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산간 지방은 최저 영상 1도까지 떨어지겠습니다."

오랫만에 TV를 통해 확인해 본 지난주 금요일의 일기 예보가 괜히 신경쓰였다. 마침 올해 '가을 산행'을 예정한 곳이 봉화 인근의 '영덕 칠보산'이었던 데다가, 워낙에 추위를 타는 탓에 날자를 너무 늦춰 잡은 게 아닌가 싶어 슬며시 후회되기도 하였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하는 수 없이 등산배낭 속에 (몇달 전 히말라야 트레킹때 아주 요긴하게 입었던) '고소(高所) 내의'까지 챙겨 넣고 길을 나섰다.

서울은 아직도 단풍이 물들기를 주저하고 있는 동안, 오히려 남쪽 산간지방엔 단풍이 한창이었다. 걱정스러운 추위는 거의 없었고 날씨는 대체로 화창했고 단풍은 예상보다 훨씬 더 짙게 물들어 있었다. 한적한 시골길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들이 잎을 반짝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듯싶었고, 눈에 띄게 경작지가 늘어난 사과밭들은 온통 빨갛게 익은 사과로 가득했다. 들녘엔 마지막 수확을 기다리는 '노란 콩밭들'을 제외하곤 배추와 무우 정도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고향에서 들은 소식으로는 '무서리는 내렸지만 된서리는 아직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 * *

○ 일시 : 2013. 10. 25(금) 12:00 ∼ 10. 27(일) 18:30

○ 이동 경로(총 820km)

    여의도 → 원주 → 제천 → 풍기 → 백암온천 → 후포항(저녁) → 영덕 칠보산 자연휴양림(1박) → 칠보산 
    후포항(점심) →
영양(2박) → 일월 주실마을 → 일월산(1,205m) → 풍기(점심) → 제천 → 일죽 → 일산



 - 울진 후포항, 영덕 칠보산 자연휴양림, 영양, 일월 주실마을, 일월산 주변

 


 

 - 칠보산 자연휴양림에서 동해 쪽으로 내다본 풍경. 저 멀리 바다가 흐린 하늘과 맞닿아 있다.





 - 맑은 숲속 공기처럼 말끔해 보이는 칠보산 자연휴양림 숙소.





 - 언제나 뽀얀 맨살을 드러내고 있지만 철마다 때 맞춰 몸단장을 잊지 않는 자작나무.





 - 칠보산 오르는 산길이 고요하고 따사롭다.



 - 단풍은 봐주는 이 아무도 없는 한적한 이곳 산 속에서도 어김없이 붉게 물들었구나.





 - 이 녀석은 소나무를 따라 기어올라 푸른 하늘을 실컷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 키큰 소나무숲 아래에서도 단풍은 넉넉하게 붉게 물들었다.





 - 소나무 한 그루가 뿌리채 쓰러져 조용히 썩고 있다.





 - 쓰러진 소나무가 살아 숨쉴 적에 이웃이었던 저 단풍나무들은 소나무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할까?





 -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서 태어나 살다가 여기서 조용히 자연으로 되돌아간 소나무 한 그루.
    저 소나무의 죽음은 그저 한낱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 가는 것일 뿐 한 조각의 슬픔조차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 소나무의 죽음

이제 나무가 쓰러진다.

쓰러지면서 언덕 비탈에 바람을 보내고는 계곡에 있는 자신의 잠자리,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잠자리에 눕는다. 전사처럼 자신의 녹색 망토로 몸을 감싸면서 깃털처럼 부드럽게 눕는다. 서 있는 것이 이제는 싫증이 난다는 듯 자신의 구성 분자들을 흙으로 돌려보내며 말 없는 기쁨으로 지구를 감싸안는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中에서


 

 

- 수수한 단풍 색깔이 더 곱게 느껴진다.




 - 제법 붉은 단풍이지만 햇볕이 들지 않아 몹시 화려하진 않다.





 -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몹시 경쾌하다.





 - 가벼운 산행길이라 어느새 하산길을 재촉하는 길. 주위엔 온통 소나무들이 빽빽하다.





 - 이곳 산 속엔 유난히 한 몸에서 나와 두 줄기로 자라는 소나무가 많다.





 - 이 소나무는 두 다리를 마치 하늘로 뻗은 듯한 모습이다.





 - (윗사진과 같은 나무)
   하늘 높이 뻗은 나뭇가지가 마치 땅 속 뿌리처럼 하늘의 맑은 공기들을 빨아들이는 듯싶다.





 - 머지 않아 곧 바스라져 한줄기 휘잉~ 부는 찬바람에 어디로 사라질지 몰라도...
    지금은 그저 빨갛게 익어 아침 저녁으로 따사로운 햇살을 즐길 때다.





 - 이곳 나뭇잎들은 도시에서 자라는 녀석들보다 왠지 모르게 훨씬 더 행복해 보인다.





