 시작되고..스산한 바람이 불고..기러기가 날아가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기나긴 겨울밤에 어머님하고~ 어엄니이~훌쩍!!

플레져 2005-09-0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오늘은 참 흐리네요. 아침만 해도 안 그랬건만...흑.
복돌이님, 님의 댓글속에 한 계절이 다 들어있네요. 님의 그 따스한 기억은 지금 님의 글솜씨를 빛내주고 있구요...뚝!!
 

 

토니 다키타니는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완전히 외골수로 자라고 말았다.
친구다운 친구 한 명 생기지 않았지만,
그는 별로 괴로워하지 않았다.
혼자라는 것은 그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인생의 어떤 전제 조건이기까지 하였다.

.

.


그러나 그 두사람은 엇비슷할 정도로 습관적인 고독에 깊이 물들어 있는 인간이라서,
어느 쪽이든 먼저 마음을 열려고는 하지 않았다.
딱히 그래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다키타니 쇼자부로는 아버지 구실을 하기에 어울리는 인간이 아니었고,
토니 또한 아들 구실을 하기에 어울리는 인간이 아니었다.

.

.

토니 다키타니의 인생에서 고독한 시기는 종언을 고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는 우선 그녀의 모습을 찾았다.
옆에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안도했다.
모습이 없을 때에는 불안감에 온 집을 찾아다녔다.
그에게 고독하지 않다는 것은 조금은 기묘한 상황이었다.
고독에서 벗어남으로 해서, 다시 한번 고독해지면
어쩌나 하는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때로 그런 생각을 하면 그는 식은땀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그런 공포감은 결혼하여 석 달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짐에 따라,
그리고 그녀가 갑자기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적어짐에 따라 공포감도 점차 엷어져갔다.
그는 간신히 안정을 찾아 평온한 행복 속에 잠기게 되었다.



 

  영화로 만든 하루키의 단편 "토니 다키타니"
  이 소설은 세 번쯤 읽었을 정도로 
  렉싱턴의 유령 단편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하루키를 많이 읽지는 않았으나 읽은 것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집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에는 토니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고독의 전령들이 나온다. 
  고독이 몸부림치는 소설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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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6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5-09-06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눈을 뜨면 그는 우선 그녀의 모습을 찾았다.
옆에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안도했다.
-> 신혼때는 아무래도 다 이럴까요? ㅎㅎ
(글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이런 댓글이라니... ) -.-

2005-09-06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9-0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켈님, 저 책은 자주 품절 현상을 보이고 있어요. 저두 어렵게 알라딘에서 구한 책이 되버렸네요.
낡은구두님, 네... 신혼때는 다 그럽니다. 넘 많은 걸 알고 계시는군요 ㅋ

2005-09-06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5-09-06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그렇게 괜찮은가 보죠? 보관함에 넣어야쥐~

어룸 2005-09-06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어떨지...^^

2005-09-0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는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듣기 힘겨워 책을 들고 다시 옆 방으로 들어 가 앉았다. 혼자 만의 침대에 누워 스탠드 불빛 아래 책을 읽는 상상을 하곤 가볍게 한 숨을 내쉰 후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서재질을 하기 시작했다^^ 15년이 지나면 이러지 않나요?^^들.(역시 생뚱 맞은 댓글입니다. 님의 서정성에 누가 됨을 용서하소서~)

플레져 2005-09-06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스텔라님, 품절이지만 곧 풀리리라 기대하오며..
투풀님, 괜찮을 듯 ^^
참나님, 아, 참나님~~~~ 15년도 안됐는데 슬슬 조짐이 보입니다. 명문이십니다 ^^

2005-09-06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마란타는 자기가 입고 있던 속치마의 레이스가 신비스럽게 떨림을 느꼈고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으려고 담요를 움켜쥐고 바둥대는 순간,
미녀 레메디오스가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무렵에 거의 장님이 다 되다시피한 우르슬라만이
그 신기한 바람이 왜 불어오는지를 이해할 만큼 침착했으며,
그래서 광선이 이끄는 대로 담요가 불려가도록 손을 놓았고,
미녀 레메디오스는 자기를 떠받치고 공중으로 떠올라서
날개를 치는 담요의 한복판에서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하고,
풍뎅이와 다알리아가 있는 정원을 뒤로 두고 오후 네시의 하늘을 날아올라서,
아무리 높이 나는 새도 좇아가지 못할 만큼 높은 창공으로 영원히 사라졌다.



