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페일레스 > 아주 근사한 편지를 쓰는 요령

아주 근사한 편지를 쓰는 요령
At 5:05 PM 99.6.1

  갑작스럽지만 하루키씨의 소설에 나오는 편지는 대단히 멋지네요. 『노르웨이의 숲』의 레이코씨의 편지라던가 『태엽감는 새』의 카사하라 메이의 편지 부분을 읽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멋진 편지를 쓸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무엇이든 상담실'의 무라카미씨에게 상담입니다. 멋진 편지를 쓰는 요령이란 있는 걸까요? 만약 있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 꼭 가르쳐 주세요. 그럼.

  안녕하세요. 차가운 것 같지만, 훌륭한 편지를 쓰는데 필요한 것은 재능입니다. 요령은 없습니다. 여성을 설득하는 재능을 갖고 있는가 갖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과 같은 겁니다. 노하우화할 수 없지요. Some people can sing, others not. 이란 거죠.
  허나 그렇게 해버리면 너무 노골적이어서 재미가 없기 때문에 몇 가지 덧붙이자면, 요령은 차치하고 '몇 번이고 다시 읽고, 고쳐 쓴다'는 겁니다. 쓴 그 날에 부치는 따위 당치도 않습니다. 중요한 편지라면, 적어도 3일은 걸려서 고쳐 씁시다. 그 다음에는 같은 상대에게는 언제나 언제나 똑같은 듯한 편지를 쓰지 않는 것. 어떤 때는 짧게, 어떤 때는 길게, 어떤 때는 쿨하게, 어떤 때는 뜨겁게, 이것도 요령입니다. "설명하지 말고 생각하게 해라" 는 것도, 때로는 비교적 중요한 겁니다. 설명이 많으면, 편지는 지루하게 됩니다.

번역: 페일레스




  가끔 이런 내용의 글을 읽으면, 유들유들한 문장과 달리 이 양반도 고집불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다른 일에는 융통성이 있지만,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죽어도 아닌 그런 사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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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 2005-12-21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지는 유치하고 서투른 글이라도 좋은데..잼있잖아.
 
 전출처 : 페일레스 > 남자란 어쩜 그렇게 어리석죠

남자란 어쩜 그렇게 어리석죠
At 2:25 AM 99.5.9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 남자란 어쩜 그렇게 어리석은 거죠!! 여자는, 괴로워서 어쩔 수 없을 때 꽉 껴안아 주며 괜찮아 하고 말해주면 그걸로 해결해버리는 일이 많이 있는데, 어째서 그렇게 해주지 않는 남자뿐인 걸까요? 다들 떼를 쓰거나, 모른 체 하거나……. 제 남자 고르는 법이 잘못된 걸까요? 하루키씨였다면 꼭 껴안아 주나요? (토오쿄오도의 주부)

  안녕하세요. 남자는 바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잘 모르시는군요. 저라면 물론 껴안아 드립니다. 때때로 타이밍을 못 맞춰서 걷어차이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번역: 페일레스



  저 주부도 고민이 많으시군요. 하루키 잡문의 생명은 적절한 비유와 이런(타이밍을 못 맞춰서 걷어차이는) 반전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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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페일레스 > 소설을 쓰는 방법

소설을 쓰는 방법
At 9:54 PM 99.5.7

  지금, 소설을 쓸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생경험도 그다지 풍부하다고는 할 수 없고, 어휘력도 초등학생이 수염을 기른 정도입니다만……. 무라카미씨의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언제나,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라던가 소설 쓰는 법의 힌트 같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 용기가 생깁니다. 물론, 무라카미씨처럼 멋진 소설은 쓸 수 없다 해도, 어떤 꿈의 소설(무라카미씨 같은)을 쓰게 된다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27살, 공무원)

  안녕하세요. 제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29살 때입니다. 전에도 몇 번인가 썼습니다만, 소설을 쓰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잘 되면 좋은 소설을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 위에 운이 좋다면 신인상이라도 타서, 소설가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설가로서 살아가는 건 지난한 업業입니다. 꽤 힘듭니다. 그러니까, 우선은 '자신을 위해서 소설을 쓴다' '즐겁기 위해 소설을 쓴다' 고 하는 점에 포인트를 좁혀서 쓰게 된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여러 가지 책을 마음껏 읽을 것을 권합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인생경험도 어휘도 그렇게는 필요없습니다. 허나 책만은 뒤집어쓸만큼 읽지 않으면 안됩니다. 스포츠 선수의 '달리기'와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말하는 것보다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의식을 집중하는 습관을 기르는 겁니다.