 - 솔향기, 가을햇살과 함께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곳.





 - 일요일 아침. 서울로 되돌아오는 길에 고향 근처 '일월 주실마을'의 조지훈 생가에 들렀다.





 - 조지훈 생가인 '호은 종택' 마당 안에서 대문밖 정면에 솟아 있는 '문필봉'을 바라본 모습.





 - 주실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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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주실마을

 

마을 북쪽에는 일월산(日月山)이 있고 그 옆으로는 문필봉(文筆峰)과 연적봉(硯滴峰), 노적봉(露積峰) 등 해발 200m 높이의 봉우리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인근에는 반변천이 흐른다. 마을 입구에는 수백 년 된 느티나무와 소나무 등으로 조성된 ‘주실쑤’라는 울창한 숲이 있다. 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어 오늘날까지 가꾸어 온 것으로 장승을 뜻하는 사투리를 섞어 ‘수구막이 숲’ 혹은 ‘시인의 숲’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을은 약 380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전해진다. 기묘사화(己卯士禍)가 일어난 후 한양을 떠나 마을로 온 조전은 1630년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 정착하였고 이후 한양 조씨의 씨족마을이 형성되었다.

마을 옆의 문필봉은 말 그대로 붓을 닮아 뾰족한 삼각형 모양을 띄고 있다. 풍수지리설(風水地理說)에 의하면 봉우리로 문필봉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학자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마을 출신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시인이자 국문학자였던 조지훈이 있다. 박두진, 박목월과 더불어 청록파 시인 중 한 명이었으며 대표작인 <승무>와 ‘지조론’이 유명하다. 신간회 동경지회장이었던 민족운동가 조헌영도 이 마을 출신이다. 

또한 풍수론에 따르면 마을 형태는 배 형상을 띄고 있다고 하여 마을 안에는 되도록 우물을 만들지 않았는데, 배에 구멍을 뚫으면 가라앉게 되는 것처럼 액운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현재까지도 마을 내 우물은 한 곳에만 있으며, 주민들은 50여리 떨어진 곳에 수도 파이프를 연결하여 식수를 해결하고 있다.

마을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조지훈의 생가인 호은종택(壺隱宗宅, 경상북도 기념물 제178호)이다. 마을에 처음 정착한 조전이 마을 뒷산에 올라가 매를 날려 매가 날아가다가 앉은 자리에 집터를 잡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17세기 말 처음 세워진 것으로 경상도 북부지역의 전형적인 양반가옥 형태인 ㅁ자형구조 가옥이다. 한국전쟁으로 일부가 소실되었다가 1963년 중건되었다. 또 다른 대표 건축물인 옥천종택(玉川宗宅,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42호)은 1694년 처음 지어졌으며 안마당을 중심으로 네 방향의 건물이 모두 연결된 경북 북부지방의 폐쇄적인 ㅁ자형 가옥형태이다. 옹기를 여러 개 이어 만든 옹기굴뚝이 건물 밖에 세워져 있으며 가옥 내부에는 마을에서 하나뿐인 우물이 있다.

과거 안동문화권에서 가장 반(反)안동적인 마을로 불렸다. 조선시대 당시 정통 성리학을 고수하며 보수적이었던 영남지역의 일반적인 양반마을과 달리 일찍이 실학을 접하고 근대화를 빨리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영양에서 교회가 가장 일찍 들어섰고 1900년대 초에는 마을 전체적으로 단발을 시행하였다. 또한 영양지역 최초의 근대학교인 영흥학교에서 신교육이 이루어졌으며1911년에는 노비를 해방하는 등 보수적인 영남지역에서는 찾기 어려운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현재 마을에는 조지훈문학관이 있고 마을 곳곳에는 조지훈의 시가 돌에 새겨져 있다. 주변 명소로는 전통 정원인 서석지와 감천 마을, 일월산 등이 있다. (출처: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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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월산 정상의 월자산봉(1,205m)에 올랐다.





 - 동해 바다 쪽으로 바라본 모습. 첩첩이 펼쳐진 산자락마다 제각기 철맞는 옷으로 갈아 입은 모습이다.





 - 모든 게 사라져가는 가을에도 '찬란한 봄'을 잊지 말라는 듯 풀빛이 몹시 싱그럽다.





