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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ㅣ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 001, 출판사 그린비에서 내놓은 첫번째 작품이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제대로 읽어보진 못한 나로서는 리라이팅에 대한 책을 얼마나 소화해 낼 수 있겠나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책 읽기 이전, 열하일기에 대해서는 청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조선사절단의 일원으로 참여한 연암의 연경방문기라는 정도가 나의 기초지식이었다.
저자 고미숙은 고려대에서 고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고전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고전 전문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통해서 그녀의 해박한 지식세계를 우선 엿볼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열하일기의 본문을 해석하기 보다는 열하일기를 쓰고 있는 연암의 퍼스널리티에 대한 소개, 그의 인생관, 세계관, 그리고 그가 시대의 반항아적인 기질의 소유자였음을 얘기해 주고 싶어한다.
사실 한양을 떠나 머나먼 중국의 연경(지금의 북경)까지 걸어서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어드벤처이다. 지금이야 비행기로 몇시간만 가면 될 곳을 그들은 일생 일대의 모험을 한다는 자세로 청황제 건륭제를 알현하러 떠나는 것이다. 죽을 고비를 여러차레 넘겼지만 막상 도착한 연경에는 황제가 없다. 피서지이자 북중국 남만주의 변방에 위치한 열하에 있다는 소식은 그들 일행에게 비보가 아닐 수 없다.
연암은 열하일기를 통해서 티벳의 판첸라마를 만나야 하는 난처한 경험도 하게 되고 그가 그토록 좋아했던 술로 인한 수많은 에피소드를 일기로 펼쳐낸다. 원전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리라이팅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할 수 없음이 한탄스러울 뿐 그 시대의 만능 엔터테이너 연암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