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할머니댁에 간 딸, 할머니의 휴대폰에 빠져버렸다. 우리 휴대폰은 아직 모노 칼라의 덩치 큰 구식이다. 나로서야 휴대폰 쓸 일이 별반 없어서 변경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는 건 아닌가? 이게 나이들어가는 조짐인가? 라고 생각 될 때도 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휴대폰이 총천연색에 카메라 기능까지 갖추고 번쩍거리는 걸 보면 구식 휴대폰을 보유하는 것이 꼭 노화와 관계된 것 같지는 않다.
요것저것 벨소리를 바꾸고, 카메라로 사진찍고, 찍은 사진 꾸미고 한 바탕 혼이 나가 있더니 할머니 가르쳐 준다고 야단이다. 좋아하던 강아지도 안중에 없다. 아~ 갖고싶다.
학교, 길, 교회에서 휴대폰 주물럭 거리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반짝거리는 불빛에, 노래방에, 사진에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다. 그래서 나는 안 산다.
사진은 마음먹고 들고나온 카메라로 찍어야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오고, 음악 감상은 또 따로 시간내어 오디오로 들어야 깊이 있는 음악 감상이 될 것 같아서다. 흉내만 내다 마는 장난감은 얇고 천반한 기술만 몸에 익게 만들어 얕은 사람을 만들 것 같다. 내가 요즘 기술을 몰라서 하는 소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