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한 집 가까이에 커다란 못이 하나 있습니다. 어쩌면 그 못이 저를 이 동네로 오도록 끌어당겼는지도 모르겠어요.  어제 오후 늦게, 산책 삼아 슬슬 걸어가 보았습니다. '금산못'이라고도 하고 '금호 저수지'라고도 불리는 크고 깊은 못까지...... 저의 발걸음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가는 길에 한 가게 앞 간이 뜰에 피어 있는 분꽃을 만났어요. 어릴 때 집 마당에도 이 진달래빛 분꽃과 노란 색 분꽃이 심겨져 있었지요. 작고 정겨운 세간살이 같은 꽃. 소꿉놀이 할 때  어떤 재료로 쓰였더라.......





 

 

 

이런 건물들 앞을 지나서....... 철물과 만두집이 한 간판에 적혀 있는 저 가게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서 기웃거리게 합니다. 아무리 봐도 철물들만 잔뜩 쟁여져 있을 뿐 만두를 팔 것 같지는 않은데, 저 '만두'가 의미하는 게 그 '만두'가 아닐까요? 그 옆의 댄스 교습 학원. 창문에 커다랗게 로만 재즈, 에어로빅... 그리고 한쪽 편에 "프리 댄스= 나이트 댄스 + (?)"라고 적혀 있습니다. 괄호 안에 들어갈 정답이 뭐지요? 퀴즈를 푸는 사람처럼 혼자 속으로 묻곤 합니다.





 

 

 

 

 

 

 

 

 

자, 이제 저수지 입구에 다 왔습니다. 언제나 그런 곳의 초입에 있기 마련인 주점 문앞에 이런 술단지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더군요. 막걸리 300리터라면 몇 사람이 하룻밤을 작파할 수 있는 용량이 될까요? 저 정도를 마셔 줘야 술 한 동이 비웠다고 담대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이런 길을 따라 오른쪽 편으로 못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렇게요..........


 

 

 

 

 

 

 

 

 

 

 


 

 

 

 

 

 

 

 

 

 

 


 

 

 

 

 

 

 

 

 

 

 

못 주변에서 만난 풍경들, 저 '찜갈비집' 플래카드를 잠시 봐주실래요? "MBC, KBS, SBS에 출연하고 싶은 집"이라고 씌어 있군요. '출연한 집'이 아닙니다. '출연하고 싶은 집'이랍니다. 그 깜찍한 기대와 유머에 빙그레 웃고 맙니다.

고추는 빠알갛게 익어가고, 곡식 나락은 햇빛과 바람에 말려지고 있습니다.




 

 

 




 

 

 


 

 

 

 

 

 

 

 

 

 

 

그새 호수 위에는 붉은 기운이 번지기 시작합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손톱만한 달도 새침하게 보이네요.


 

 

 

 

 

 

 

 

 

 

저수지 주차장에서 이어지는 등산로로 접어들었습니다.

아, 평상이 있군요, 평상! 그 뒤켠에는 특이하게도 게시판 모양의  거울이 세워져 있습니다. 소정상까지 1.5km 정도.... 온 김에 조금만 더 올라가 볼까요.


 

 

 

 

 

 

 

 

 

 

 

 

 

 

 

 




 

 






 

 

 

 

 

30분쯤 산길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이 하늘은 조금 더 어두운 푸른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못에는 붉고 노란 노을이 황금 벼처럼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구요........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겠지요? 짧은 산책, 괜찮으셨나요?

 

 

Joan Baez-The River In The P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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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10-23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은 그림처럼 그윽하고,간판들은 생활처럼 앙앙불락하여 귀엽고,그리고 추워지는 느낌에 쓸쓸합니다. 잘 봤어요.좋은데요.

2004-10-23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넘 멋있어요. 너무 재밌구요..어제 달이 저랬지요..저렇게 작은 사진은 사이즈를 어떻게 넣나요..배우고 싶어라..그리구 이 노랜 저의 추억의 노래인데..헐..

내가없는 이 안 2004-10-2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와인님 따라 산책 즐거웠어요. ^^

2004-10-23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4-10-2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은 풍경화 같아요. 산책 끝내고 커피 한잔 하러 가요~ ^^

에레혼 2004-10-23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 따라 나오신 님들, 좋으셨다니 저도 좋습니다!

참나님, 저도 저런 사이즈로 만드는 것 처음 해봤는데, 포토샵에서 이미지 사이즈를 200으로 해서 줄여 봤어요, 보통 다른 사진들은 500으로 했거든요...... 이렇게 설면하면 되는 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잘 모르는 대로 한번 시도해 보는 거죠, 뭐.

서재지인들이 제 카메라에 담긴 풍경을 좋다 하시니, 내가 사진 좀 찍나~ 하는 자만심이 슬 고개를 듭니다.^^;; 실은 카메라의 대상이, 빛과 길의 풍경이 모든 걸 다 받쳐 주고 있는 건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