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손을 씻고 나서 물기를 다 닦지는 않는다.
반신욕을 하는 순간이 아니면, 욕실에서 오래 머물러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손을 씻은 후 대충 물기를 닦고 옷에 문지르거나
물기가 있는 채로 펜을 쥐고 뭔가를 끄적일때도 있어
노트 한 복판은 간혹 물에 불곤 한다.
2. 피터팬의 공식, 영화를 보고 싶다.
영화를 볼 방법이 없다. 어둠의 경로와 익숙하지 않은 탓인가?
DVD도 출시되지 않았다.
OST로 영화를 상상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느 인터뷰에서 감독이 영화의 판권을 풀어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피터팬의 공식>의 판권을 가지고 계신 님께. DVD를 제작하시지 않을 거면, 저로 하여금 인터넷에 영화파일 띄울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겠어요? (웃음)” -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인, 인터뷰 중에서>
3. 며칠간 충실한 가정주부 노릇을 하고 나면 나만의 일요일이 찾아온다.
내게 더 없이 배시시한 일요일. 만끽하는 것으로 탕진하는 일요일.
언젠가 어설픈 글에서 일요일마다 선 보러 다니는 여자에게 '일요일' 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기억이 있다.
4. 쿵쿵따, 를 하는 줄 알았다.
아파트 옆, 아파트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공사 소음, 쿵쿵따.
점심시간이면 칼같이 소리는 사라진다.
아저씨들 따라 나도 점심을 챙겨먹는 시간.
우린 너무 호흡이 잘 맞는 이웃이 아닌가.
5. 곰돌이 푸우 알람 시계는 대단한 위력을 갖고 있다.
잠꾸러기를 단번에 일으켜주어 고맙지만
심장에 쓰나미 해일같은 충격을 안겨준다. 아.침.마.다.
얼마전 느꼈던 지진 소음은 댈 것도 아니다.
알람 소리는 오늘, 넓고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채, 에서 멈췄다.
내일은 스와니 강, 을 노래할 차례.
곰돌이 푸우는 너무 날씬하다.

6. 바느질 하는 소피처럼 한땀 한땀 공들이는 하루가 되기를.

명패없고 주소만 있는 집을 갖게 되었다.
아주 사소한 부재에 괜히 흥이 난다.
숨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