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외) 범우 비평판 한국 문학선 8
조명희 지음 / 종합출판범우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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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 사람들>의 주인공 원보가 삶의 고통을 못 이겨 감옥에서 자살하는 장면은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조명희의 비극적인 삶의 마감을 알기에 원보와 박성운의 죽음이 심상치 않게 여겨졌다. 

  <낙동강>은 박성운의 전기에 가깝다. “소설은 전기의 양식을 띨 수밖에 없다.”는 루카치의 말은 이처럼 사회주의 계열의 소설에 딱 알맞다. 박성운은 문제적 개인의 모습을 내 비춘다. 난 문제적 개인을 환경을 대자적으로 인식하고, 의지와 결단에 따라 실천하는 자로 이해한다. 그는 평평범범한 농부의 자식이다. 군청 농업조수로의 삶도 있었지만, 그는 의지에 따라 환경을 박찬다. 그에게 돌아오는 건 철창 생활과 유랑이었지만 그는 더욱 소중한 것을 얻는다. 바로 사회주의이다. 민족주의자에서 사회주의자로의 전신(轉身) 역시 환경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연대성이 문제적 개인의 중요한 모습인데 박성운은 이를 충실히 보여준다. 사회운동단체의 결성과 로사를 계도함이 바로 그것이다.

  박성운의 죽음으로 끝을 맺고 있지만 로사를 비롯한 동지들의 결연한 의지는 이 작품이 소위 사회주의적 전망을 드러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조명희(1894-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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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6
김남천 지음, 채호석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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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金南天)은 사소설을 자주 쓰는 편이다. 카프(KAPF) 문인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던 <물!>(1933)은 대표적인 사소설이다. 그도 1920년대 일본 호세이(法政)대학에 유학한 바 있는데 이 때 사소설을 섭렵한 걸로 추정할 수 있다. 김남천은 줄곧 비판적 리얼리즘을 옹호한 것으로 인정된다. 임화(林和)와 리얼리즘에 관해 논쟁한 것은 유명하다. 내 생각으로는 카프 계열의 작가 가운데선 가장 뛰어난 소설을 남기지 않았나 싶다. <대하(大河)>(1939)는 그 가운데서도 수작이다.

<처를 때리고>(1937)의 주인공 남수(南洙)는 전향한 지식인이다. 그는 이념 활동에 매진하다 옥고를 치른다. 출감한 그가 맞닥뜨린 건 옛 동료들의 속물적 모습과 아내의 변심이다. 그를 무엇보다 괴롭히는 건 아내의 달라진 모습이다. 추정컨대 아내 정숙(貞淑)은 이념적 동지였다.


“정치담이나 하구 다니면 사회주읜가. 시국담이나 지껄이고 다니면 사회주읜가

백 년이 하루같이 밥 한술 못 벌고 십여 년 동안 몸을 바친 제 여편네나 때려야

사상간가. 그런 사회주읜 나두 했다. 미련한 이년은 십 년이 하루 모

양으로 남편을 하늘같이 알고 비방과 핍박 속에서 더울세라 추울세라 남편만을

섬겼건만 그날 뒷날 첩으로 되어 쫓겨나게 될 줄만 몰랐다.”


  남편의 신념적 동지였던 아내가 이젠 남편을 타박한다. 더군다나 정숙은 젊은 준호(俊鎬)에게 호감을 지니고 있다. 우당(愚堂) 선생이라 불리며 ○○계 거두였던 남수가 이젠 아내에게마저 무시와 구박을 받고, 배신을 당하는 존재로까지 전락한 것이다.

 <우리말 사전>은 속물을 이렇게 정의한다. '세속적인 명리(名利)에만 급급한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명리란 영예와 이득일텐데, 이득은 성적 욕망도 포함할 터이다. 소설 속에 보이는 눈에 띄는 속물은 허창훈(許昌薰)이다. 그는 변호사로 꽤 큰 돈을 지닌 사람이다. 창훈은 남수가 자리를 비운 시절 정숙을 희롱한다. 준호는 남수에 따르면 ‘경박 그 자체가 매력’인 사람이다. 이 경박함을 정숙이 좋아한다고 준호는 생각한다. 소설의 말미에서 준호는 약속을 어기고 제 잇속을 좇아 신문사 기자로 취직한다.

  이념적 동지로만 살기엔 남수와 정숙은 세상 가운데서 너무 무력하다. 세속의 탁류는 창훈과 준호로 형상화돼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는다. 작가는 이 억울함과 분통 터짐을 사소설의 형식을 빌어 드러낸 것이다. 
 

 

             김남천(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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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일기 지만지 고전선집 412
딩링 지음, 김미란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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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띵링(丁玲)의 소설은 일본 교토(京都)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폐병을 앓고 있는 스무 살 처녀이다. 그녀의 고민은 이렇다. 샤훼이는 유부남인 링지스(凌吉士)를 마음에 두고 있다. 샤훼이의 고백처럼 “이 사회가 그녀가 원하는 것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허락하진 않”을 것이다. 그녀는 사회적 관습과 사랑의 본능 사이에서 갈등한다. 연하의 웨이띠(葦第)는 이런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샤훼이는 링지스를 알아갈수록 실망만을 거듭한다. 사실 그녀는 링지스의 외모와 언행만을 보아왔다. 허나 그의 영혼은 그녀의 표현에 따르자면 비열했다. 그는 속물에 가깝다. 링지스는 이런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사랑을 고백하나 이미 그녀의 마음은 식어버렸다.

