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은지 너무 오래됐다. 극장을 간 지도 너무 오래됐다. 밥을 맛있게 먹어본지도 잠을 달게 잔지도 너무 오래됐다. 오래되면 다들 좋다고 하는데 간극의 길어짐이 오래됨은 그리 좋은 것이 아닌가 보다.  

겉멋이 가득했던 문장은 이제 뼈만 남고 말만 그득했던 삶엔 이젠 회한만 남는다. 겨울이 무서운지 모르고 자란 부잣집 아들내미 마냥 종종 걸음으로 얼음을 지친다.  

루이 로르띠가 연주하는 쇼팽 에뛰드 '겨울바람'이 듣고 싶다. 난 천상 여린 남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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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제게 닥쳐 올 불행은 예상치 못한다. 그저 그 불행에 대비할 수 있도록 내성을 키우는게 최선이다.  

다만 그 불행이 자신의 손으로 부지불식간에 만들어졌다면 그만큼 아픈 일도 없을 테다. 무엇보다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만큼 저열하고 치졸했다면 말이다.  

 '난 그렇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 이들을 손가락질하고 그들의 헐거운 논리를 내 치밀한 언어로 붕괴시키곤 했다. 진중권 같은 투사는 아니지만 느린 듯 투박하게 그 얄팍함을 깔아 뭉개고 나의 단독자적인 양태를 과시했다. 드러나지 않기에 그 과시욕은 더욱 빛났다.  

그런데 내가 그리했다. 그 저열함에 이틀간 곡기를 끊을 정도다. 하루는 스스로가 너무나 비참하여 흉물스러웠고 하루는 세상이 너무 무서워서 방에 웅크리고 앉아 두려움에 떨었다. 그녘에게 면목이 없음에 더더욱 하늘이 무겁고 혹 그녘이 다시금 살가운 말을 건네지 않을까란 허황된 기대를 하며 애써 마음을 눅이려 한다. 하루하루가 진창같아 허우적 대며 가만히 있어도 심신이 핍진하여 몸을 가누기 조차 힘들다. 

내가 나를 책임질 수 없음에 가슴이 너무 무겁다. 선혈이라도 한웅큼 쏟아낸 뒤 내 피로 세상을 덮어야지만 그 죄스러움이 조금은 무뎌질 것 같다. 죽을 용기도 없으면서 죽음을 바라고 직시할 용기가 없기에 눈치만 보는 미욱한 자아는 더욱 초라하다.  

지금까지 삶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된다. 지금은 형극에 갇힌 무뢰배에 값하는 마음이다. 나는 얼마나 더 나를 짓이겨야 전생의 업보를 다 씻을까. 난 전생에 나라라도 팔아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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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도 없이 가을이  

오니 서럽다 말하고선  

거울조차 보지 못한다. 

  

이녘이 다 부족해 그렇다해도 소나기처럼 지난 여름은 

왜 가을보다 못한 그림을 띄우는지 

 

엄마도 누나도 다 강변살자 했지만 

터가 없으니 흙이 박하다 

가을만 얼굴에 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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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왔더니 즐찾하는 이가 줄었다. 떠남은 말없이 보냄이라지만 떠난이를 알지 못하니 섭섭하고 착잡하다.  

여긴 싸이월드와 달리 내가 누구임을 알지 못하는 이가 대다수니 앞으로 이곳에 일기를 쓰련다. 이전에 쓴 일기가 그대들이 엿볼 수 있음을 감안한 매우 정치적인 글쓰기였다면 이제는 그저 내 말만 하는 그런 사적인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 테다. 이런 글을 쓰자면서 요런 선언을 하는 것도 미세한 정치적 선언에 다름 아니겠으나, 뭐 그런 사소한 정치성 까지 내버려 두기에 내 안에 각인된 사회성 관련 유전자의 활동이 너무 치열하다.  

 두달 뒤면 나도 후배가 생긴다. 좋다. 허나 후배 모집과 관련한 공고 사진에 지인들이 꽤나 우려를 표했다. 사진이 겉도네.. 이상하게 나왔네.. 사진사가 안티다.. 등등 

 뭐 괜찮다. 어차피 사진 찍는 걸 즐겨하지 않으니.  

