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랑탕빌리지에서 체르코리까지


아침에 잠에서 깨어보니 다행히 날씨가 화창하게 개어 있었다. 왕체력을 자랑하는 장대장님은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새벽 6시에 '랑시사카르카'를 향해 출발했다는 소식이고(어쨌든 오늘은 각자 원하는 대로 이동하여 저녁에 '라마호텔'에서 모이기로 했다.), 어제 체르코리 대신 곰파(티벳 불교 사원)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벌써 '라마호텔'을 향해 출발할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나와 공이사, 그리고 상준이 셋은 '캉진 곰파'에서 조금 더 머물다가 천천히 내려가기로 했다.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설산들을 코앞에 놔두고 그냥 '훌쩍' 떠나기에는 마음이 좀체로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어제 낮에 올랐던 체르코리는 밤새 내린 눈으로 뒤덮혀 하얀 설산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캉첸포도 어제 보다는 훨씬 더 뚜렷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자신의 얼굴을 환히 드러내 놓고 있었다. 욕심 같아서는 여기서 하루 이틀 더 머물면서 저녁 일몰과 새벽 일출까지도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이제 여길 떠나면 언제 다시 저 멋진 봉우리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태초에 대지가 일어나고 빙하가 흘려 내렸던 그 까마득한 옛날의 순수한 모습 그대로인 대자연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어디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을까. 사진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특별한 느낌들'만 그저 한가득 가슴에 품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잘 있거라 랑탕 리룽이여, 캉첸포와 체르코리여!

우리는 캉진 곰파를 출발하여 라마호텔로 이동하는 내내 체르코리의 정상을 밟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자주 '위쪽'을 되돌아보며 걸었다. 그러나 어제 무리하게 체르코리를 오르려다 고산병을 얻었는지 입맛을 완전히 잃어버려 이제는 초콜릿 조차도 먹기 싫을 정도가 되었다. 점심 때에도 거의 먹지 못하고 한 켠에 드러누운채 휴식을 취했다. '입맛'이 떨어져 먹은 건 없지만 이상하게도 배는 고픈 줄 몰랐다. 랑탕빌리지에서 잠시 쉬는 동안 비싼 '코카콜라'를 한 병 사서 세 사람이 나눠 먹었는데 신기하게도 콜라는 전혀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었다.

오후 늦게 라마호텔에 도착해 보니 다들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하고 '에베레스트 맥주'도 한 잔씩 하면서 '힘든 산행'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난 뒤에 찾아오는 '홀가분함'에 살짝 물든 듯했다. 그러나 다들 잃어버린 입맛 때문에 그저 마음만 앞설 뿐 몸이 따라주지 못했고 뒤이은 저녁식사도 겨우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난 뒤 '향후 일정'에 대해 또다시 의견들을 수렴한 결과 [툴루샤프루-촐랑파티-고사인쿤드-신곰파]로 이어지는 코스는 결국 포기하기로 하였다. 내일 아침부터 '곧바로 하산'하여 샤브루베시를 거쳐 버스를 타고 다시 카트만두로 되돌아가기 한 것이다. 다들 (별로 원치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고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복잡한 카트만투'로 되돌아간다는 우울한(?)소식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좋아라 하고 반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아쉽지만 그 당시로서는 어서 빨리 '입맛'을 되찾아 뭐라도 좀 배불리 먹고 싶은 생각 뿐이었으니, 히말라야 조차도 '금강산도 식후경'에서 조금도 예외일 수 없었다.


 - 화창하게 갠 아침, 왼쪽의 랑탕 리룽(7,225m)과 오른쪽의 킴슝(6,745m)의 모습



 - 하산할 채비를 마친 일행들




 - 아무 것도 먹지 못해 컨디션이 엉망인 이상무는 결국 라마호텔까지 '말'을 타고 하산하기로......




 - 캉진 곰파에 사는 천진난만한 표정의 꼬맹이.


 - 꼬맹이들과 함께 포즈를 취해보지만 그다지 '협조'할 생각이 별로 없는 듯.




 - 뒷편으로 펼쳐진 강자 라 히말(Kangja La Himal)을 배경으로.




 - 마음은 금방이라도 '체르코리'를 다시 올라가고 싶지만......




 - 킴슝을 배경으로.




 - 어디서 오는지 몰라도 이른 아침부터 짐을 메고 내려오는 부지런한 포터들.




 - 체르코리여 안녕~




 - 랑탕리룽과 킴슝.




 - 밤새 내린 눈으로 하얗게 빛나는 체르코리와 캉첸포(6,387m).




 - 뒤돌아보니 어느새 조금씩 캉진 곰파가 멀어지기 시작한다.




 - 불경을 새겨넣은 돌탑인 마니월이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 마니월과 눈으로 덮힌 체르코리.




 - 러시아에서 왔다는 두 명의 아가씨와 함께.




 - 드넓은 목초지에 야크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중.




 - 티벳에 가까이 사는 이곳 아이들은 마치 우리나라 시골마을의 아이들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 초콜릿에 눈이 멀어 내 배낭에까지 손을 대다가 엄마한테 '팔뚝'을 한 대 얻어맞고 계면쩍게 긁적이는 아이.





 - 광활한 계곡, 푸른 하늘과 설산이 아스라히 펼쳐진 랑탕 계곡.




 - 체르코리는 어느새 눈이 녹아 산허리까지 맨살을 드러낸 모습으로 바뀌었다.




 - 고라타벨라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말에 오르는 이상무.
    가파른 고갯길을 내려올 때 말에서 떨어지면서 '크게 다칠 뻔' 했단다. 보기에도 안쓰러울 지경이다.




 * * *

 - 랑시사 카르카를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 ①_랑탕리룽의 일출




 - 랑시사 카르카를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 ②_랑시사 카르카 가는 길




 - 랑시사 카르카를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 ③_랑시사 카르카 가는 길




 - 랑시사 카르카를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 ④_랑시사 카르카 가는 길




 - 랑시사 카르카를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 ⑤_랑시사 카르카 가는 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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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 샤브루베시를 거쳐 다시 카트만두로
    from Value Investing 2013-06-03 14:17 
    어제 오후에 라마호텔(2,410m)까지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산병'이 아직 제대로 가시지 않았는지 어제는 저녁을 먹기 위해 한 숟가락을 뜨다가 속이 너무 울렁거려 그 자리에서 토할 뻔 했다. 겨우 진정시키고 나서 감자를 두 개쯤 간신히 먹긴 했으나 나중엔 물조차 마시기에 역겨울 정도로 입맛이 영 돌아오질 않는다. 혹시나 잠을 자다가 배가 몹시 고프면 먹을 요량으로 삶은 감자를 두 개 챙겨들고 내 방으로 일찍 올라와 드러누워 쉬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