번역: 페일레스



  조금 얘기가 다른데, '소설은 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외에 하루키가 항상 얘기하는 것 중 하나가 '재능보다 건강'입니다. 재능이 넘치는 천재라면 아무리 병들고 신경질적이라도 치약에서 튜브를 짜내는 것처럼 작품이 술술 나오겠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재능이란 다들 거기서 거기, 비슷비슷하죠. 그래서 하루키가 "작가로서 최악의 경우는 재능도 시원치 않은데 신경질적인 것이다"라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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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21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해야 하고픈 걸 할 수있으니까요 몸이 아프면 하고 픈 것도 만사 귀찮아지죠

검둥개 2005-12-21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로서 최악의 경우는 재능도 시원치 않은데 신경질적인 것이다" ㅎㅎㅎㅎㅎ ^^

하치 2005-12-2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과 같은 의견입니다.ㅎㅎㅎㅎ

거친아이 2005-12-2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는 건 쉽지만, 쓰는 건 너무 버겁게 느껴집니다. 아직은..꿈은 가지고 있어요^^
 
 전출처 : 페일레스 > 긍정하는 펭귄, 부정하는 개

긍정하는 펭귄, 부정하는 개
At 7:47 AM 99.5.1

  펭귄이 저쪽에서 달려와서 "응, 응, 그렇네*" 하고 떠나간다. '긍정 펭귄'. 이건 걸작이다. 하고 생각해서, 휴일 아침 아내를 깨워서 말하니까 "내 머리의 메모리를 돌려줘. 부탁이니까 자게 해줘" 라고 말해서, 재워버렸습니다. 역사적인 개그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안되겠습니까?

  꽤 재미있다고는 생각합니다만, 휴일 아침에 아내를 일부러 깨울 정도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챠우챠우*'라는, 부정밖에 하지 않는 개도 있습니다. 아-, 시시하다. 썰렁한 개그란 전염되는군요.

*응, 응, 그렇네: 펭귄이 고개를 끄덕이는 데서 착안한 개그인 듯 하다. 썰렁~ -_-;
*챠우챠우: 일본어로 '틀리다, 다르다'를 '치가우ちがう'라고 하는데, 구어체에서는 '챠우ちゃう'로 발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거기서 착안한 개그인 듯. 역시 썰렁~ -_-;

번역: 페일레스



  가뜩이나 날씨도 추워 죽겠는데 썰렁한 개그를 올리게 돼서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책에 있는 이상 올리긴 해야죠. 흐흐. '챠우챠우'는 중국산 개의 일종인데,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델리스파이스의 노래 제목으로 더 유명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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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페일레스 > 가장 괴로웠던 장편소설

가장 괴로웠던 장편소설
At 10:25 PM 99.4.14

  전집판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에세이에서, "이제까지 쓴 6개의 장편 가운데서, 이 『세계의~』가 가장 괴로웠다. 지쳐서 녹초가 되었다" 라고 써 있습니다. 수년 뒤에 『태엽감는 새 크로니클*』을 출판하여, 이것도 상당히 고된 일이었겠구나, 하고 저는 느꼈습니다. 여기서 질문입니다만, 이제까지의 6개의 장편 가운데서 가장 괴로웠던 『세계의 끝~』과 완성하기까지 몇 년이나 걸린 『태엽감는 새 크로니클』, 어느 쪽이 괴로웠습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세계의 끝』과 『태엽감는 새』는 같은 정도로 힘들었습니다만, 『태엽감는 새』 쪽이 세월이 길게 걸린 그만큼 보다 고되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도 자신의 뼈를 박박 깎아내는 것 같은 작업이었습니다. 이런 일은 인생 가운데서 그렇게 몇 번이나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말하자면 저에게 있어서는 '깎인 만큼의 뼈를 보급하기' 위한 작품입니다. 다음에는 또 뼈를 깎는 장편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태엽감는 새 크로니클: 윤성원 옮김,『태엽감는 새 1~4』, 문학사상사, 1994~1995.
  일본어판은 원래 1부 '도둑 까치', 2부 '예언하는 새'가 1994년에 발표되어 완결로 알려졌으나, 1995년에 3부 '새잡이 남자'를 발표, 독자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권수를 늘리다니, 역시 싫어하는 출판사답다……고 하고 싶지만, 3부가 워낙 분량이 길기에 어쩔 수 없었던 듯. 1994년 4월에 나온 일본어판 1, 2부를 그 해 9월 말에 내놓고, 1995년 8월에 나온 3부를 그 해 12월 말에 내놓았다. 거의 4개월만에 번역을 끝마쳤다는 이야기인데 옮긴이 윤성원씨의 능력에 감탄해야 할지, 번역의 질을 걱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문학사상사 번역본은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번역: 페일레스




  음음, 하루키씨는 마조히스트인 걸까요. 하루에 두 편 정도의 페이스로 올려볼 생각입니다. 참, 지금 올리고 있는 건 『CD-ROM판 무라카미 아사히도 - 스메르쟈코프 대 오다 노부나가 가신단』에서 CD가 아니라 책의 뒷부분에 실린 '독자 & 무라카미 하루키 포럼'입니다. CD에 실린 4107편 중 재미있는 걸 골라놓은 것이죠. 4107편을 다 올리는 건…… 글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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