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큰 판형의 양장본 동화책입니다. 뉴베리 상 수상작이구요.
상태는 좋습니다. ^^
알라딘 리뷰를 보시죠.
"열 살 소녀에게 어느 여름이란,"
나이가 들면 많은 부분이 기억 저 한켠으로 밀려나지만, 모르긴 몰라도 아홉 살의, 열 살의, 열한 살의, 열세 살의 시간에는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을 겁니다. 어렸을 적엔 어른이 되어서보다 훨씬 많은 일들이, 게다가 신기하고 가슴 설레는 일들이 일어나게 마련이잖아요. 그 누구라도 말이죠. 아마, 주인공이 가넷과 같은 꼬마 아가씨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가넷은 그저 평범한 시골 소녀입니다. 조금은 고집스럽고, 소녀다운 허영심과 장난스러움을 지녔지만 담박한 마음을 품에 안은.
뉴베리 상을 받은 이 작품은 가넷과 꼭 닮았습니다. 평범한 서사가 주는 힘이랄까, 가넷은 글 바깥으로 톡하니 도드라지지도 않고 글 안쪽으로 푹 묻혀 있지도 않습니다. 열 살 소녀가 만들어내는 여름의 흔적들은 퐁퐁퐁 흐르는 시냇물의 흔적 같습니다. 엔라이트의 펜대는 양쪽으로 길게 땋은 캐러멜 빛 갈래머리를 졸졸 따르고 있죠.
아마도 지은이는 다시 한 번 열 살 소녀였던 여름을 지내고 싶었나 봅니다. 장면과 장면, 사건과 사건, 사람과 사람들을 묘사하는 글 언저리에는 조금은 느슨한 향수나 그리움이 묻어나거든요. 엔라이트는 그녀가 경험했고 경험하고 싶었던 갖가지 이야기들을, 정말이지, 즐거워하면서 썼구나 하고 자연스레 느낄 정도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예, 그 행복한 일들을 가넷이라면 마법 골무 탓이라고 하겠지요.
"이건 마법 골무야. 그래서 귀중한 거라고. 제이 오빠는 마법 따위는 없다고 하지만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야. 이 골무에는 굉장한 힘이 있어. 이걸 주운 뒤로 모든 일이 일어났어. 바로 그 날 밤 비가 내려 가뭄이 끝났잖아! 그리고 곧바로 이 헛간을 지을 돈이 생겼고, 에릭 오빠가 숲 속에서 우리 가마를 보고 찾아 와서 한 식구가 되었지.
(...) 그리고 티미가 품평회에서 상을 받은 것도 빼놓을 수 없지. 내가 골무를 발견한 뒤로 그 모든 일이 일어났고, 하나같이 좋은 일뿐이었어! 나는 앞으로 올 여름을 골무 여름이라고 부를 거야." (본문 174~175쪽)
쿡, 이 책엔 마법 골무가 등장하기도 하고 등장하지 않기도 합니다. 가넷의 여름이 힘들고 괴로웠다면, 여느 여름처럼 지리하기만 했다면 물가 모래톱에서 주운 은골무는 그저 은골무였을 겝니다. 하지만 우리의 꼬마 아가씨가 지낸 즐겁고 행복했던 마법 같은 여름은 골무를 마법 도구로 바꿔놓았습니다. 오히려 가넷이 마법을 부린 셈이죠.
아, 그런 게 아니라구요? 진짜 마법 골무였다구요?
그래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 - 임지호(2000-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