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이미지가 너무 작아서 아쉽네요.

사냥 후에 - 수채, Winslow Homer, 미국, 1836 - 1910

 

윈슬로 호머는 미국의 대표적인 유채 화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지만, 수채화에 관한 한 단연 최고이다(싱어 사전트를 꼽는 사람도 있겠지만). 수채의 직접성, 유동성, 속도감은 그를 해방시켰다. 호머의 좀 더 의도적인 작품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심오한 깊이와 미감이 수채화들에서는 느껴진다.

이 그림에서 호머는 매년 형과 함께 낚시를 갔던 뉴욕의 애디론댁 산맥을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사냥 후에]는 낚시 그림이 아닌 사냥 그림이어서 나는 처음에 다소 주춤했다. 고백하건대 난 결벽적인 감상주의자인지라, 사슴이 너무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가 사슴을 강이나 연못으로 몰아가면 사슴은 물에 빠지거나 총에 맞았다. 호머 또한 그것을 끔찍하게 생각했지만, 어디까지나 그 가해자들이 그저 놀이로 사냥을 하는 부자들일 때 얘기다. 보통의 사냥꾼들에게는 반감을 가지지 않았던 그는 이 작품에서 열심히 일하는 시골 사람 두 명을 그렸다.

호머는 자신의 네 피조물들을  햇빛으로 여기저기 얼룩진 삼각형의 보트 안에 그렸다. 뒤에는 죽은 사슴이 보이고, 앞에는 지친 개가 있다. 가운데의 노인과 소년은 사랑과 존중으로 사냥개를 대해주고, 그 사랑은 보상받는다. 앞으로는 투명한 물이 조죵히 흐르고, 공기는 수정처럼 맑다. 그들의 뒤로는 죽어가는 잎들이 어두우면서도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호머의 그림은 무엇보다도 현실감이 뛰어나다. 그는 사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노인과 소년 그리고 개마저도 그들의 생계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에 근거해 죽음을 어느 정도 정당화시킨다. 이것이 바로 자연이 돌아가는 이치이다. 잔인하지만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호머는 죽음도 이런 맥락에서 보고 있으며, 그저 예쁘기만 했을 그림이 엄숙하고 아름다워지는 것은 바로 이 균형감 때문이다.

 

 

19세기 미국의 위대한 화가인 호머는 원래 석판화 공방의 견습공이었고, 남북전쟁 동안에는 종군 기록화를 그렸다.

그는 풍속화와 풍경화, 바다 경치와(그가 좋아하던 소재)등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의 그림들은 뚜렷한 명암 대비로 생생하게 살아 있다.

호머는 유화 작품과 더불어 강하고 뛰어난 수채화도 여러 점 그렸다. 일렁이는 광선의 물결을 창조하기 위해 풍부한 색채를 사용하고 옅은 칠을 여러 번 입혔다.



Hound and Hunter, 1892

위 그림의 조금 전 상황같지요? 개가 사슴을 호수로 몰아 사슴이 죽기 직전의 광경인 듯.

 


Sketch for Hound and Hunter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10-29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4-10-2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길고 추운 겨울은 정말 싫은데... ㅠ_ㅠ
받으면 바로 말씀드릴게요. 정말 기대가 됩니다. 님의 노력과 정성이 담뿍 들어가 있을 그 책이요. 고마워요- ^^
 

 


A Country Road by a House, 1620년대, 구리에 유채.

 

Goffredo Wals (German, c. 1595-1638)

고프레도 발스는  1595년 독일에서 태어나 1638년 이탈리아에서 죽었다. 예술 서적들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 더러 그보다 훨씬 더 유명한 프랑스 풍경화가인 클로드(클로드 로랭?)의 스승으로만 잠깐 언급될 뿐이다. 발스는 요절했고, 그래서 그의 작품도 25점 정도만이 남아 있을 뿐인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작고 둥글며 몇몇 작품은 이 작품처럼 구리 위에 그려져서 색채의 두드러진 선명함이 퇴색되지 않았다.

 

서양에서 풍경은 진정한 예술의 소재로 오랬동안 인정받지 못했다. 발스보다 좀더 유명한 제자인 클로드, 그 영예로운 화가조차도 움직임에 주제를 집중시켰다. 하지만 발스는 그 이상이었다. 나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집 옆 시골길]은 엄밀한 의미에서 풍경화가 아니다. 이곳은 너무 시시하다. 그림의 소재로 하기에는 아무런 로맨스도 아름다움도 없다. (17세기에는 이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작품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발스는 이 풍경의 양쪽을 솜씨 좋게 대조시켜 놓았다. 왼쪽의 석벽과 그늘은 강한 선으로 처리되어 있고, 오른쪽의 햇빛이 비치는 자연은 유연한 선을 이룬다. 중앙의 나무는 화폭의 모양을 그대로 되풀이하며 펼쳐져 있고, 빛은 우리의 시선을 수선화 두 송이에서 돌로, 양의 무리로, 그리고는 언덕 위에서 반짝이는 머나먼 도시로 이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경이로운 작품의 감상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나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거세게 밀려오는 기쁨을 느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곳, 꽃으로 수놓일 시골길의 먼지 냄새, 오후 햇살의 따스함, 작은 공간의 고요함이 너무나 상하게,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전해진다. 이 그림은 강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내가 대지의 자식임을 감사하게 만든다.

