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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 파워라이터 24인의 글쓰기 + 책쓰기
경향신문 문화부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한강이 큰 일을 해냈다.
책 읽지 않는 한국인들은 꼭 연말 되면 노벨문학상은 바란다. 과정에 대한 고민은 없이 결과만 기대하고, 대중적 저변 없이 천재의 등장만 원하는 꼬락서니다.
척박함 속에서 한강은 노벨문학상 비슷한 위상의 상을 받아 한국인들이 바라던 기적을 이뤄냈다.
이쯤해서 한국의 작가란 누구인가를 짚어보고 싶어졌다.
나름 이름 내기 시작하는 파워라이터 24명을 쭉 인터뷰해서 만들어진 이 책은 꽤 흥미롭고 유용했다.
엄기호,한윤형 같은 청년의 아픔을 함께 고민하거나,
최근 국회로 입성한 김종대 군사평론가
정신과 의사로서도 다작을 하는 하지현 의사 등
참 다양한 파워라이터들이다.
그럼 이들처럼 글을 쓰고 책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들은 솔직히 아주 값싸게 자신의 영업비밀을 내 놓는다. 참 착하다. ^^
그들이 내놓는 글 만들기 노하우들은 꽤 유용했다.
글 짓기를 요리에 비유하면서 먼저 재료를 잘 준비하라고 한다.
대체로 메모광들이다.
하지현은 수년간 모은 수천개의 자료를 가지고 단숨에 글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제목과 목차를 먼저 깊게 고민해보고 서장을 먼저 써보라는 둥.
각기 방법이 다르더라도 하나 하나 음미해서 자신의 작업 규칙으로 삼아볼 필요가 있다.
각기 가진 재능에 따라 일하는 법이 다르다.
하지현 처럼 몰아 쓰기에 능한 작가가 있지만 반대로 조각글을 모아 한권을 만든다는 스타일도 있다.
이원재,이주은이 그렇다.
여기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강원국의 경우도 조각글을 모아 큰 책이 만들어진 케이스다.
그리고 작가들이 던지는 더욱 중요한 핵심이 있다.
글은 도구이고, 그러니 정말 글로써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임승수,정여울은 바로 그 핵심을 찌르고 있다.
천재 작가 한윤형은 또 심드렁하게 작가지망생들의 속을 긁는다.
글이란 노력하면 는다. 그런데 그래봤자 글로 먹고 살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니 더욱 왜 작가가 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한강이 만든 현상은 한국에도 파도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단지 기적을 바라보기만 하던 사람들에게 일종의 순환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독자 없는 저자 없고 저자 없는 독자없다.
한국 사람들이 논쟁 붙으면 핏대만 올리게 되는 큰 이유가 객관성의 부족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공유해서 공통의 기반으로 정리해가고 그 위에서 다시 논쟁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금방 자기 신념 안에 포획해서 판정해버린다. 엄기호는 이런 현상을 비추어 이미 판관은 충분히 많다. 그래서 자신은 청춘의 이야기를 낮은 자세로 듣겠다고 접근했다.
이렇게 객관성은 하루 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보니 픽션 말고도 논픽션이 잘 개화되었으면 한다. 책 중에서 한국에 일본의 대작가 다차비나 스타일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어쨌든 좋은 저자가 늘어 독자가 더 늘고 다시 저자가 느는 그런 선순환을 기대해본다.
다시 한번 한강의 기적이 오래 흘러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