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을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지금, 여기, 없는 이의 모습이,

이렇게 변함없이 남아 되살아나는 것은 기묘한 감상을 안겨준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닌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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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09-18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좋아하지만, 특히 이 노래는 더 좋아라... 진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으니...

hanicare 2004-09-18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 와인님. 투시안이라도 있나 봐요. 하필이면 이 노래라니.
거리에서 김광석에 끌리고 이 노래에 결정적으로 마음을 빼앗겼군요. 그 두 노래 사이로 세월이 흘러갔네요.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저 늙지 않는 김광석의 얼굴.

에레혼 2004-09-1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도 이 노래를 좋아시는군요. 저도 그의 노래 중 이 노래를 좋아합니다.

아, 하니케어님, 일찍 일어나셨네요

어제 오후에 김광석을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뒤, 돌아와서 문득 생각이 나서 올려 본 노래예요
그의 '젊은' 얼굴이 아픈, 애잔한 느낌을 불러일으켜요......
 
 전출처 : hanicare > '파파 톨드 미' (11권)에서 발췌

 에피소드 46     My solitaire

(히토미;맞선을 보는 올드 미스 편집자)

 남의 부탁은 절대 거절 못 한다.언니 그건 장점이 아니라구.끝맺음이 분명하지 않은 성격이란 소리니까.우유부단하다,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용기가 없다.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이지.

좋은 아내가 되는 조건이 있다면 제1조가 순종일 것이다.물론 남편에게 순종한다는 얘긴 아니다.요새 세상에 말만이라곤 해도 남편에게 순종하는 아내는 없다.아이에게 순종하는 엄마는 많은 것 같지만.내가 말하는 순종이란 '지금'에 대한 순종. 지금 눈앞에 쌓아올린 온갖 가치관의 城에 대한 순종이다. 난 그게 안된다.도저히 따를 수가 없는 것이다.그다지 반항은 하지 않지만 왠지 흥미도 없기 때문에 성에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혼자 산책한다. 마음이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

(맞선남)저기 히토미 씨,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중략) 그 반지 어째서 왼손 약지에다?

(히토미)아 별뜻 없어요.그냥 글을 쓸 때 오른손은 걸리적거려서-그것뿐이에요.

(맞선남) 난 또. 그렇군요.안심입니다. 한가지만 더 물을게요. 실례지만 그 반지는 누가 준 선물인가요?

(히토미) 아뇨.제가 샀어요. 작은 반지를 좋아하거든요. 제 생활 속의 아주 작은 기쁨이죠.

(히토미의 친구들 장면) 그래도 역시 반지는 남자친구가 사줘야 맛이지...여자가 혼자 보석상을 서성이는 건 비참해 보이쟎아.

(히토미의 마음 속에서)

어릴 때부터 책이 좋았다.읽는 것도 들었을 때의 묵직한  느낌도 종이와 인쇄냄새도.그런 직업이 있다는 걸 안 뒤로는 편집자가 되는 게 꿈이었고 무척 열심히 노력해서 무리라고 말하는 대학에 어찌어찌 합격해서 기적적으로 지금의 이 회사에 들어갔다. 물론 이상과 현실은 조금씩 어긋나기 마련. 뒤돌아보면 난 내 꿈대로 살아왔다. 분명 많은 행운과 많은 사람들 덕이었으리라. 그래서 스스로 일한 돈으로 자신의 생계를 꾸리고 작지만 마음 편한 집도 가졌으며 거기에 더해 이런 작은 기쁨(인용자 주-스스로에게 맘에 드는 반지를 사주는 것)도 누릴 수 있었다. 이게 나에겐 황홀할 정도로 행복한 일이었는데 모두가 비참해 보인다고 말한다면 정말 그럴지도. 하지만 어째서 그게 비참해 보이는 걸까?

(맞선남 측 중년부인)

저기 ..몹시 실례되겠지만 히토미씨가 지금까지 혼자 지낸 데 혹시 무슨 이유가 있는지?

(맞선남)일이 꽤 힘들죠?

(히토미) 네, 시간도 불규칙하고 ㅡ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맞선남)하지만 만약 저와 결혼하신다면 전 히토미씨가 계속 일하는 걸 허락할 겁니다.

(히토미)허락해주셔서 고맙군요.마치 신 같네요.

(맞선남)

히토미씨 같은 분은 밖에서는 유능한 직업여성이고 안에서는 아내와 엄마로서 양자를 훌륭하게 소화해낼 게 분명합니다. 전 집에 돌아왔을 때 맛있는 음식만 식탁에 차려져 있으면 아무런 불평도 없거든요.

