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늦은 저녁, 외출했다가 돌아온 직후였다. 막 컴을 켜고 알라딘 서재에 들어오려던 참에 기침이 시작됐다. 그것이 신호였다. 발작적 증세. 주체할 수 없이 연방 터지는 재채기와 줄줄 흐르는 콧물과 급기야는 호흡 곤란으로 이어지는. 기관지의 점막이 부풀어올라 벌겋게 충혈돼 있는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멈추고 싶은데 멈출 수가 없다는 것. 내 의지나 인내로 상황을 조절하거나 감내할 수 없다는 것. 온몸으로 밀고 들어오는 무서운 기세에 그저 두 손 들고 투항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것은 생생한 공포였다. 신경질적인 재채기가 이어질수록 점점 목구멍이 따가워지고 좁혀져 오면서 숨쉬기가 곤란해져 갔다. 목안인지 가슴의 어디께인지에서 쌕쌕거리는 쇳소리가 들려왔다. 맑고 점성이 없는 콧물은 채 다 안 잠근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닦을 새도 없이 뚝뚝 떨어지고, 그 와중에 양치질을 하러 들어간 욕실 거울에 비쳐진 얼굴을 보니 몇 시간 정신없이 울고 난 사람 마냥 눈이 잔뜩 충혈돼 부어 올라 있다. 고작 15분 여 동안 진행된 상황이다. 그야말로 '발작적'이라는 말 그대로의 증세.
나는 그때까지 나의 이런 증세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언제, 어떤 원인으로 이런 증세가 발병됐는지도 역시 잘 모르겠다. 지난 여름부터 잊을 만하면 한번씩 간헐적으로 늦은 밤이면 나타나곤 하던 증세인데, 다행히 낮에 활동을 할 때는 아무 일이 없었던 터라 간혹 밤에 그런 증세가 나타나면 그 길로  잠자리에 듦으로써 묻어 버리곤 했던 것이다. 하기는 여태까지는 그런 발작적 징후가 미약하고도 짧게 나타났다 곧 사라져 갔으므로 견딜 만했던 것이리라.
마침 응급실 진료 때문에 병원에 가 있던 남편에게 급히 연락해 약을 처방해 오도록 했다.
몇 알의 알약과 시럽을 먹고(약의 이름과 성분은 모른다...), 가습기를 틀어놓고 옥돌 매트의 온도를 높이고는, 좀 전의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고통과 그보다 한 스푼의 쓴 약만큼 더했던 공포를 잠재우기 시작했다.
천식 발작이란 게 이런 것....... 이런 상태로 돌연, 강도라도 당하듯, 갑작스럽고도 황당하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꽤 부풀려진 과장과 엄살이 버물려진 반응이지만, 그 순간에는 정말 그런 생각이 더없이 실감나는 실체로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역시 고통은 어떤 관념보다 물질적이고 육감적이다. 고통에 이어지는 두려움은 은유나 상징 따위를 거들떠보지 않는 직설적 화법이다. 곧바로 삶과 죽음의 문제로 달려든다. 아무리 사소하고작은 고통이라 할지라도, 몸이 느끼는 고통은 그렇다.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자 마치 폭풍 뒤 맑게 갠 아침처럼 말짱하고 평온하다. 아직 기도의 점막은 부어 있는 상태라 둔중한 감각과 피가 섞인 침이 넘어갈 때의 비릿한 맛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살 만하다. 정신과 여유를 되찾고 네이버 지식인 검색에서 '천식과 비염'을 검색해 보았다. 나의 증세가 어떤 것인지는 이해해야겠기에.
유전적 요인이 아니라면 환경적 요인에 의한 알레르기로 봐야 하는데, 모든 알레르기 질환이 그렇듯이 병인도, 치료법도 확실한 것은 없다. 추정된 다양한 원인과 일시적인 치료법이 있을 뿐.
네이버 지식 검색에서 찾은 천식의 유발 원인은 이렇다.  

"천식의 병인은 그리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중에서 상당한 요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알레르기이다. 그러나 실제로 알레르기 단독으로만 천식을 일으키는 경우보다는 감염이라든지, 자율신경계의 실조(失調), 내분비계의 이상, 수용체의 차단상태, 정신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천식을 일으키게 된다. 게다가 천식의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경우에, 여기에 알레르기 반응 등의 후천적인 원인이 더해져서 천식을 일으킬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다.
 
알레르겐
일반적으로 알레르기성 천식인 경우 어떤 물질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 생기는데 집먼지진드기, 집먼지, 꽃가루, 동물의 털, 곰팡이, 우유, 계란, 견과류, 생선, 복숭아, 메밀 등이 대체적으로 문제가 된다. 이렇듯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알레르겐(또는 항원)이라 한다. 우리 나라에서 4가지 대표적인 알레르겐은 집먼지진드기, 쑥 꽃가루, 고양이 털, 알터나리아 곰팡이 이다. 그 중 집먼지진드기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는데 소아 천식의 70∼80%, 성인 천식의 40∼50%가 집먼지 진드기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생기는 것이다.

