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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해외 카지노에서 돈을 날렸다. 감방에 가게 된 덕분에 돈으로 해결해보려다가 법조비리가 터지게 되었다.
문제는 역시 카지노라는 공간이다.
한국의 강원랜드에서 하면 합법이고 해외인 마카오,라스베가스에서 하면 불법이라고 한다.
어쨌든 카지노와 도박, 이 둘은 인간사회의 극단적 단면 하나를 보여준다.
운명의 신 앞에 자신을 걸어보지만 극소수만이 행운을 확인하고 돌아올 수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쉬지 않고 그 신 앞에 서고 싶어하는 시지푸스와 같은 운명을 가지고 있다.
작가 김진명은 소설 카지노에서 인간의 욕망이 가득한 도박장을 드러내보여준다.
시작은 네팔의 카지노다. 왠 네팔? 하다보니 작고 허름한 이곳에서 마지막 운을 시험하고 아예 히말라야로 떠나 대자연에 파묻혀 돌아오지 않는 도박사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마추어에서 프로 도박사, 그 도박사를 잡아 먹으려는 더 큰 도박사들 까지 다양한 군상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전작들과 다르게 정치 음모는 없다. 여전히 여성에 대한 묘사력은 약하다. 도대체 여자 주인공이 뭐가 그렇게 이쁜지 왜 남자들이 매달리는지 이런 감상은 전혀 허락하지 않는다.
일본에도 이런 만화가가 하나 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로 유명한 후쿠모토 노부유키다. 그의 그림의 선은 너무 투박해 여성 주인공들을 보면 이걸 이쁘다고 봐줘야 하나 정말 참아주기 어렵게 된다.
그렇지만 도박의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고 그 속에서 인간을 드러내보이는 점은 작가의 강점이다.
벼랑끝에 몰려 운으로 시험하려는 마지막 도박들을 하지만 대부분은 그걸로 아주 끝나버린다.
뻔한 이치를 보여주는 듯 하면서도 그의 만화가 새로운 점은 게임의 룰을 새롭게 정의한 도박을 들고 오기 때문이다. 첫번째 작품은 아예 우리가 다 아는 가위바위보였다. 룰을 알아가면서 더욱 인간의 이해도도 올라가게 만든다.
김진명의 카지노에서는 바카라를 게임으로 올려 놓았다. 알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지만 도박성은 비할바 없다고 한다.
카지노의 중독자, 고수들은 어떤 존재들일까?
운에 강한 자신감을 가진 이들이 있다. 세상의 일들은 재능과 운이 결합된다. 특히 사업의 경우는 운의 역할도 매우 크다. 트렌드를 너무 빨리 읽어도 실패하고 너무 늦게 들어가도 실패한다. 몇번 대박을 치다보면 자신감이 붙는다. 그리고 더욱 자신의 운을 시험해보려는 욕구가 든다. 점집의 주요 고객들이 사업가, 더 나아가 정치인이라는 점도 맥이 통한다.
조선일보의 컬럼니스트 조용헌의 말을 빌리자면 월급장이의 사주는 재미가 없다고 한다. 정치인,연예인,사업가들을 맞춰주어야 명성도 붙고 돈도 들어온다고 한다.
사업가들의 경우 사업이라는 평소의 일보다 더 강하게 자신의 운을 증명하고 싶어할 때 찾는 곳이 도박장이 된다. 이곳에서는 세상의 일들이 더 빠르게 압축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도박장들의 대표인 라스베가스나 마카오의 경우를 보면 세계의 명소들을 모아놓았다. 꽃보다 남자의 베니시안 호텔을 가면 이탈리아의 베니스를 똑 같이 볼 수 있다. 파리,뉴옥,피라미드 모두 다 모아 놓은 공간이 라스베가스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성공 후 체험할 수 있는 인생의 매력을 단계별로 더 준비해놓았다는 점이다. 무한대로 열린 쇼핑센터, 최고급 고객에게는 무한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지노. 기타(??) 등등.
돈을 벌려고 일을 한 건 사업가나 법조인이나 매한가지인가 보다. 어려운 법공부를 해서 판사가 되어도 매일 범죄인들 기록 보는 건 즐겁지 않다고 한다. 결국 일에서 놓여 났을 때 받고자 하는 보상욕구는 꽤 컸다. 일반인들이 사회에서 평생 벌 수 있는 돈의 여러배가 된다.
시장장사꾼에서 사업가가 되는 건 아무나 가능하지 않다. 시장의 상인은 수만명이지만 정말 기업으로 확장시킨 건 아주 아주 극소수다. 더페이스샵에서 내츄럴까지 사업의 성공은 페이퍼와 입으로 되지 않는다.
이런 일들의 가장 핵심에는 역시 돈이 있다.
사업도 법공부도 돈. 그리고 돈을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돌리는 카지노는 압축된 공간이다.
이 카지노 속에서 살아남는 승자가 되는 법에 대해 김진명은 아주 길게 강의로 늘어놓고 있다.
핵심은 결국 무욕이다.
돈을 돈으로 보지 말고, 빠르게 페이스에 휘말리지 말고, 작게 정해진 금액을 아주 느리게 시도하라는 거다. 한마디로 무탈의 경지다.
대부분은 뻔한 것 같은 이 이야기와 다르게 군다.
조금 벌면 으시대다가 자기 꾀에 빠지고, 잠시 이기다가도 약간의 손해를 참지 못해 가진 걸 다 털어놓고 나온다.
그래서 이기는 법 전에 지는 법, 돈을 향해 가는 마음 대신에 자신을 조절하는 억제력을 더 키우라고 한다.
좋은 제안이기는 한데 그럼 카지노는 왜 가나?
작가의 의도는 점점 분명해진다. 카지노에서 돈 따는 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이니 가지 말라는거다. 아예 강원랜드라는 곳은 꼼수를 썼기에 바카라로는 돈을 못 딴다고 못 박아가서 강조해준다.
미모의 여주인공의 직업이 도박중독자 구제 상담원인 것에서도 의도는 재삼 드러난다.
그럼에도 카지노라는 공간은 한번 흥미를 가져볼 필요는 있다. 도박을 하라는 건 아니고 왜 카지노가 세계에서 그만큼 큰 산업이 되고 활발히 돌아가는지, 영종도와 송도의 침체된 부동산의 구원자로 떠올라 있는지 등을 알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핵심적으로는 카지노는 자본주의 세계의 축소판이고 인간의 욕망을 극도로 고속화시켜 돌리는 공간이기에 우리의 가장 화려하고 추한 면을 극단으로 보여준다는 점을 깨우치게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