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강상진.김재홍.이창우 옮김 / 길(도서출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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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가 바로 그러한 것을 지향했으니까

 

서로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가 잘 되기를 바라는데, 그들이 사랑하는 그 관점에서 그러기를 바란다. 유익을 이유로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그 자체로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상대로부터 자신들에게 어떤 좋음이 생겨나는 한 사랑하는 것이다. 즐거움을 이유로 서로 사랑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재담꾼을 사랑하지만 재담꾼이 어떤 성격의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유익을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어떤 좋음을 이유로 상대에게 애착을 가지는 것이며, 즐거움을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즐거움이 돌아오는 이유로 그러한 것이다. 그들은 사랑을 받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 사람인 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유익을 주는 한, 혹은 [자신들이] 즐거운 한 사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것들은 우연적인 의미에 따른 친애이다. 사랑받는 사람이 그 자체로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어떤 좋음이나 즐거움을 주는 한에서만 사랑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친애는 [사랑을 주고 받는 친구들이] 계속 이전 같지는 않을 때 쉽게 해체되고 만다. 더 이상 즐거움이나 유익을 주지 못하게 될 경우 그들의 사랑 역시 멈추게 된다. 그런데 유익한 것은 지속적이지 않고 경우에 따라 유익한 것이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그들이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그 이유가 사라지고 나면 친애 역시 해체된다. 친애가 바로 그러한 것을 지향했으니까. 이러한 종류의 친애는 주로 나이 든 사람들에게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인다. 나이 든 사람들은 즐거움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전성기에 있는 사람이나 젋은이들 중에서도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친애가 해당되는 것 같다. 이러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일이 별로 없다. 사실 어떤 때에는 피차 상대방이 즐겁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서로에게 유익이 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친교도 필요하지 않다. 그들이 좋음의 희망을 가지는 바로 그만큼만 [서로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손님에 대한 친애'도 이러한 범주에 넣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면서


젊은이들의 친애는 즐거움을 이유로 성립하는 것 같다. 젊은이들은 감정에 따라 살며 주로 그들에게 즐거운 것을 추구하고, 또 지금 있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즐거운 것들도 달라지게 된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그들은 쉽게 친구가 되고, 또 쉽게 헤어진다. 그들의 친애는 즐거움에 따라 바뀌는데 그러한 즐거움의 변화는 빠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또 에로스 지향적이다. 에로스적인 사랑은 대부분 감정에 따른 것이며 즐거움을 이유로 성립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그들은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다가 순식간에 헤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면서. 이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이 살기를 원한다. 이들에게 친애라는 것은 이런 식으로 생겨나니까.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8권 제3장 「친애의 세 종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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