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송구영신 예배에 빠졌다.
새벽 두 세시까지 있자면 힘들테니 미리 잠깐 자두자고 한 것이 너무 늦었다. 10시가 거의 다 되어 누웠으니 그때부터 마음 한 구석에 가지 않으려는 마음이 자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기침은 또 갑자기 왜 그렇게 나던지... 그런다고 죽지야 않겠건만 '꼭 가야하나?'라고 게으름을 부르기엔 충분했다.
해 마다 마지막 날 느닷없이 밤 12시에 예배하고, 새해 소원을 적은 봉투에 헌금을 넣어 드리는 것이 혹시 기복 신앙에 바탕한 '사람의 유전'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평소 예배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꽉꽉 들어차는 것이 불순하게 보이고, 내 마음 속에서도 '송구영신 예배 빠졌다가 1년 망치는 것 아닐까?'라는 불길한 마음이 드는 것이 더 기분 나쁘다.
새벽 늦게 잠들어 새해 첫날을 늦잠으로 시작하는 것도 기분 나빴다. 악마의 유혹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