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이사를 했습니다
한 집에서 짐을 싸서 또 다른 한 집으로 옮겨 풀어놓기까지,
모두 14시간이 걸린 장정이었지요
[그나마 포장 이사를 했으니 그 정도이지, 저나 식구들끼리 했다면 한 달 보름쯤 걸렸을지 모를 일...]
집을 옮긴다는 것, 居處를 바꾼다는 것
'이사'라는 그 과정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순간들이 있어요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구나를 환한 햇빛 속에 드러나는 먼지의 형체와 존재처럼 명징하게 보여주는 순간들.....
내가 이런 거 하나 못 버리는 사람이구나,
아, 그동안 이런 건 처박아두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구나,
맞아, 그때 이런 사진을 찍었었지,
이 책을 읽던 시절의 나.... 그땐 그런 생각을 했었지.......
이 공간에서 보냈던 시간들 속에 내가 흘렸던 눈물과 웃음들, 그 시간 동안 만나고 헤어졌던 사람들에 대한 조각난 기억들....
그런 순간을, 그런 흩어지는 구름같은 느낌들을 기록해 두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잘 되질 않았어요
아직 길들지 않은, 정들지 않은 공간에서의 시간들이라도 잡아 보고 싶습니다
방금 인터넷 연결이 돼서, 그 기념으로(!) 짧게 적어봅니다.

짐을 옮겨오기 전 빈 집의 기록....
이제 이 공간에 나는 무엇을 적어넣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