(히토미) ...그렇지 않아요.만약 결혼하셔도 제가 요시오씨보다 일찍 들어오는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봐요.주말도 그렇고.

(맞선남)요새는 맞선을 우습게 보지만 현실적으로 무시할 순 없죠.스트레스도 받고 동급생도 이제 거의 결혼해버렸으니.독신은 회사에서 혜택도 적어요.

(히토미)

왜죠? 왜 독신은 안되는 거예요?  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거죠? 생각해 본 적 없으세요?

왜 결혼하지 않느냐, 더 적극적으로 찾아봐라.솔직히 진짜 그런가 싶을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신기한 기분이 들어요. 그런 말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하고.

(집으로 돌아온 히토미의 독백)

하지만..혼자 잼을 만드는 일.혼자 반지를 사는 일.혼자 살아가는 일. 한 사람을 계속 좋아하는 일. 행복한 꿈은 꾸지만 행복에의 야심은 갖지 않는 일. 어째서 안 되는 걸까? 누구에게도 나쁜 짓은 하지 않는다.

혼자 있으면 인간은 더 빨리 진화하는지도 모른다. 빨리 어른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 발 먼저 앞서가는 일.마음 속에 자기 혼자만의 혹성을 찾아내는 일. 그건 동물로서의 인간에겐 안 좋은 일이겠지만. 유전자는 두 개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나는 태고 때부터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생물로서의 목소리, 여기에 머무르라는 목소리이고 또 하나는 본 적 없는 미래의 존재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목소리. 그 친절한 사람들은 전자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사람들일 것이다. 같은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도 비어져 나온 사람에게 차갑게 대하는 것도 전자에서는 의의가 있다. 지켜야 할 건 많으니까. 그 사람들이 때때로 목소리를 높이거나 초조해해는 건 희미하게 노래하기 시작한 또 하나의 목소리를 없애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으로서. 외로운 것도 멋진 일. 조금은 쓸쓸하지만 다정한 아주 먼 거리를 두고 작게 반짝이는 별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 난 이렇게 패기 없고 에고이스트이며 축복받은 행복한 사람이니까. 무섭지 않아. 이 진화의 요람도. 그리고 때때로 소파 위에서 2000억 광년의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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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혼 2004-09-1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살아간다는 것....마음 속에 자기 혼자만의 혹성을 찾아내는 일....
인간으로서. 외로운 것도 멋진 일. 조금은 쓸쓸하지만 다정한 아주 먼 거리를 두고 작게 반짝이는 별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

한 친구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탐구할 수 있는 완성된 세상에서라면 인간은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바라는 대로 글을 쓴다는 것이 곧 사는 것이라고."


 

-- 마르그리트 뒤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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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nd all your time waiting for that second chance
for a break that would make it okay
there's always some reason to feel not good enough and it's hard at the end of the day
I need some distraction oh beautiful release memories seep from my veins
let me be empty oh and weightless then maybe
I'll find some peace tonight

In the arms of the angel fly away from here from this dark cold hotel room
and the endlessness that you feel you are pulled from the wreckage of your silent reverie 
you're in the arms of the angel may you find some comfort here

So tired of the straight line and everywhere you turn there's vultures and thieves at your back
the storm keeps on twisting you keep on building the lies that you make up for all that you lack
it don't make no difference escaping one last time it's easier to believe
in this
sweet madness oh this glorious sadness that brings me to my knees

In the arms of the angel fly away from here from this dark cold hotel room
and the endlessness that you feel you are pulled from the wreckage of your silent reverie
you're in the arms of the angel may you find some comfort here
you're in the arms of the angel may you find some comfort here

 

다시 올 기회를, 모두 잘 될 그 기회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세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데에는 항상 이유가 있죠
하루가 끝날 때에는 너무 힘들어요

내게는 휴식이 필요해요 편안한 안식이 말이에요 내 혈관으로부터 스며 나오는 기억
날 공허하도록 한없이 가볍게 해주세요
그럼 오늘밤 평안 찾을 수 있겠죠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 어둡고 추운 호텔방과 당신이 느끼는 막막함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천사의 품에서 말이에요