 

 


An Imaginary View with Figures Amongst Ruins

발스의 또다른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Grey and Gold      by    John Rogers Cox, 1942

존 로저스 콕스의 [잿빛과 금빛], 클리블랜드 미술관.
* 책에 실려있는 도판은 위 두 이미지의 중간 색조입니다.

 

인디애나에 살았던 예술가들을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는 한, 예술사에서 존 로저스 콕스라는 이름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그의 예술 작업의 절정을 보여주는 이 초기작을 클리블랜드는 놓치지 않았다.

이 그림은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다. 제목의 잿밫은 어디에서 나온지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아주 음산한 하늘이다. 이는 한창 사납게 몰아치고 있던 2차 세계대전을 반영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하늘을 그리 사나워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고, 구름이 겹겹이 솟아올라 있어 마치 자연이 그로부터 도망치지 못하도록 화가가 막아놓은 듯하다.

금빛은 물론 곡물이다. 논밬은 잔디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전체적인 선이 한결같이 고르다. 보면 볼 수록 이 풍경은 참으로 비현실적이다. 짧게 깎인 풀밭에도 철사 울타리가 둘러져 있다. 네 갈래 길은 우리가 상상으로 어느 한 길을 택해서 갈 수 있도록  이끈다. 우리는 논밭 사이의 언덕길을 넘어갈 수도 있고, 언덕을 내려와 그 곳에서 멀어질 수도 있으며, 논밭 옆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논밭을 완전히 통과할 수는 없다. 그 끝은 너무 멀리 있고, 우리는 좀처럼 그곳에 다다를 수 없다. 전신주들마저도 우리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간다. 이 때문에 이 그림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 된다.

어느 미술관이든 전시할 공간보다 더 많은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고, 그래서 이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이 작품을 보관소로 보낼 때마다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대중의 요구에 따라 이 작품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콕스는 그리 유명한 화가는 아니지만, 이러한 호응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묘하게 황량한 분위기를 띠지만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이 충만한 작품이다.

존 로저스 콕스 John Rogers Cox [1915-1990]

[잿빛과 금빛]은 비범한 그림이지만, 대형미술관에 전시된 것은 뜻밖이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화가 존 로저스 콕스의 유화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이 화가의 미래가 창창해졌을 법도 한데, 웬일인지 그렇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뉴욕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 콕스가 [잿빛과 금빛]으로 입상했을 때 그의 나이는 27세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몇 몇 그림과 그에 대한 웬디 수녀님의 이야기를 올려 보려 합니다.

웬디 수녀님의 그림책을 살까 말까 고민 중이신 분들, 참고하시라는 뜻도 있고,
쉽게 페이퍼 하나 쓰자는 목적도 있고.... ;;;;

 

웬디 베케트 (Wendy Beckett)

웬디 수녀는 BBC 방송의 텔레비전 시리즈 '웬디 수녀의 모험'과 '웬디 수녀와 함께 떠나는 미술 여행'을 통해 잘 알려져 있으며, '예술에 관한 한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1930년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까지 에딘버러에서 지냈으며 16세에 남아공을 떠나 영국 노트르담의 수녀회에 들어갔다. 수련기간이 끝난 후, 옥스퍼드의 성 안네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으며 그곳에서 학업우수상을 수상했다. 교사수녀들의 모임인 노트르담회의 회원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사 생활을 한 그녀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우수교직원상을 수상했으며 후에 위드워터스랜드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1970년에 영국으로 돌아와 노포크의 카르멜 수도원에서 수도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지금까지 절제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미술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웬디 수녀는 1980년부터 본격적인 미술 연구를 하기 시작해 그녀의 폭넓은 지식을 널리 인정받았다. 현재 그녀는 <현대 여성 예술가>, <예술과 신성>을 비롯한 예술잡지와, <인디펜던트> <선데이 타임즈> 등 일간지에 글을 쓰고 있다. 교육방송(EBS)을 통해 방영된 '미의 세계-웬디 수녀의 그림이야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독자에게도 친숙하다. 지은 책으로 <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 산책> <웬디 수녀의 나를 사로잡은 그림들>이 있다.

 


 

 

 

미국 미술관 기행에서 발췌하여 올릴 예정입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panda78 2004-10-29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ㅂ^ 별 언니, 요것두 담에 책 보낼 때 같이 빌려드릴까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0-29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웬디 수녀의 책 좋아하시나 봅니다. 저도 한 권 읽은 바가 있는데
책이 썩 훌륭하게 생겼더군요. 튼실한 두께와 재질, 그리고 친절한 이야기.
저도 조만간 보려고 생각 중인데 이 책이 계속 미뤄지고 있군요.
그래서 당분간 이 페이퍼로 갈증을 좀 식혀보려구요. 반가운 페이퍼방! ^^

panda78 2004-10-29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큰맘먹고 샀어요. ^^
하루에 두 개 정도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반가워 해 주시니 기쁠 따름입니다, 이 안님.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