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 피오리나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느낀 바가 크다. 종일 그녀의 일화들이 떠올랐다. 보통의 여자가 조금씩 조금씩 성과를 이뤄내는 일은 경이로웠다. 세계 유수의 자리에 오른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능력이 인간 신으로 보이게 하는 것과는 아주 달랐다. 책의 제목인 '힘든 선택들' 은 칼리와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남편 역시 그런 그녀의 모습때문에 이 책을 읽고 싶었노라고 말했다. 남편을 위해 주문한 책이었는데 내가 먼저 읽고 느낀 점을 이야기해줬더니 남편은 모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들었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회피했던 책들. 2007년에는 그런 책들과 많이 친해져야 겠다.
2007년이 코 앞이다. 2006년이 시작되던 날 나는 가족들과 함께 어울렸다. 올해도 그럴 것이다. 새해 첫날과 마지막 날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어 소중하다. 그간의 소홀함을 한번에 씻을 수 있으니 감사하다. 내년에도 나는 가까운 곳에 사는 가족들과 많이 어울리지 못할듯 싶다. 내 시간에 맞춰 날을 잡고 장소를 정하는 사랑스런 가족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또다른 경주를 시작한다. 거북이가 될 지 토끼가 될 지는 모르겠다. 나는 거북이의 인내와 성실을 닮고 싶다. 토끼의 스피드한 여유도 배우고 싶다. 빨리 무엇이 되지 않는다고 서두를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올해 나는 내가 바라던 한 칸을 채웠으니 말이다. 새해 소망 중에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기, 그 순간에 거절하기와 같은 상황 지침서들이 대부분이다. 다소 우유부단하고 다른 사람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일에 대해 인색해지기로 했다. 이기적인 태도가 아닌 나를 위한 태도라고 보면 좋겠다. 나를 좀 더 사랑해주기. 아껴주기. 지금 내게 필요한 부분이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때마다 숨죽여 울곤 했다. 젊디 젊은 나이에 올해도 잘 살았구나 혹은 올해 정말 힘들었다는 과잉 감정 폭발의 연장선인데 내일은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나는 당당해졌다. 어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고 어떤 누구의 행운을 가로채지도 않았다. 자만감을 좀 가져도 된다는 지인의 말을 슬그머니 새해 소망에 한 줄 집어넣었다. 지나친 겸손은 재미없는 인생을 창출할 뿐이다. 좀! 재미있게 살자!
서재 지기님들께도 새해 인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꾸벅.

H선배가 선물해주신 꽃다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