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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리는 세계 - 식량에 관한 열두 가지 신화
프랜씨스 무어 라페 외 지음, 허남혁 옮김 / 창비 / 2003년 10월
평점 :
거의 8억명의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일상적 굶주림, 이 만성적 굶주림은 뉴스거리가 되진 못하지만, 기근보다도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늘 배 부른 자들의 필요이상의 포만감은 일상이 되고 끝도 없이, 그 이상의 것들을 요구하며 선량한 이들의 숨통을 비틀고 있다. 지금도 이라크에선 전쟁이 한창이다. 부시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이 된 이후, 이라크엔 국가적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이라크인들의 자유와 안정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대포와 총들이 사정없이 하늘에서 불꽃놀이를 벌이고 있다. 살 곳도 잃고, 가족도 잃고, 목숨까지 잃어버린 이들의 권리와 존엄성을 빼앗은 초다국적기업이란 괴물들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귀면'처럼 힘없는 이들의 입속에 든 밥알까지도 꺼내어 자신들의 위를 채우고 있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굶주림'이란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듯, 이티의 모습을 한 '에디오피아 난민들' 이 떠오르고, 요즘은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담 넘는 모습이 추가되었다. 단순히 배가 고픈 것이 아닌,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기본적인 힘을 빼앗아간다는 굶주림,, 이처럼 보이지 않는 굶주림으로 이 굶주림에서 비롯한 예방 가능한 질병탓으로 매일 5세이하 어린이 3만4천명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1년으로 따지면 1천2백만명, 이 수치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죽은 사람 수보다도 더 많고, 사흘마나 히로시마 원폭희생자의 수와 맞먹는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참혹한 대량적 학살, 굶주림이 발생하는가? 이 책에서는 12가지 잘못된 굶주림에 대한 신화를 꼬집는다. 굶주림은 식량이 부족해서도, 토지가 부족해서도 아니며, 자연 때문에 인구가 너무 많아서도 아니라고 한다. 식량과 발전 정책 연구소, '푸드퍼스트'의 전문가들은 굶주림의 근본원인은 '분배'가 공정하게 이루어 지지 않는 '민주주의의 부족'이라고 단언한다. 책임의 원칙이 있는 민주주의는 자신들의 복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대해 할말을 할 수 있게 하는 민주적 구조이어야 하고, 지도자의 역할도 다수의 필요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이 집중되어 있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전혀 할말을 못하는 반민주적 구조 속에서 지도자도 권력을 지닌 소수만을 책임지고 있기에 힘없는 많은 이들이 세계 각지에서 굶주리고 급기야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굶주림은 녹색혁명으로도, 자유무역으로도 해결 될 수 없으며 미국의 원조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푸드퍼스트의 전문가들은 그간의 연구를 통해서, 굶주림을 종식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굶주림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임을 알게되고, 굶주림에 대해 잘못된 생각, 아니 너무나 공고히 굳어져 신화가 되어 버린 편견들을 바로잡으며 굶주림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고프지도 않은 배를 채우기 위해, 끝도 없는 욕망을 위해 지금도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초국적 기업이란 괴물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알아서 현명하게 일처리를 하는 미국을 위시한 권력집단들에 대한 분노가 끓어 오른다. 농민운동가 '이경해 열사'의 죽음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식량주권운동이 미미하나마 좀더 활발해고, 개방과 자유시장이란 이름으로 윤택한 세계경제를 실현 시킬 수 있을 것처럼 달려드는 'WTO'의 허울에 돌을 던지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책임있는 소유와 경제적 독단을 넘어선 거물급의 경제주체들의 모습을 기대하는 건 너무 목이 마른 일이다. 오히려 힘은 없지만 건전한 사회의지와 가치관을 지닌 이들의 뜻과 의지가 모인 진정한 변화에 희망을 걸어본다. 나부터 내가 속한 미시경제 안에서, 그리고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운동안에서 도덕성 감수성을 잃지않고 생활해야 할 것이다.
배 고픔도, 배 부름도 모르는 끝도 없는 욕망의 괴물이여! 너희들이 집어 삼킨, 텅빈 위와 황폐한 정신으로 사망한 선량한 이들의 눈빛을 기억하라. 너희가 만든 지옥에서 스스로 자멸할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