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사를 했습니다

한 집에서 짐을 싸서 또 다른 한 집으로 옮겨 풀어놓기까지,

모두 14시간이 걸린 장정이었지요

[그나마 포장 이사를 했으니 그 정도이지, 저나 식구들끼리 했다면 한 달 보름쯤 걸렸을지 모를 일...]

 

집을 옮긴다는 것, 居處를 바꾼다는 것

 '이사'라는 그 과정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순간들이 있어요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구나를  환한 햇빛 속에 드러나는 먼지의 형체와 존재처럼 명징하게 보여주는 순간들.....

내가 이런 거 하나 못 버리는 사람이구나,

아, 그동안 이런 건 처박아두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구나,

맞아, 그때 이런 사진을 찍었었지,

이 책을 읽던 시절의 나.... 그땐 그런 생각을 했었지.......

이 공간에서 보냈던 시간들 속에 내가 흘렸던 눈물과 웃음들, 그 시간 동안 만나고 헤어졌던 사람들에 대한 조각난 기억들....

그런 순간을, 그런 흩어지는 구름같은 느낌들을 기록해 두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잘 되질 않았어요 

아직 길들지 않은, 정들지 않은 공간에서의 시간들이라도 잡아 보고 싶습니다

 

방금 인터넷 연결이 돼서, 그 기념으로(!)  짧게 적어봅니다.

 



 

 

 

 

 

 

 

 

 

짐을 옮겨오기  전 빈 집의 기록....

이제 이 공간에 나는 무엇을 적어넣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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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0-1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보내는 우정의 엽신들로 채워 주세요.^^
(반가워서 한달음에 달려왔어요.헥헥)
라일락와인님, 수고 많으셨어요. 몸살은 안 나셨어요?

2004-10-13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쓰셨어요.. 뒷 마무리 잘 하시고, 이사한 집에서의 생활이 빨리 안정되길 바랄게요..아자~!

urblue 2004-10-1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고 나면 정말 몸살 나잖아요.
정리할 게 더 눈에 띄더라도 좀 덮어두고 쉬세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0-1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연결이 무척 빠르네요. 그렇지 않아도 화요일에 이사하신다는 게 어제 생각나
라일락와인님 오시려면 시간 좀 걸리겠다, 하고 있었는데... 너무 반가워요!
집이 너무 훤해요. 저 고운 무늬는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혹 벽지? ^^
집이 정리되면 살짝살짝 보여주실지? (무색하게 긁적긁적. ^^)

에레혼 2004-10-14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의 팬클럽 회원들이 다 모였군요[역시 회원들이란...!] ㅋㅋㅋ

로드무비님, 정말 빠른 속도로 달려오셨네요, 100미터 달리기가 10초 대?
어제는 제가 얼마나 약한 사람인지 절감하겠더라구요, 짐을 다 싸기도 전에 탈진 증세와 망연자실 상태에 돌입... 내가 이렇게 많은 허접한 것들을 지니고 살았단 말인가.... 이런 걸 다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나... 코펠 하나 버너 하나만 있어도 살 것 같았던 그 청춘의 할랑한 영혼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짐을 꾸리며 속으로 별 되잖은 푸념을 늘어놓았다지요, 그래도 어쨌든 시간은 가고,시간이 가니 그럭저럭 끝이 보이더군요
그나저나 앞으로 꼭 '우정의 엽신'이어야 할까요? 핑크빛 아니면 보랏빛 '연애 편지'는 안 될까요, 로드무비님?

참나님, 오랜만에(!) 들르셨네요, 정리는 천천히, 느긋하게, 일상을 즐기면서 하려구요, 뭐 빨리 정리하고 검사받고 '참 잘했어요' 스티커 받을 것도 아니니까요, 쉬엄쉬엄, 놀면서, 즐기면서, 천천히, 아자!

유아블루님, 제가 몸살 같은 것 하기에는 몸이 좀 튼튼한가 봅니다, 어제는 좀 기진맥진했는데 한 밤 자고 일어났더니 그새 몸이 거뜬하네요! 그래도 '쉬어가며 하라'고 응원(?)해 줘서 고마워요!

이 안님, 제 이사 날짜까지 기억해 주시고....... 고맙습니다! 이렇게 이틀만에(!) 다시 만나니 저도 너무 반가워요!!!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이사-- 비포어 앤 애프터"를 함 기획해 볼까 구상중이에요^^
[저 꽃무늬는 너무 차분하게 가라앉은 집안 분위기에 작은 변화를 줘볼까 싶어 현관에서 들어오면 마주보이는 쪽 작은 벽면에만 바른 벽지랍니다, 좀 과감했나 싶지만 나름대로 활기있어 보이고 그래서 마음에 듭니다.]

선인장 2004-10-13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비포 앤 애프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철 들고 나서 이사를 하두 많이 다닌 통에, 전 무슨 이사가 이벤트 같아요. 가끔 가구의 위치를 바꾸거나 책장의 책들을 모조리 꺼내 재정리를 하거나, 그래도 지루하다고? 그럼 집이나 한 번 옮겨볼까? 그래도 고단한 건 여전하지요. 팔, 다리, 어깨, 주물러줘야 되는데....

에레혼 2004-10-14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를 심심하면 한번씩 하는 이벤트쯤으로 생각하신다구요? 아, 대단하십니다, 선인장님......
아무리 그래도 이사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닐 터! 일단 마음에 맞는 적당한 이주처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처음엔 좀 막막한 심정이 들지 않나요? 그래도 자주 집(방)을 옮겨 주면 구질구질한 것들이 쌓이지는 않겠지요...... 저는 이번에 몇 년 만에 대청소 함 했습니다, 결국 10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로 들어간 것들.... 그것들을 구석구석 쌓아두고 쑤셔박아넣고 잊어버리고 살았구나 싶더라구요.

이참에 이사에 관한 생각 부스러기, 몇 개 더 적어 보려구요......

플레져 2004-10-1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팬클럽 회원에 지각했지만, 그래도 저를 빠뜨리시면 안되요! ^^
요새 놀러다니느라고...^^:;
꽃무늬 벽지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요샌 인테리어 할 때 한 면은 다른 벽지로 채운다는데...역쉬, 와인님은 ~~!!

에레혼 2004-10-14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럼요, 플레져님이야 일찌감치 제 회원 명부에 올려져 있지요^^
좋은 데 놀러도 다니고, 바지런히 페이퍼도 올리고, 살림도 이쁘게 하는... 에너지가 충천한 플레져님

나는 요즘 복고 무드에 젖어서, 꽃무늬 벽지에 쟈카드 커튼에, 폭넓은 통바지에, 옛날 노래들을 듣고 있어요.... 아, 역시 고전이 좋아요!

코코죠 2004-10-15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도 팬클럽 회원;;;

이사를 축하드려요, 오오, 이젠 맨날맨날 아주 자주 뵐 수 있는 거겠죠(라고 강하게 협박하는 오즈마)

에레혼 2004-10-15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회원 수첩 안 드렸던가요, 오즈마님 ㅎㅎㅎ
저의 청*에 빠른 응답을 기다리고 있겠어요옷![라고 강하게 어필하는 라일락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