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글을 못쓰겠다. 모든 글은 기억의 나열이고 생각의 흘러감이다. 잡을 수도 느낄수도 없는 심상함에 가라앉을 마음도 부유할 그대도 없다.
설렘. 가장 희망적이고 희열적인 마음의 단편. 내게 설렘이란 어느새 사치가 된 듯하다. 설렘이 사치가 된 시절엔 내 눈도 내 키도 내 피도 다 웃자란 새싹마냥 가당치 않을 뿐이다. 그저 가을 햇살로 나를 눈부시게 할 아쉬움만 덩그러니 남은 채 시절은 보란듯이 가버렸다.
내가 나로서 나를 살게하는 일이 그토록 어려울까. 잔망스런 기억들도 다 추억이 됨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 아쉬움이 하루를 마감하는 4월의 들머리에도 끊임없이 새된 울음을 보일 뿐이다.
나 우울하오.. 라고 글을 쓰다보면 기분이 적잖이 나아질 거라 믿고 싶다. 오늘 저녁의 술자리는 그러한 바람의 소소한 전주곡이였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