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에서 시작된 호모 파베르의 진화



 

 

손으로는 어찌 하지?

사랑하는 애인들끼리는 화를 내고, 서로 화해하고, 간청하고, 지적하는 모든 일을 눈으로 한다.

손으로는 어찌 하지? 우리는 요구하며, 약속하며, 부르며, 내보이며, 위협하며, 기원하며, 간청하며, 부인하며, 거절하며, 물어보며, 감탄하며, 헤아리며, 고백하며, 후회하며, 두려워하며, 부끄러워하며, 의심하며, 가르쳐주며, 명령하며, 교사하며, 맹세하며, 증거하며, 비난하며, 처단하며, 죄를 사하며, 욕설하며, 경멸하며, 도전하며, 분개하며, 아첨하며, 갈채하며, 축복하며, 굴욕을 보이며, 조롱하며, 화해하며, 권장하며, 고무하며, 축하하며, 즐기며, 동정하며, 슬퍼하며, 낙담시키며, 절망하며, 놀라게 하며, 소리치며, 침묵케 하며, 그리고 무엇은 못할 것인가? 혓바닥에 못지않게 잡다하고 복잡하게 무엇이든지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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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손

『인간의 유래』에서 다윈은 무엇보다도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정신의 능력이 엄청나게 증대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진화가 느리고 완만한 과정이라면 그런 커다란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다윈의 답은 그 책의 4장에 있다. 그는 인간이 독특한 신체적 속성을 가졌다는 논리를 발전시켰다. 그것은 바로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인 인간의 직립자세다. 다윈은 직립자세와 직립보행으로 인간의 손이 자유로워졌고, 그 결과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이 발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 때문에 원숭이들 가운데 한 종류의 지능이 급속히 발달했으리라고 보았다.

직립의 관념은 다윈이 처음 도입했으나 처음에는 그다지 중요하다고 인식되지 않았다. 1891∼1892년 외젠 뒤부아가 '자바인', 즉 피테칸트로푸스 에렉투스(지금은 '호모'를 붙여 부른다)를 발견한 뒤에야 그 이론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피테칸트로스의 대퇴골은 직립보행을 했다는 것을 말해주며, 두개골의 크기는 원숭이와 인간의 중간이었다. 그래도 직립의 중요성이 완전히 이해된 것은 1930년대의 일이다. (921∼9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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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파베르 Homo faber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한 것을 어느 시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 최초의 무기, 최초의 연장이 제조된 시기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부셰 드 페르트Boucher de Pertes가 물랭-키뇽Moulin-Quignon의 채석장에서 발견한 것을 둘러싸고 일어난 기념할 만한 논쟁을 잊지 않고 있다. 문제는 그가 발견한 것이 정말로 도끼인지 아니면 우연히 부서진 부싯돌 조각인지를 아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작은 도끼였을 경우에는 우리가 지성, 특히 인간의 지성과 마주하고 있으리라는 사실을 아무도 단 한순간이나마 의심하지 않았다.(212쪽)

인간 지성에 관해서 말하자면 사람들은 기계적 발명이 처음에 그 본질적인 행보였다는 것,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사회적 삶은 인공적 도구의 제작과 사용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진보의 길에 표적을 세우는 발명들은 그 방향도 역시 그려주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주목하지 않았다. 우리가 그것을 깨닫기 어려운 것은 인간성의 변형은 보통 도구의 변형들보다 뒤늦게 오기 때문이다. 우리의 개인적이고 심지어 사회적인 습관들은 그것들이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황들보다 상당히 오랜 기간 살아남아 있기 때문에 한 발명의 심층적 영향은 우리가 이미 그것의 새로움을 잃어버렸을 때 비로소 주목된다.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한 세기가 흘렀는데 이제서야 우리는 그것이 야기한 심층적인 동요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그것이 산업에 일으킨 혁명은 인간들 사이의 관계조차 뒤집어 놓았다.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른다. 새로운 감정들이 개화하고 있다. 수천 년 후에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 주요한 선들만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전쟁과 혁명들은 사람들이 그것들을 아직 기억한다고 해도 별 것 아니게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증기기관 그리고 거기에 수반되는 각종 발명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가 청동이나 석기(石器)에 대해 말하듯이 말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한 시대를 정의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가 모든 오만에서 벗어나 인간종을 정의하기 위해 역사시대와 선사시대가 우리에게 인간과 지성의 항구적인 특성으로 제시하는 것에 엄밀히 머물기로 한다면, 우리는 [인간을]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 말하지 않고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지성을 그 본래적인 행보로 나타나는 것 안에서 고찰할 경우 그것은 인공적 대상들을 제작하고, 특히 도구를 만드는 도구들을 제작하며, 그 제작을 무한히 변형시키는 능력이다.(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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