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암 유희춘의 생활사를 들여다 보면 16세기 조선의 생활풍습을 훤히 엿보게 된다. 500년이나 된 16세기 삶의 모습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맛볼 수 없었던 실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무척 놀랐다. 미암 유희춘과 아내 송덕봉, 이들 부부와 거느리고 있는 수많은 식솔들은 하나의 거대한 가족사회를 이루면서 살아간다. 양반과 노비간의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상생의 관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 있는 부부관계, 그들의 사는 모습은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시대는 흘러도 사람이 사는 것은 그리 변하지 않는 듯 싶다. 필요에 따라서 소설적 허구를 가미하면서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고전을 부드럽게 처리해 주고 있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빠져들게끔 하는 마력으로 작용한다. 계급, 부부관계, 복식사, 첩에 대한 얘기 등 이야깃거리를 장으로 나눠 기술함으로써 지루함보다는 흥미를 불러 일으켜 한번 책을 잡으면 거침없이 한권을 읽게 해준다. 더운 여름날 500년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