유발 요인(비항원성 천식 유발 자극)
알레르기성이 아닌 기관지 천식일 경우에는 감기, 운동, 찬 공기(기후의 변화), 오염된 공기, 담배연기나 페인트, 향수와 같은 진한 냄새, 스트레스, 흥분, 고함 지르기, 식도 역류, 약물, 임신, 술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이런 것들은 알레르겐과 구별하여 유발 요인이라 한다."

대부분의 알레르기성 질환은 사실 완치가 어려운 만성병이라서 어떤 병인으로든 한번 생기면 평생 애증이 뒤섞인 친구처럼 사이좋게 데리고 가는 수밖에 없는 걸로 안다. 한 친구의 말을 빌자면 "인생을 겸허하게 살라는 한 충고"인 셈이다.
그래, 겸허함,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감사와 빚갚음...... 그렇게 받아들이련다. 오늘 아침, 오랜 병상에서 떨치고 일어난 사람 마냥 기대치 않았던 어떤 의욕과 감사가 다시 솟아난다.  한 차례의 돌연한 발작적 증세가 오히려 나의 오랜 무기력과 미지근한 감정 상태를 깨끗이 청소해 준 느낌이다. 안개를 헤치고 비쳐드는 힘센 아침 햇살처럼.



덧붙여서.....
네이버 지식인 검색의 재미있는 점.
'천식'에 관련해 이런 기타 의견과 웹문서와 이미지를 함께 보여준다. 검색어에 대한 기계적이고 방대한 검색 반응의 결과. 재미있어서 혼자 웃다.

s2m00k4 기타
궁금하군요 이런 증상이......... 2003-11-20 23:33:52
 
 iorc 기타
인삼식용유를 드십시요. 공복에 3주간만 드시면 확실히 치료됩니다ㅓ. 2004-02-17 21:41:59
 
 karlose3015 다른 의견
건강한 집.숨쉬는 집 만들기 프로젝트 알레르기, 꽃가루방지, 천식 - 황사, 공해, 숨쉬는 집, 먼지 여과 방충망 생산업체, MBC 러브하우스 협찬.
www.hwangsa.net 031-335-0105 2004-04-08 09:14:51
 
 artinone 동의하기
좋은 정보네요..저도 천식환자인데요..이런 지식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별거 아닌 병으로 생각들 하던데...그리고 감기랑 첨엔 비슷하길래 저도 너무 늦게 치료를 시작했거든요. 2004-04-28 01:09:31
 
 lycos0110 기타
제가 면역력이 약해 비염과 약간의 천식 있는 관계로 천연항생제라고하는 프로폴리스란 제품을 복용을 했는데 완치된 건 아니지만 가격도 국산 반이고 캐나다산 천연제품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아주 효과가 좋더라구요.
www.vitaland.biz에서 구입하실 수 있을 겁니다 2004-06-28 02:35:19
 
 2wjdtlr 다른 의견
안녕 하십니까 집먼지 진드기 전문 항균 정소업체 알렉스입니다. 고민하시지 말고 저희와 상의 하십시요. allerx.net 부천지사(017-353-8322) 2004-07-02 13:10:08
 
 kr1750 다른 의견
● ● 먹는 수세미외를 이용한 천식 치료법(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 민간요법)을 소개합니다.. ◆◆
http://www.susemi.id.to ◆◆ 2004-10-06 11:19:10
 

선술집
... 흠…" 천식은 다시 눈물이 글성글성해지며 목메인 소리를 한다. "내가 맘이 변해졌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요?" 현호는 천식의 말을 들을수록 모호하고 이상하였다. "선생님은 지금바로 오득 어머니에게 쌀을 한바가지나 퍼주시지 않었읍니까?" 하고...
 
보도방 2
... 모양이었다. "이 오빠가 말이야. 아주 세더라고. 우리 한참 했지? 그지?" 운향은 천식에게 확인이라도 하듯이 말을 건넸다. 천식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형민에게 미안한 듯 실실 웃어댔다. "정말 그래? 호오, 그럼 천식이가 진짜 센 놈이군. 얼마나 오래...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11-08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11-0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와인님, 너무 놀라셨겠어요.

이제 좀 괜찮으신 거죠?

남편분이 의사라니 안심이 됩니다.

아무튼 조심조심하시고요.

저도 이제부터 천식에 대해 관심을 좀 가져야겠군요.

조선인 2004-11-0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병상련에 반가운 마음이 들다니 저도 제정신이 아니군요. -.-;;

올해부터 깊은 밤에 발작이 찾아온다면 일단 집먼지 진드기가 제일 의심되네요. 더군다나 옥돌매트를 쓰신다니까요. 햇볕에 매트를 하루 바싹 말린 뒤 항진드기매트커버를 씌우시길 바랍니다. 물론 진드기자바도 필수구요.

