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생활이 소략되어 있지만 서승의 체험담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 고통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 안에서도 신영복, 기세춘, 심지연 같은 이들을 가르쳤으니 역사에 대해 할 일을 제대로 한 셈이다.
봄바람과 가을서리를 오가는 관계론 앞에선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老村 李九榮 先生(1920-2006)
알게 모르게 윤노빈을 많이 닮았다.
듣기 싫다는 자유주의자라는 평처럼 스승에 비하면 공동체 - 민족, 국가 - 에 대한 관심은 덜한 것도 같다.
그런데 민족이나 국가에 관해서만이다.
공동체의 그루터기인 동무에 관해서야 김영민처럼 고민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야스쿠니 문제도 결국은 천황을 어느 자리에 두느냐의 문제이다.
다카하시의 이후 작업이 쇼와 천황의 연구로 이어진 건 당연한 일일테고.
월남전에 대한 한국인의 무지는 야스쿠니를 비판하기 전에 꼭 들여다볼 사안이다.
월남전의 일등공신이라는 부대에서 나도 파쇼인 줄 모르고 전율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高橋哲哉(1956-)
뒷골목은 어쩌면 가장 앞서가며 시대를 이끌어가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다루는 계층의 인물들이 근대의 총아가 된 것은 좋은 예이지 싶다.
어려운 것은 근대 이후는 누가 그 역할을 맡느냐는 것이다.
과연 또 뒷골목일까?
최근 소설을 읽으며 이토록 웃었던 적은 없었다.
무엇이 그토록 재미 있었던가?
작가는 삶을 철저히 코미디로 본다.
본래 코미디인데 아닌 듯 근엄한 체 하니 이게 바로 진짜 코미디 아닌가?
아닌 게, 거짓인 게 힘을 쥐고 있다는 것이 이 또한 코미디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