The Responsible Woman - James C.Christensen 1992

 

   백년동안의 고독을 펼쳐읽었다.    
   밑줄 쳐놓고 접어놓은 페이지들만 골랐다.
   레메디오스처럼 나도 공중을 날아 올랐으면.
   윤동주의 하늘 같은 저 파란 가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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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9-0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녀 플레져님도 틀림없이 날아오르실 수 있을 거예요.^^

클리오 2005-09-0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백년동안의 고독을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읽은지 너무 오래 되었어요.. ㅎㅎ~

플레져 2005-09-05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제가 날게 되면 다 님 덕이에요 ^^
클리오님, 저두 오랜만에 꺼내들었어요. 요즘 자꾸 이 책이 아른아른해요. ㅎ

물만두 2005-09-05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플레져 2005-09-05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55 ? ^^

잉크냄새 2005-09-0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엔디아 가문 사람중 가장 신화적인 미녀이죠.
근데 사진속의 여인은 왠 잡화상같죠?

플레져 2005-09-0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잉크냄새님 잡상인이라니요!! 어흑... 저 그림의 제목을 보시라구요.
리스판시블...
 

꽃 진 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詩 문태준



그녀의 가을 - 이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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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 2005-09-04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같은 화가의 그림이네요... ^^ 가을 나무가 하늘을 다 덮어버린 거 같어요. ;)

플레져 2005-09-04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검정개님. 제 서재 화가의 숨 페이퍼에 이수동씨 그림이 제법 있어요. 요샌 게을러서 그림 수집 하러(온라인에서) 안다니지만서도 한땐 몹시 좋아했답니다 ^^ 이수동씨도 그림 수집도 ㅎ

파란여우 2005-09-0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군요..우히히^^

icaru 2005-09-04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빨간 치마 입으신 분이 여우님이세요?

플레져 2005-09-0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님두 알아보셨군요! ^^
이카루님, 하모요~~

잉크냄새 2005-09-0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태준 시인의 시들이 좋네요.

플레져 2005-09-0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자꾸 들춰보게 되는 시집이에요 ^^
 







핑크색 볼터치를 한 적 있으세요?
오늘 하늘은 핑크색 볼터치를 하다가 어둠에 스며들었어요.
1분씩, 2분씩 기다리면서 찍었답니다.
저는 밖으로 나가 저녁 먹고 올랍니다.
요즘 땡땡이 치는 주부에요. 밥 하는 게 왜이리 귀찮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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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03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워~ 저거..저녁 무렵의.. 방울방울 아롱진 불빛을 봐요.
현관문을 열어젖히면 뜨끈한 청국장 냄새가 퍼져 있을 듯한..(혹 복순 아짐이랑 같은 아파트 사시우?)저도 아홉시 쯤에 술약속 있어요! 플레져님 좋은 저녁 시간 되시구, 얼찜에 저두 댕겨 올게요!!

울보 2005-09-03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러는데 이상하게 류랑 둘이서는 먹는데 옆지기가 있으면 더 땡땡이 치는데요,

클리오 2005-09-03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볼터치... ^^ 저는 세미나 끝나고 삼겹살에 백세주 한잔 하고 와서 편안히 눈반쯤 감고 컴 앞에 있습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날개 2005-09-0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만이 아니고 늘~ 땡땡이 치는 주부 날개는 조용히 추천만 남기고 가요~ ^^*

플레져 2005-09-0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담에 오렌지색으로 볼터치할 때도 찍어볼게요! ^^
복돌이님, 이순신 스폐셜 한다고 서둘러 먹고 왔어요. 복순 아짐은 우리동네랑 좀 끝에 살걸요? ㅎㅎ 내일 아침엔 해장하세요! ^^
울보님, 날개님 땡땡이 동지!! ^^
클리오님, 무사히 잘 마치셨군요. 애쓰셨어요. 백세주의 알딸딸함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쉬셔요. 아름다운 밤 되시와요 ^^

검둥개 2005-09-04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 하늘이랑 아래 산 색깔이랑 너무 멋있습니다. 추천!!!
사진이 그림 같아요. ;)

플레져 2005-09-04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렸어요, 실은!! =3

2005-09-04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4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9-04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속삭님의 고민을 어찌 해결해드려야 할지...쩝.

음식은 하겠지만 치우는 건 정말 어떤 로봇이 나타나서 쓱싹 해줬음 좋겠어요!

2005-09-04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어요..

플레져 2005-09-04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님, 오늘 하늘은 그냥 하늘색 본래의 색깔인데, 보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