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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일기 ㅣ 지만지 고전선집 412
딩링 지음, 김미란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띵링(丁玲)의 소설은 일본 교토(京都)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폐병을 앓고 있는 스무 살 처녀이다. 그녀의 고민은 이렇다. 샤훼이는 유부남인 링지스(凌吉士)를 마음에 두고 있다. 샤훼이의 고백처럼 “이 사회가 그녀가 원하는 것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허락하진 않”을 것이다. 그녀는 사회적 관습과 사랑의 본능 사이에서 갈등한다. 연하의 웨이띠(葦第)는 이런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샤훼이는 링지스를 알아갈수록 실망만을 거듭한다. 사실 그녀는 링지스의 외모와 언행만을 보아왔다. 허나 그의 영혼은 그녀의 표현에 따르자면 비열했다. 그는 속물에 가깝다. 링지스는 이런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사랑을 고백하나 이미 그녀의 마음은 식어버렸다.
일기란 양식을 취해 쉬이 꺼낼 수 없는 속내를 이야기한다. 일기 속에서 자신을 “샤훼이”라 칭하는 독특한 모습도 가끔 보인다. 일기를 이렇게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상례는 아닌 듯 싶다. 일기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양식이다면, 소설로 말하자면 성장소설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샤훼이는 내가 보기에 많이 성장했다. 성장소설이란 무엇인가? 세상의 악을 목도한 주인공이 성큼 자라나 세상을 달리 본다는 것일테다. 우리의 싱클레어(<데미안(Demian)>)가 그러하며, 토니오 크뢰거(<토니오 크뢰거(Tonio Kroger)>)가 그러하다. 샤훼이가 맞닥뜨린 세상의 악은 사회와 링지스에 보인다. 여자로서 행복의 추구를 방해하는 적들이다. 끝내 그녀가 다다른 결론, 즉 그녀의 성장한 모습은 마지막 말에 드러난다. “조용히 삶을 영위하다가 조용히 삶을 마치는 거야. 아! 네가 불쌍하구나, 샤훼이!”
제목을 '샤훼이 여사의 일기'로 달았으면 어떨까 싶다. '소피'라니까 서양인 이름 같다.
丁玲(1904-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