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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장영희 교수.
선천성 장애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수의 자리에 올라 후세를 양성하는 일을 했고 암이 발병된 후 투병과정을 거쳐 다시 강단에 올랐다가 작년에 50대 초반이라는 너무나 이른 나이에 세상과 작별한 여성이다.
번역의 거목으로 알려진 장왕록 교수가 선친인 장영희 교수는 서강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영문학 박사를 취득한 후 줄곧 모교인 서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사실 장영희 교수를 잘 알지는 못했는데 내리교회 김흥규목사님의 설교 말씀 중에 언급되어 책을 사 보게 됐다.
잡지 샘터에 기고했던 에세이들을 주로 한 이 수필집은 장교수의 살아온 나날들을 잔잔한 필력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미국에서 수년동안 고생고생하여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완성한 논문을 하루 아침에 분실하여 날려 보낸 사건으로 시작하는데 읽고 있는 나역시 가슴이 무너지고 절망의 그 순간이 짐작이 된다. 그토록 힘들게 작성한 논문을 모두 날려 버렸을때의 마음이란 자살을 생각할 정도의 극한 절망이었으리라.
논문을 재 작성하여 학위를 취득한 이 여성의 일대기는 그래서 가슴이 먹먹해 진다.
수필집 전반에 흐르는 장교수의 느긋하고 소탈한 성격이 얼마나 많은 학생들과 주변인들에게 희망을 주었을지 쉽게 유추해 볼 수 있게 된다.
살아온 것은 모두 기적이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나날 역시 기적이다.
세상은 한번 살아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몸으로 보여준 장교수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이 행복하고 어쩌면 이것도 하나의 기적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