 - 파란 하늘에 맞닿은 저 능선 위 나무들은 곧 차가운 겨울바람 앞에 앙상한 가지들만 남을 게 뻔하다.
    봄철에 새로 돋은 듯한 저 풀들은 첫눈이 내릴 때까지도 여전히 저런 모습으로 버틸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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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맛보는 특별한 음식들을 쏙~ 빼놓기는 조금 아쉽다. 배고픈 분들이 이 사진들을 보게 되면 혹시라도 침이 고이다가도 금새 배가 아파 올지도 모르겠다. 혹시 주변을 여행할 기회가 되는 분들은 음식점 이름을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글쎄, 좀 보라

글쎄, 좀 보라. 자기 머릿속에 처넣은 사상 때문에 맛있는 식사도 돌아다 볼 생각을 않으며, 이런 먹는 일 때문에 시간을 낭비해서야 되느냐고 불평하는 자의 잡념과 허상을 마음놓고 그대에게 말하도록 해 보라. 그대는 식탁의 모든 반찬들 중에 그의 영혼이 말하는 그 훌륭한 이야기보다 더 멋쩍은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상과 의향은 그대의 스튜 요리만한 가치도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이 아르키메데스의 황홀경이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 몽테뉴,『몽테뉴 수상록』 中에서



 - 특대(特大) 모듬회(후포항 '안동횟집'). 가격도 싸고 회가 싱싱하고 단맛이 날 정도로 고소하다.




 - 비록 '영덕대게'는 아니지만 '홍게'라도 이곳에서 먹는 게맛은 역시 다르다.(후포항 '안동횟집')




 - 석달 전 여름에도 이 식당에서 물회를 먹었었다. 물회맛은 정말 일품이다.(후포항 '안동횟집')




 - 고향 친구가 손수 그물로 잡아서 끓여낸 '민물매운탕'. 맛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 '소백산 한우'로 무친 싱싱한 육회(풍기에 있는 '영주축협 한우프라자')




 - 생갈비살과 등심(풍기에 있는 '영주축협 한우프라자')




 - 숯불에 굽는 생갈비살. 맛 뿐만 아니라 착한 가격(200g에 23,000원) 때문에 더욱 만족스럽다.



 - 일행 넷이서 점심때 먹은 '낮술'로는 다소 많다 싶었지만 안주가 좋았던 만큼 술이 오히려 부족하다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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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 이래서 가을이 좋다
    from Value Investing 2015-11-02 19:42 
    청춘이 정열을 추구하는 것은 용서하고, 노년이 쾌락을 찾는 일은 금지하는 것은 잘못이다. 나는 젊었을 때는 불타는 정열을 조심성으로 은폐했다. 이제 늙어서는 음산한 심정을 방종으로 풀어 준다. 그 때문에 플라톤의 법칙은 편력을 더 유익하고 교양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40이나 50세 전에 돌아다니는 것을 금지한다. 나는 바로 이 규칙의 제2항으로 60세가 넘어서는 편력을 금지하는 데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그런데 이런 나이에 길을 떠나다가는 그 먼
 
 
페크(pek0501) 2013-11-0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 님, 사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재밌네요. 사진도 물론 좋고요.
자작나무의 길을 보니, 산책을 좋아하는 저로선 걷고 싶어지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길이 들어가 있는 풍경을 좋아합니다.
가을 풍경을 잘 감상했어요.
어제 10월의 마지막 날이 흘러가 버려서 이젠 11월이네요.
아, 이렇게 해서 한 해가 또 가고 있네요.



oren 2013-11-01 15:18   좋아요 0 | URL
일년을 아쉬움 없이 흠뻑 느끼고 싶어서 '가을 산행'을 해마다 꼬박 꼬박 다녀 오는데, 그 때마다 느끼는 게 '올 한 해도 벌써 다 저무는구나' 싶은 생각이에요. 붙들 수도 없는 세월이라면 온 몸으로 느껴볼 수밖에요. ㅎㅎ

yamoo 2013-11-01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만 봐도 얼마나 좋은 여행하셨는지 느껴집니다. 가을 산행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산행을 아주 안좋아하지만 가을 산행은 정말 가끔 가곤합니다. 하지만 서울 근교가 전부...오렌님의 사진으로 올 가을 산행은 대체하렵니다~ㅎㅎ

oren 2013-11-03 23:47   좋아요 0 | URL
yamoo님께서도 저처럼 나이가 좀 들면 '편력'을 좀 더 자주 하시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yamoo님께서 '편력을 더 유익하고 교양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플라톤의 법칙을 따르시는 건 아니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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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정열을 추구하는 것은 용서하고, 노년이 쾌락을 찾는 일은 금지하는 것은 잘못이다. 나는 젊었을 때는 불타는 정열을 조심성으로 은폐했다. 이제 늙어서는 음산한 심정을 방종으로 풀어 준다. 그 때문에 플라톤의 법칙은 편력을 더 유익하고 교양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40이나 50세 전에 돌아다니는 것을 금지한다. 나는 바로 이 규칙의 제2항으로 60세가 넘어서는 편력을 금지하는 데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나이에 길을 떠나다가는 그 먼 길에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아니오?" 무슨 상관이 있나? 나는 여행에서 돌아오거나 여행을 완수하려고 떠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움직이는 것이 기분 좋은 동안은 움직여 보려고 하는 것이다. 바람을 쏘이기 위해서 나는 바람을 쐰다. 이득이나 토끼를 보고 달려가는 자는 달려가는 것이 아니다.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