당신은 이제 소리없는 몽상의 파편에서 빠져 나와 천사의 품에 안긴 거에요
여기서 조금이나마 평안을 찾기를 바래요

똑바로만 사는 삶이 지루해서 조금씩 길을 벗어 날 때마다 등뒤엔 강도와 도둑들이 당신을 노리고 있어요 폭풍은 더욱 심해져만 가고 당신은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거짓말을 계속 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변한 건 아무 것도 없어요 마지막 단 한번만의 탈출
이 달콤한 광기와 날 굴복시키는 이 찬란한 슬픔을 믿는 것이 차라리 더 쉬울지도 몰라요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 어둡고 추운 호텔방과 당신이 느끼는 막막함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천사의 품에서 말이에요

당신은 이제 소리없는 몽상의 파편에서 빠져 나와 천사의 품에 안긴 거예요

여기서 조금이나마 평안을 찾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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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09-16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ity of angel의 테마 음악이었던가요. 영화는 그저 그러하였는데, 음악이 귀에 남아서 나중에 그녀의 씨디를 구했어요. 사라, 그녀는 참 매혹적이네요. 목소리도 외모도...

에레혼 2004-09-16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왜 이리도 매혹적인 여자들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여기 알라딘에도 그렇고......
무슨 노랫말처럼, 하늘에서 '매혹적인 여자들'이 비처럼 쏟아지나 봐요!

플레져님, 이 노래처럼 편안한, 좋은 밤 되세요

로드무비 2004-09-1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와인님 덕분에 요즘 호사스런 아침을 누립니다.
고마워요. 사라 맥라한...이름도 멋지네요!
목소린 또 얼마나 쫄깃쫄깃한지...^^

에레혼 2004-09-1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쫄깃쫄깃한 목소리라.... 참 유쾌하고 살아 있는 표현이네요
로드무비님은 낭랑하고 통통 튀는 물방울 같은 목소리를 갖고 계실 것 같아요....
님의 경쾌한 발걸음, 늘 바지런히 들러 주셔서 덕분에 저도 기분 좋은 아침을 맞습니다
(오늘 오후에 우체국 갈 예정이에요...)
 

 

누가 암시해 주기 전에 이미 모든 것을 느꼈으므로, 느낌을 표현하려는 생각을 버린다면,

그때 사랑이 시작된다.

언어가, 손이, 성기가, 입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가깝게 타인에게 다가간다면,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Jai Radha Madhav( from the album "Love is Space") : Deva Premal

 

매혹은 더 광범위하고 더 가차없는 본능적인 힘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그 개요는 스탕달이 밝힌 것과 마찬가지다 :

사랑은 과거에 대한 열병과도 같은 것이다. 이번 매혹은 이전의 매혹에서 유래한다.

사랑 안에서, 매복하고 있는 것은 과거 전체다.

자발적으로 이 열병에 걸릴 수는 없다.

지금 벌거벗은 후손들과 옛날 장면의 얼굴이 돌연 접촉하여 영혼과 불꽃 튀기듯 교섭하여,

육체를 타오르게 한다.

첫눈에 반하기에는 내밀함이 이미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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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16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와인님, 이제 저녁준비 좀 하려고 했더니 아주 제 머리채를
끌어당기시는군요.^^

에레혼 2004-09-1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책꽂이에서 <마르그리트-- 글쓰기, 피해갈 수 없는 나의 길> 꺼내서 몇 장 뒤적거리다가... 오늘 종일 이러고 앉아 있네요......
우체국에 다녀와야 하는데, 하는데 하면서 말이지요.
내일쯤 날개 달아 날려 보낼게요.

오늘 저녁 메뉴는 뭔지, 솜씨 좋은 로드무비님의 밥상이 궁금하군요, 혹시 그 정갈하고 맛깔스런 밥상 위에 머리카락 하나 떨어뜨리지 않았나 돌아보세요.^^

2004-09-1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따라 들어왔어요.. 사랑에 면죄부를 주는군요..퍼갑니다..'ㅅ'

에레혼 2004-09-16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님, 반갑습니다, 로드무비님이 참 좋은 벗들이 많으시지요...
님도 오며가며 뵈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이름의 진중함에 설핏 주눅이 들어서, 눈도 한번 제대로 못 맞췄네요.
사랑에 면죄부가 필요하셨나요?
님의 방에도 한번 놀러 갈게요.

플레져 2004-09-16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밀한 생을 읽다가 온통 빨간 줄 투성이어서 빨간 펜을 놓아두고 읽어더랬습니다.
아무데나 펼쳐 읽어도 시선을 잡아끄는 글들이지요.
키냐르씨의 마음을 훔쳐오고 싶다니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