그리고 가습기나 가습기메이트는 쓰지 마세요. 가습기는 세균이 살기 최적의 환경일 뿐 아니라, 이를 막는 가습기 메이트의 화학성분이 또 알레르겐이 될 수 있답니다.

무엇보다 얼른 호흡기내과나 알레르기 전문의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일단 기관지확장제 부작용은 없는 듯 하지만 전문의와 상담은 필수!랍니다.

뭐, 부군이 의사이신 듯 하니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종합병원 의사들은 워낙 바쁘다보니 막상 자신이나 가족의 건강을 꼼꼼히 못 챙기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조선인 2004-11-08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allumi.donga.com/

아직 정보가 부실하긴 하지만, 그래도 알레르기 전문 사이트입니다. 물론 서핑으로 얻는 정보보다는 진료가 선행되어야 하는 거 잊지마세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1-08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괜찮으세요? 알레르기성 천식이 무척 무서운 거군요.

건강하셔야 돼요, 라일락와인님...

에레혼 2004-11-08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병은 소문을 내라더니..... 같이 염려해 주시고 귀한 조언 주신 님들, 고맙습니다.



귓속말님, 지르텍과 흡입제, 저도 상비약으로 구비해 둬야 할까요? 요가는 혼자서 짬짬이 하느라고 해 왔는데, 아무래도 학원에 등록하고 규칙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자꾸 게으름을 피우게 되서요......



로드무비님, 역시 님은 마음이 따뜻한 분! 님은 표정과 말에서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아이 같은 분일 듯! 그래서, 제가 님을 무척 좋아하지요!



조선인님,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에 귀한 정보 나눠 주신 것, 정말 고마워요. 아무래도 집먼지 진드기가 가장 유력한 원인이겠지요? 집에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는데, 그것도 한 원인일 듯싶구요.....

어쨌든 이렇게 증세와 치료법을 같이 나눠 가다 보면 한결 치료에도 힘을 얻게 되겠지요. 든든한 벗을 만난 듯해서 저도 반가워요-.- ;;



이 안님, 오늘은 목에 후유증이 남았고, 천식 기운 대신에 몸살기가 찾아왔어요. 두통과 근육통이 만만치 않군요..... 우리, 정말 건강해야 해요!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자신을 위해 주고 잘 챙겨 줘야 할 나이가 아닐까요......



걱정해 준 님들 덕분에 오늘 푹 쉬고 나면 회복되겠지요, 고맙습니다.

로드무비 2004-11-09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지셨다니 다행이군요.

몸살기 싹 가실 때까지 편히 쉬세요. 맛난 것 드시면서......

그리고 9000 캡쳐 이벤트를 하셨더군요.

바뀐 주소 알려주세요.^^

hanicare 2004-11-09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의 고통에 비하면 마음은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요.그러고 나면 책에 씌여진 글자가 폴란드망명정부의 지폐처럼 우수수 져버리더라는.무사귀환을 축하하면서.

에레혼 2004-11-1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케어님, 며칠 사이 몸에 여기저기 이번엔 내 차례야, 하듯이 돌아가며 이상한 징후들이 나타나자, 제가 한 생각이 바로 그거랍니다. 몸의 이 생생한 고통에 비하면 마음의 고통이란 얼마나 관념적이고 허약한 것인가...... 몸에 들이닥치는 고통은 펄떡거리는 날것이라서 그것을 이루고 있는 입자 하나하나를 손으로 집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헌데 또 그 고통을[고통의 부위와 고통의 감각과 정도를] 언어로 정확히 표현하기란 얼마나 어렵고도 낯선 것인지요.

에레혼 2004-11-12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르텍, 벤토린... 이제 이런 이름들에 친숙해져야 하려나 봐요

새벽별님, 34년째라니, 그 동안 고충이 얼만 컸을까요, 전 이 초기 증세에 이렇게 엄살을 떨어대는데 말이에요...... 헌데 정말 몸의 균형을 한번 잃고 나니, 그동안 내가 내 몸에 참 무심하고 오만했구나 하는 반성이 들기는 하더군요.

2004-11-13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나중에 봐요..하하 정말 다양한 의견이 있군요..이 글 보니 님은 줄줄 흐르는 콧물 멈추지 않는 재채기...정말 제 증상과 꼭 같군요..전 큰 아이 낳고 한 5년간 그러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해마다 반복 되던 걸요,,,꼭 그 시기가 오면...그 땐 너무 심해서 결국 병원도 다니고 그랬는데 잠깐은 괜찮지만 뿌리가 뽑히진 않더라구요.평소에는 감기도 한 번 안 걸리고 씩씩하게 사는데 말이죠...저도 제 인생의 경고 쯤으로 여겨지더군요. 몸에 제게 하는 경고...그 이후로 별 달라진 생활 태도는 없지만 면역 체계가 약해졌다는 신호니까 좀 조심하면서 삽니다. 운동해야지...항상 마음의 숙제를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