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관심있었던 한 교육 과정을 듣고 있다.
착각했다, 오래 했으니 잘할 거라고, 문제인식이나 인권감성이 남다를 거라고.
교육을 준비한 사무실도, 스탭도, 강사도... 다 삑사리 나고 있다. 교육자료집이라고 나눠준 책자에는 4,5년전 자료들이 떡하니 실려 있고 강사들과 사무실은 서로 책임을 미룬다ㅡ 강의자료를 줬는데 안 실렸다, 자료를 못 받아서 작년 것을 실었다(그렇다면 작년에도 몇 년 지난 자료로 강의했다는 말이 된다. 맙소사!). 강사가 불러주는 사건 연도가 죄다 틀려서 강의시간 내내 웹서핑을 하며 고쳐야했고, 사무실 스탭들의 강의도 엉망진창이긴 매한가지였다. 심지어 강의시간을 잘못 알려줬다며 4시간 강의를 2시간만에 마친 강사가 있었는데 그 마저도 주제와 상관없는 잡담수준이었다.
이 날 사람들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고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문제는... 사무실의 대응이 형편없었다는 거다.
센터장이 공개사과를 해야 할 정도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몇 몇 사람에게만 전화하여 달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문제제기를 진지하게 듣고 개선하겠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진 빠지게 하는 것이 목적인지 처음엔 불같이 화를 내거나 문제제기하던 사람들도 서서히 잦아들어간다. 아무리 말을 해도 바뀌지 않으니까...
취업을 위해 이 수료증이 꼭 필요했던 사람들이 제일 먼저 자세를 바꿔 앉았다. 탓할 수 없다. 관련 분야에서 일하려는 것이니 사무실 사람들이 동종 업계 사람들이 되는 셈이다.
이력서에 덧붙일 한 줄이 필요했던 사람은 적극적으로 사무실 편이 되어 강의 내용에 질의하는 다른 교육생에게 강사가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핏대올리며 탓한다.
그래서일까? 스탭의 자긍심으로 산다는 이는 급기야 문제제기했던 사람들을 문제 삼고 태도가 공격적이라며 공개적으로 나무란다. 결국 문제제기하는 사람들만 지치고 상처받는다. 끊임없이 강의 평가에 '좋았던 점 없음, 주제와 부합되지 않는 강의였다'고 적어내는 건 약간의 오기도 있지만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강의수준 때문이다.
이런 수준으로 20년을 해오면 뭐하나. 한심하고 안타깝다.
한 달 동안 빡시게 진행될 줄 알았던 이 과정은 무려 30만원의 교육비를 자랑한다. 돈을 줘도 아무도 들으러 오지 않을 강의를 돈까지 들여서 듣고 있자니... 자괴감이 든다. 허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