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된 대학 - 자본의 꼭두각시가 된 한국 대학 구조조정 백서
김창인 지음 / 시대의창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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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괴물이다?

대학을 부르는 방법으로 상아탑이라는 오랜 존칭이 있었고 우골탑이라는 돈과 얽힌 비난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괴물이라니 낯설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된 데는 지금 대학이 구조조정이라는 압박 속에서 내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사라지는 학과의 학생들이나 교수들의 아픔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내가 머물던 공간이 사라지고 선후배 사이의 연결이 끊어져 고립되어버리는 충격은 엄청나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보면 문제가 쉽지 않아 보인다.

거대한 청년실업군이 쌓이고 쌓이고, 인구감소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대학이 맡아온 고등교육이라는 역할은 중대한 의문을 받고 있다.

성장기에 한껏 부풀려 놓고, 또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느라 자부심 가지던 대학의 리더들은 지금 혼비백산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추세는 이제 막 시작되었고 앞으로 커지면 커지지 쉽게 멈출수는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미국이 80년대 일본에게 밀려가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리스트럭처링 되던 경험이나 일본이 거품 붕괴 후 하산하던 모습과 비슷하다.

즉 방법의 속도나 조정은 있어도 방향을 되돌리기는 무척 어렵다는 걸 먼저 객관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의 대학은 과연 잘 변하고 있는가 물으면 이것도 정답이라고 변호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먼저 급속도로 방향을 틀었던 대학은 중앙대다.

재단이 10대그룹에 들어가는 두산에 의해 운영되면서 중앙대 구성원들은 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회계가 교양필수가 되고 경영대는 1200명 까지 늘려가지만 다양한 전통 학과들은 사라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교 이사장은 폭언을 하다가 물러나고, 총장은 비리로 사라진다. 방법도 문제지만 지향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다.

진중권 교수는 중앙대에서도 강의를 했었다. 그래서 더 냉철하게 비판한다. 모두가 다 경영자가 되면 팔로워는 누가 하지라고. 

사실 경영은 기술의 영역이라 미국의 유니버시티에서는 가르치지 않고 스쿨에 해당하는 보다 후위의 교육기관에서 수행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지, 유니버시티에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중앙대는 자신 있게 밀어 붙이고 있고 그 결과는 구성원들의 갈등 증폭이다.

그래서 중앙대 학내 구성원들은 두산이 내건 "사람이 미래다"라는 구호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서울의 상위권 대학과 10대 그룹과의 만남도 이 모양인데 다른 곳들은 어떠할까?

여기저기 삐걱 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럼 대안은 없을까? 한국 자본주의 성장기의 전통 사업들은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다. 오죽하면 삼성 조차 이재용 체제에서 구조조정만 하고 있을까?

더 멋지게 돈 버는 애플 만큼 할 경영자는 없을까 하고 쳐다보게 된다. 그러면서 경영자들은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갖게 되는 의문이 잡스를 따라서 융합하라 인문학 배우자라고 하면서 왜 학교에서는 인문학 강의를 폐쇄하게 될까다.

실제 영국은 대학교육을 강력히 수출하고 있다. 조더넌 아이브라는 걸출한 애플의 디자이너를 배출한 대학에서는 덕분에 디자인 유학생이 왕창 늘어났고 이 공로로 아이브는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자 그러면 해결책이 있어 보인다. 한국도 그렇게 융합적 예술교육을 하는 대학으로 변신하면 되지 않냐고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그런데 이건 답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의 다국적 기업은 아예 영국 대학 출신이 세운 회사와 계약을 하거나 졸업생을 스카웃하게 된다. 그러니 한국에서도 영국 대학으로 유학을 가지 굳이 여기서 커리어를 키워가려고 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제 변신해보겠다는 대학이 어느새 이 흐름을 따라가겠나? 

이런 변화는 인문학에서도 마찬가지로 나오게 된다.

굳이 예술과 인문이 아니더라도 얼마전 서울대 공대교수들이 공대교육도 위기라고 책을 펴냈다.내용도 풍부해서 이과생이라면 한번쯤 읽어 볼 책이다.

자 그렇다면 한국의 대학은 어찌 하면 될까?

감히 예견해보건데 인서울의 핵심 대학은 쉽게 망하지 않는다. 전입금도 꽤 쌓였고 더 중요한 건 땅을 가지고 있다. 특정 대학을 지적해서 뭐하지만 연세대의 경우 막대한 기부금을 걷어 지하주차장을 만들어 세브란스 이용객을 수용하게 된다.

하나의 모델이고 미국도 비슷한 현상이 강화된다.

그렇지만 이 해법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는 없다. 그러니 어쩌면 좋을까? 답이 쉽다면 굳이 이런 책이 나와 울분을 담은 목소리로 괴물이라고 외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해야 할 말은 흐름은 거역할 수 없고 해법은 모두가 다 지혜를 제데로 모아야만 나온다고 감히 제언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두산처럼 무지하게 해서는 안된다. 여기서 꼭 지적하고 싶은 건 회계를 교양으로 가르칠 것이 아니라 중국의 저력을 읽어내는 통찰과 조사와 창의적 해법 찾기가 답이 되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영대 키운다는 두산 스스로 자기 사업 경영 제대로 못하지 않는가? 신입사원도 내쫓을 정도로 말이다.

그것 보다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그러니 쉬운 일이 아니고 더 시급한 일이고 당위로서만 해결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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