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히말라야로 들어서다.


어제밤은 정말 누구 하나 '맥주라도 한잔' 하자는 얘기조차 없이 '고요하게' 지나갔다. 다들 오늘부터 시작될 '고된 산행'이 걱정되어 아무도 섣불리 그런 얘기를 꺼내기가 힘들었으리라. 그 덕분에 모두들 저마다의 조용한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고, 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도 다시 읽고 싶어 가져온 알버트 머메리의 책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를 붙잡고 두세 시간쯤 읽은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해발 2,410m에 위치한 라마호텔까지만 가면 된다. 일정도 부담없고 날씨도 쾌청한 가운데 다들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며 '히말라야'의 산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몸과 마음을 들여놓기 시작한다. 히말라야의 산길을 걷는 일이 생각보다는 그리 힘들지 않다는 사실 때문에 일말의 안도감도 조금 생겨난다.

날씨는 우리나라의 초여름에 가까울 정도로 기온이 높고 햇살이 뜨겁다. 아직은 고도가 그리 높지 않은 탓인지 계곡물도 그득 넘쳐 흐르고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진 그늘진 숲길을 자주 지나는 것도 기분이 좋다.

가끔씩 만나는 외국인 트레커들과 포터들, 그리고 짐말을 몰고 다니는 말몰이꾼들을 마주 지나칠 때마다 네팔식 인사말인 '나마스테'를 주고 받는다. 이 인사말의 뜻이 참으로 멋지고도 심오하다. '나마스테'는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께 경배드립니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힘겨운 산길을 오르내리며 난생 처음으로 마주치는 사람들과 그저 'Hello'라는 단순한 말로 나누는 인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인사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트레킹에서 우리 일행들이 마주쳤던 외국인들은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정말 다양한 곳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 먼 오지를 찾아오는구나 싶은 생각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내가 '나마스테'라는 인사말을 주고 받은 이후에 '당신들은 어디에서 오셨나요?'라고 물어볼 때마다 나라 이름이 계속해서 새롭게 바뀌는 점도 흥미로웠다. 내가 들었던 나라 이름들은 대략 스위츨랜드, 프랑스, 잉글랜드, 네팔, 도이칠랜드, 오스트리아, 체코, 러시아, 말레이지아, 아메리카 등이었다. 한국에서 오신 분들도 두세 번 만났는데 그 분들과 얘기를 나눌 때는 이상하게도 '나마스테'를 생략한 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는 말부터 꺼내게 되는 것도 재미있었다.

'나마스테'라는 인사말이 가장 인상깊게 들릴 땐 역시 깊은 산 속 마을과 롯지에 사는 어린아이들과 마주칠 때였다. 그 아이들이 두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아 '나마스테' 하고 해맑고 귀여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넬 땐 작은 감동마저 살짝 일어났다. '나마스테'는 그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라 정말 무언가 특별한 교감을 서로 주고받는 듯한 잊지 못할 아름다운 말이었다.
나마스테~ 나마스테~


 - 우리가 묵었던 숙소 앞 뜰에서 나홀로 한가로이 '차'를 즐기는 이방인.




 - '대장정'을 앞두고 11명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활짝 웃고 사진을 찍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들 얼굴이 뽀샤시하다.
     (앞줄 맨 왼쪽이 글쓴이, 뒷줄 맨 왼쪽에 계신 분이 박목사님)



 - 화창한 날씨 덕분에 저 멀리 계곡 안쪽 너머 '하얀 설산'이 뚜렷하다.
    다들 그 광경에 흥분한 탓인지 출발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기념 촬영을 했다. 맨 왼쪽이 가이드인 '텐디'



 - 다리에 늘어선 우리 일행 앞에는 마침 한국에서 온 단체팀도 있었다.
    '혜초여행사'를 통해 오신 '오은선대장과 함께 하는 히말라야 원정대'가 그 주인공들인데,
    우리 일행과 같은 항공편을 타고 왔으며 랑탕에서의 일정도 거의 똑같고 귀국 항공편까지도 같았다.



 - 다리를 건너자 말자 산골마을에 사는 아이들을 만났다. 연기 뒤로 보이는 아침 햇살처럼 아이들이 싱그럽다.
   아침 일찍부터 집집마다 대문 앞에 저렇게 연기를 피우는 건 일종의 전통의식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 목사님의 좌우에 있는 두 사람은 父子지간. 
    대학 재학중 군복무를 마치고 갓 제대한 상준이는 출국 며칠을 앞두고 맨 나중에 '트레킹'에 합류했다.



  - 잠시 휴식중에 만난 롯지에 사는 아이. 땟국물이 자르르 흐르는 옷차림과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 너무 귀엽다.
    우리들이 어렸을 때에도 필시 저런 모습과 그다지 많이 다르지는 않았으리란 생각이 무슨 '확신'처럼 느껴졌다.



 - 어느덧 해발 2,450m의 림체. 장대장님이 잠시 '포터 스타일'로 변신했다.



 - 우리가 묵을 라마호텔(라마호텔은 '지명'이다)의 롯지.



 - 산장 안주인은 연신 '실패'를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무료함'을 달래는 듯하다.
   아마도 곧 시작될 '몬순'으로 접어들면 트레커들의 발길도 뚝 끊기고 무료한 시간들은 더욱 많아지리라.



 - 첫날 산행이 '별것 아니네....' 싶었던지 분위기 메이커인 상준이 아빠가 기어이 럼주를 3병씩이나 질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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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4. 둘째날, 랑탕계곡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다.
    from Value Investing 2013-06-03 14:15 
    오늘은 고도를 3,330m까지 올려 랑탕 빌리지까지 가야 하는 일정이다. 우리 일행 가운데 너댓사람을 제외하고는 일찌기 경험해 보지 못한 '고지대'를 체험하는 첫날이기도 하다. 다들 고소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으리라 믿고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점심때는 마침 풍광 좋은 고라타벨라(3,000m)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먹을 예정이라는 소식에 더욱 힘을 낼 수 있었고, 멋진 설산이 환히 보이는 그곳 산장에서 모처럼 맛있는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