  일기란 양식을 취해 쉬이 꺼낼 수 없는 속내를 이야기한다. 일기 속에서 자신을 “샤훼이”라 칭하는 독특한 모습도 가끔 보인다. 일기를 이렇게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상례는 아닌 듯 싶다. 일기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양식이다면, 소설로 말하자면 성장소설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샤훼이는 내가 보기에 많이 성장했다. 성장소설이란 무엇인가? 세상의 악을 목도한 주인공이 성큼 자라나 세상을 달리 본다는 것일테다. 우리의 싱클레어(<데미안(Demian)>)가 그러하며, 토니오 크뢰거(<토니오 크뢰거(Tonio Kroger)>)가 그러하다. 샤훼이가 맞닥뜨린 세상의 악은 사회와 링지스에 보인다. 여자로서 행복의 추구를 방해하는 적들이다. 끝내 그녀가 다다른 결론, 즉 그녀의 성장한 모습은 마지막 말에 드러난다. “조용히 삶을 영위하다가 조용히 삶을 마치는 거야. 아! 네가 불쌍하구나, 샤훼이!”  

  제목을 '샤훼이 여사의 일기'로 달았으면 어떨까 싶다. '소피'라니까 서양인 이름 같다.  

 

                       丁玲(1904-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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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제 (외) 범우 비평판 한국 문학선 24
강경애 지음 / 종합출판범우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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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애(姜敬愛)는 보통 동반자 작가로 불리는 사람이다. 동반자 작가라 하면 첫머리에 떠오르는 이들은 이효석(李孝石)과 유진오(兪鎭午)이다. 1920년대 후반 이들은 계급적 인식을 내 비친다. 이효석은 1928년에 <도시와 유령>을, 유진오는 1931년에 <여직공>을 발표한다. 허나 이후 이들의 행보는 동반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크게 노선을 탈바꿈한다. 이효석은 30년대에<돈(豚)>(1933), <들>(1936), <산>(1936), <메밀꽃 필 무렵>(1936) 등을 발표한다.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이들 작품은 사회를 떠나 자연 속에서 행복을 찾는 고립된 인간을 주요 인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돈>에서는 성애(性愛)의 탐닉을 소재로 삼고 있다. 유진오는 1938년에 <창랑정기(滄浪亭記)>를 발표하는데 창랑정에 얽힌 이야기를 회고하고 있다. 유진오의 이후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동반자 작가로서의 강경애는 이들과 썩 다르다. 강경애는 줄곧 가난, 소시민, 민중, 계급 등에 관심을 쏟는다. 그녀는 대표작인 <인간 문제>와 더불어 많은 단편들을 통해 한국 민중의 모순적 삶을 핍진하게 탐구하며 그려내고 있다.

  <원고료 이백원>(1935)은 자전적인 작품이다. 가정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부부 싸움을 소재로 삼고 있다. 편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수신자는 K라는 화자의 여동생이다. K는 이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려 한다. 화자는 그녀에게 최근에 자신이 겪은 바를 중심으로 조언을 건넨다. 화자는 소설가인데, 요사이 D일보(동아일보인 듯)에 장편을 연재하고 있다. 덕분에 이백원의 적지 않은 원고료를 받았다. 가난하게 자란 그녀에게 이만한 큰 돈은 자신을 흥분시키게 충분했다. 목도리, 구두, 금니를 비롯해 그동안 마련하고 싶던 물건들을 행복히 머리에 정리해갈 쯤 남편은 그 돈을 자신의 동지들에게 썼으면 하는 바람을 내 비춘다. 자신의 바람을 알아주지 못하는 남편으로 인해 그녀는 서러운 눈물을 흘리고 남편은 급기야 손찌검을 한다. 아내는 여러 정황을 차분히 생각한 후 남편에게 용서를 빌고 두 사람은 화해한다.

  난 남편의 모습이 꽤나 적나라하다고 생각한다. 이 대목을 보자. “허허 난 그런 일류 문인의 사내 된 자격은 못 가졌다.” 자격지심, 심하게 말하면 아내에게 열등감을 가지는 남편의 모습이다. 남편의 직업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으나, 경제적으론 무능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념과 의리에 지배되는 모습이다.

  “머리를 지지고 볶고, 상판에 밀가루 칠을 하구 금시계에 금강석 반지에 털외투를 입고 입으로만 아! 무산자여 하고 부르짖는 그런 문인이 되고 싶단 말이지. 당장 나가라!” 추측하건대 아내의 마음을 움직인 건 바로 이 한 마디가 아닐까 한다. 무산자를 위한 문학을 하리라 했지만, 돈 앞에선 자신의 필요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일깨우는 남편의 호통이다.

  아내는 남편의 말에 순종한다. 두 사람은 부부이지만 또한 동시에 이념적 동지였다. 아내의 순종을 전통적 미덕이라고만 이해하는 건 문제가 있다. 그녀는 남편을 뜻을 같이하는 동료로 여겼기에 남편의 말을 따르는 것이다.

  아쉬움은 손찌검과 같은 폭력적인 모습이다. 동지인데 손찌검은 당치 않다. 이유는 당시-지금도 이러한 일들이 있어 슬프지만-손찌검이 가능하다는 아내와 이념적 동지의 중간 지점에 우리의 화자가 위태하게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경애(1906-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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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워싱턴-평양 - 워싱턴 비망록 1
정연주 지음 / 비봉출판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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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정운찬에 대한 얘기가 몇 번 나온다.  

 

  대학 동기이며 도움 받은 이야기가 많다.  

 

  '정이 참 많은 친구'(75면)라고도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정연주는 쫓겨났고 정운찬은 모심을 받았다.  

 

  자신을 쫓아낸 인물을 모시고 있는 정운찬을 정연주는 어떻게 생각할까? 

 

  여전히 정이 참 많은 친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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