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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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그를 단지 칭찬하는 일도 비천한 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모든 가능한 신앙심 가운데 슈트라우스의 신앙심이 가장 놀랄 만한 것 중의 하나다. 왜냐하면 그는 제물을 태우는 조그만 불꽃으로 자신의 신앙심을 깊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 국민의 가장 숭고한 작품들을 초연하게 이 불꽃에 집어던져서 그 연기로 자신의 우상들을 그을리게 한다. 어떤 우연에 의해 <영웅>, <전원>, 9번 교향곡이 미의 여신들의 사제의 소유가 되고, 그렇게 "문제가 많은 작품들"을 제거함으로써 거장의 상을 순수하게 보존하는 일이 이제 그에게 달려 있다고 잠깐 동안 생각해보자 ㅡ 그가 이 작품들을 태워버릴 것이라는 점을 누가 의심하겠는가? 우리 시대의 슈트라우스류의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 그들은 어떤 예술가에 대해 그가 자신들의 일에 적합한가에 관해서만 알고자 하며, 오직 제단에서 불태우는 것과 그을리는 것 사이의 대립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것은 그들 마음대로일 수 있다. 기괴한 점은 단지 미에 관한 여론이 너무 메마르고 불안정하고 유혹되기 쉬워서 대단히 볼품없는 속물 근성의 전시를 아무런 이의 없이 감수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이 여론은 미적이지 않은 선생 따위가 베토벤을 재판하려고 앉아 있는 무대의 희극성을 느낄 수 없다는 점에서 기괴한 것이다. 그리고 모차르트에 관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에 관해 한 다음 말이 참으로 타당할 것이다. "그를 단지 칭찬하는 일도 비천한 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 『반시대적 고찰 Ⅰ』, <다비드 슈트라우스, 고백자와 저술가>,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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