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래요
정 재 학
저녁 굶고 술 마셔요 늘 그래요 TV는 계속 짖어대요 혼자 두어도 잘 놀아요 가끔은 알 수 없는 웃음소리가 흘러요 보지 않아도 TV를 끄지 않아요 그때의 정적이 싫거든요 시월이 오면 손에서 땀이 흘러요 종이가 찢어져 편지조차 쓸 수 없어요 늘 그래요 그녀는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어요 생각해 보니 연락이 안 온 지 꽤 되었어요 그냥 무덤덤해요 내일은 영화나 한 편 보려고 해요 늘 그래요 웃다가 내가 왜 웃었는지 까먹어요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한참을 생각하다 그냥 덮어두기로 했어요 늘 그래요 집에 들어와 보니 피아노가 부서져 있었어요 피아노 속에는 묵은 기침이 가득하고 책에서 쏟아져 나온 글자들이 바닥에서 꿈틀대고 있었어요 눈썹에서 물감이 묻어 나와요 나는 허공에 검은 물감을 풀어 넣어요 늘 그래요 회색 물방울들이 날아다니며 기타 줄을 건드려요 꿈은 언제나 명확해요 사람들은 왜 자신이 하나의 꿈이라는 걸 믿지 않을까요 가방에서 잉크가 새고 있어요 옷이 더럽혀졌어요 사람들이 모래처럼 휘날려요 늘 그래요
-- 정재학 시집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민음사)

오늘 만난
시 한 편
"사람들은 왜 자신이 하나의 꿈이라는 걸 믿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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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 한마디로 족하다!
I Pooh / Fant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