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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문학의 만남
이가림 지음 / 월간미술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내 귀는 소라껍질/바다 소리를 그리워한다." 장 콕토의 시처럼 나는 언제나 바다 소리를 그리워하는 소라껍질이 되어 예술로 일컬어지는 것들을 갈망한다. 2004년 봄이 질 무렵, 우연히 서점에서 모딜리아니의 '누드'를 보았다 '빙하기'라는 시집을 펴낸 이가림님이 쓰신 '미술과 문학의 만남'이란 책의 표지였다. 그로부터, 뜨거운 여름이 갔고 따스한 것들이 그리워 지는 가을을 맞았다 참 오랜동안 모딜리아니의 그림과 함께했다
문학을 회화와의 긴밀한 관계망 속에서 연구하는 교수아래서 공부했던 저자는 이후로도 '문학 속에서 그림'을, '그림 속에서 문학'을 추적하며 쟝르의 칸막이를 뛰어 넘어, 울림과 되울림을 주고 받는 시인 작가들과 미술가 사이의 행복한 교감을 읽어 낸다. 그만큼 '미술과 문학의 만남'이란 이 책은 이 분야에 관심만 있다면 흥미롭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다.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저항시인 엘뤼아르는 피카소를 "한 폭의 그림 앞에 설 수 있는 시인처럼 그는 한 편의 시 앞에 설 줄 아는 사람이다." 라고 말한다. 모름지기 예술가라면 이 정도의 감성과 통찰력을 지녀야 하는 게 아닐까..이 책에는 이렇게 동시대에 같은 뜻을 품고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교우하는 동지적 모습과 더불어 '푸생과 솔레르스'처럼 3세기를 뛰어 넘는 미학적 발견도 만날 수 있다. 20세기를 전후로해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문인과 미술가들의 만남을 18편으로 간추렸기에 깊이감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으나, 앞서서도 말해듯이 대변혁기의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예술인들이 어떻게 서로를 격려하며 어떻게 작품과 작품 밖에서 활동했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는 책이다
인간의 기억속의 근원적인 고향은 '공간의 넓이라기 보다는 물질'로 다가온다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말처럼 흙이나 바람, 물이나 불과 같은 '물질'의 기억으로 하나하나의 그림들이 한줄 한줄의 글들이 구체화 되어 실재하는 세계는 언제나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모딜리아니의 '누드'를 다섯달 동안 보아 왔다. 이제 당분간 이 그림은 볼 일 이 없겠으나 순간 순간 어느어느 대목들은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료하고 우울했던 나의 일상에 작은 외출이 되어 준 것은 2004년의 새로운 적응을 위해 애썼던 나의 날들과 함께 소중하게 기억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