그리고 내 주위엔 기자가 많으니 누군가 하소연할 일 있으면 내게 글을 남겨줘도 무방하겠다. 특종을 위해 눈을 부라리는 그들에게 나는 포털사이트가 되어 그대들의 하소연을 전달해줄 의향이 있다. 물론 여기엔 사특한 이유도 있다.  

 워낙 타인이나 사회를 분석하는 일을 좋아하다보니 종종 잘난척 한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을 적에 나는 내 말에 도취된 스스로를 경계하며 못난 달팽이가 쥐며느리를 보고 제 집에 몸을 숨기듯 움츠러들며 다시 사소한 잡담으로 소일하곤 한다.  

김훈씨 소설은 아직도 다 못읽었다. 왜냐거든 다 게으른 탓이다. 아직 퇴근하려면 한시간 반이나 남았다. 다들 별일없이 멍하니 모니터만 보는데.. 집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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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2-2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일 말고 바밤바님 일상 자주 남겨주세요.

많이들 기다리고 있으실텐데..ㅎ

다시 월요일이네요. 건강히 한 주 보내시고요!

바밤바 2010-12-28 14:30   좋아요 0 | URL
일주일만에 댓글 남기네요

바람결 님 화이팅! ㅎ
 

김훈이 중앙일보와 인터뷰 했다. 그는 할말이 많은 듯했다. 기자는 그의 넘침을 다독여 하나의 기사로 뽑아냈으나 썩 와닿지 않았다. 글쟁이가 한 말이 그의 글처럼 명쾌하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김훈의 '다름'을 기대했던 내 높은 기대 탓일까.  

김훈은 기자출신이다. 한국일보 공채다. 그의 저서를 살펴보면 기자시절 그녘이 얼마나 담담한 마음으로 취재에 임했는지 드러난다. 특히 김지하가 감옥에서 나오는 날, 먼발치서 사위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박경리에 관한 이야기는 진솔하지만 덤덤하다. 차갑지는 않지만 회색의 느낌이다. 남한산성의 비참함을 내려다보던 전지적 작가, 김훈의 아우라 그대로다. 제 감정은 있지만 그저 형용할뿐이고 제 생각은 있지만 말 그대로 사견일 뿐이다.  

김훈과 박민규의 책을 구입하고 내 회원등급을 보니 일반회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김수영마냥 사소한 것에 곧잘 분노하는 나는 항의 메일을 날리고 회신을 기다린다. 2009년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었기에 나는 플래티늄 회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기한이 아마 올해 까지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혹 잘못됐다면 내 불찰이니 괜시리 바쁜 직원하나에게 일 하나를 덤으로 준게 된다.  

내일은 주말이니 김훈과 박민규의 책을 읽어야 겠다. 책을 읽는 이에게 아름다움을 느낀적이 적잖이 있었느나 스스로가 근자에 책을 멀리하다 보니 책읽는 이를 한량이라 폄하하고 스스로의 근천스러움을 추어 올리곤 했다. 과거를 지우면 현재가 아름다워 지는게 아닌데도 나는 그런 미욱함을 드러내고선 자신을 변호하곤 한다. 불현듯 김훈 관련 기사에서 이 말 하나가 생각한다.  

'서사에 얽매이지 않는다. 나를 스타일리스트라고 하는 것은 나에 대한 비판과 바투 이어져 있다' 

매일경제 기사와 중앙일보 기사를 같이 읽어 그 둘에서 읊조렸던 말이 혼용돼 있음을 이해하라.  

그렇다. 그는 겉멋들고 세상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시지프스다. 시지프스에게 서사란 무엇이 중요한가. 그저 돌을 어떻게 지고 올라가느냐가 더 중요하지. 서사란 그렇게 돌덩이가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가는 것마냥 특별한게 없다. 특별한 건 오직 책을 보고 있는 나와 내 어깨 위에 놓인 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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