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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 들어있는 독소
At 11:27 PM 99.5.22

  처음 뵙겠습니다. 대학교 3학년의 여자입니다. 부르터스(6월 1일호)의 인터뷰에서 "독이 없으면 소설은 되지 않는다"나, 몸이 건강치 못하면 "'독이 되는 것'을 지탱하지 못한다"고 한 말을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독이 없으면……" 하는 발언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확실히 항상 어떤 독이 들어있고, 그게 재미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스푸트니크의 연인』. 마지막에 어떤 희망 같은 게 있었기 때문에 막힘없이 읽어버렸고, 무언가 상쾌함까지 느껴질 기세였습니다만, 거기에서야말로 상당한 '독'이 들어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작품은 어떻게 해도 그 뒤에 숨겨진 것이 신경쓰여 어쩔 수가 없습니다만, 제가 너무 깊이 읽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영어의 distortion이란 말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모양이나 소리 따위가 일그러진다는 뜻입니다.
  저는 소설 속에 들어있는 어떤 종류의 독소에 의해 독자가 갖고 있는 일상의 이미지가 미묘하게(시나브로) distort하고 있다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구석이 있습니다(불쾌한 녀석이군요). 허나 소설이란 결국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즐겁게 전기양의 꿈을 꾸려고 하는 건 아닐까요.

*전기양의 꿈: 지난 세기 최고의 SF 소설 중 하나로, 필립 K. 딕이 쓴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1968)의 패러디인 듯. 이 소설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의 원작으로도 유명하다.

번역: 페일레스




  역시 음흉한 사람이었군요, 이 아저씨. 확실히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 보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일상까지 이상하게 보이는 현상이 가끔 있습니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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