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다키타니는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완전히 외골수로 자라고 말았다.
친구다운 친구 한 명 생기지 않았지만,
그는 별로 괴로워하지 않았다.
혼자라는 것은 그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인생의 어떤 전제 조건이기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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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두사람은 엇비슷할 정도로 습관적인 고독에 깊이 물들어 있는 인간이라서,
어느 쪽이든 먼저 마음을 열려고는 하지 않았다.
딱히 그래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다키타니 쇼자부로는 아버지 구실을 하기에 어울리는 인간이 아니었고,
토니 또한 아들 구실을 하기에 어울리는 인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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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다키타니의 인생에서 고독한 시기는 종언을 고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는 우선 그녀의 모습을 찾았다.
옆에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안도했다.
모습이 없을 때에는 불안감에 온 집을 찾아다녔다.
그에게 고독하지 않다는 것은 조금은 기묘한 상황이었다.
고독에서 벗어남으로 해서, 다시 한번 고독해지면
어쩌나 하는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때로 그런 생각을 하면 그는 식은땀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그런 공포감은 결혼하여 석 달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짐에 따라,
그리고 그녀가 갑자기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적어짐에 따라 공포감도 점차 엷어져갔다.
그는 간신히 안정을 찾아 평온한 행복 속에 잠기게 되었다.
영화로 만든 하루키의 단편 "토니 다키타니"
이 소설은 세 번쯤 읽었을 정도로
렉싱턴의 유령 단편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하루키를 많이 읽지는 않았으나 읽은 것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집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에는 토니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고독의 전령들이 나온다.
고독이 몸부림치는 소설집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