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하트 -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에게 값이 두 번 매겨진다.

한번은 커리어를 결정하는 헤드헌터에 의해서

또 한번은 듀오와 같은 전문결혼중매사에 의해 매겨진다.

주인공은 젊은 여성 헤드헌터다.

그녀는 자신의 몸값을 올려가며 회사들을 넘나드는 전문가들을 도우며 자기 사업을 해나간다.

포지션이라는 자리와 커리어라는 인적자원의 매치매이킹이 그녀의 전문영역이다.

일을 하다보면 헛발질도 많다.

특히 다 좋은 것 같아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하지만, 막상 그가 매우 중요시되는 대학 학부의 급이 떨어진다는 발견하고 분노한다.

"출신 대학은 낙인이야" 하고 선배가 해준 교훈 섞인 심판의 말을 곱씹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워지지 않는 카인의 낙인 같은 것인가 정말?

하지만 그녀 자신도 사실 그렇게 좋은 대학 출신은 아니다.

덕분에 결혼시장에 섰을 때 컴플렉스가 짙게 있다.

명문대 생을 쫓을 때도 그 컴플렉스는 뒤에서 갑자기 자신을 낚아챈다.

평소에 남의 가격을 매김이 자신의 전문영역이지만 막상 자신이 그런 가격 매김의 도마 위에 올랐을 때는 당황스럽다.


소설은 이렇게 사회적 활동과 상호작용에서 학력이 작용하는 방식을 아주 노골적으로 그린다. 마치 소의 원산지가 호주인지 미국인지 아니면 한우로 특정 지방 출신인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출발선이 결승선 까지 결정하게 되는 경향은 점점 강화되어가고 있다. 

변동이 심한 사회에서는 기회도 많다. 하지만 저성장으로 가면서 그런 변동성은 점점 줄어든다. 누군가 깃발 들고 모험을 시작하려는 사람들도 줄어든다. 정주영이 벌인 중동건설이라던가 울산 백사장의 조선사업 등은 많은 이들에게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대기업이 내놓은 신사업 아이템들은 기껏해야 중국 소비에 기대는 모양새다.

그렇게 꿈들이 작아지다 보니 내 포지션, 내가 만든 인맥, 나의 정치적 줄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니 그 뿌리인 학력의 중요성은 커질 수 밖에 없어진다.


작가는 이런 사회행태를 음서제의 부활로 압축해 표현한다.

우울해보이는 세태지만 우리는 멈추어 설 수는 없다. 음서제의 고려와 과거문란 했던 후기 조선의 말로를 잘 알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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