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디어 네팔이다.
오늘은 드디어 '히말라야'에 오르기 위해 '카트만두에서 샤브루베시까지' 이동하는 날이다. 어제밤 타멜 시내에서 일찍 돌아온 이후 일행중 몇몇이 모여 숙소에서 밤늦게까지 술잔을 더 나눴었다. 오늘까지도 '이동'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 좋은 핑계가 되어 주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나중에는 애주가 한 분이 한국에서 준비해온 '커티샥'까지 아낌없이 비웠다. 작년에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다녀온 이○○상무의 '히말라야 트레킹' 경험담이 한참이나 이어졌고, 그밖에 이런저런 다양하고 재미있는 얘기들을 제법 오래도록 나눈 뒤 밤 12시를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사모님(목사님 부인)께서 숙소까지 오셔서 직접 시원한 북어국을 맛있게 끓여 놓으셨다. 그 덕분에 우리 일행 모두 제대로 속풀이를 하고 나니 '하루종일'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오늘의 일정 조차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다.
버스가 복잡한 카트만두 시내를 벗어나면 제법 '시원한 도로'를 쌩쌩 달릴 것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시외 역시 도로 사정이 그다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주위가 온통 산이다 보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은 시원한 녹색으로 물들어 있어서 답답했던 카트만두 시내보다는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카트만두에서 랑탕계곡 입구까지 가는 길은 평지 말고도 높은 산을 한참이나 구비구비 올라갔다가 그 산을 넘어 다시 구비구비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네팔 사람들이 얼마나 험한 산간 오지에서 다락같은 논밭을 부지런히 일구며 살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하루였다. 한국에도 산간 오지에 비탈밭을 일구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네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저토록 높은 고지대에서 좁디좁은 밭을 일구며 사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모습들이며 어떤 생각들을 지니고 살고 있을까를 내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버스밖 풍경, 숙소를 떠나 혼잡한 카트만두 시내를 통과하는 중.
- 오늘은 토요일인데 네팔에서는 토요일이 휴일이고 일요일은 평일처럼 정상적으로 일한다고 한다.
어딜 가나 거리마다 과일과 채소 등을 파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엄청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적지않은 시련을 각오해야 한다지만,
우리 일행은 편리한 전용버스를 이용하여 비교적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 카트만두를 벗어나 고갯길을 다 내려오는가 싶더니 버스를 좀 수리해야 한다고 해서 우리 모두 하차했다.
버스가 정비를 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시골풍경이 싱그럽다.
- 버스를 수리하는 동안 길가에서 내내 '버스'를 기다리던 모녀를 우리 버스에 태워주었다.
모녀는 버스를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내렸지만 어린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 이동중 점심은 네팔의 주식인 '달밧'으로 해결했다. 식당앞 길거리의 풍경.
- 우리가 탄 버스는 평지를 한참이나 더 달린 끝에 높은 산을 기어오르더니 산중턱을 넘어 끝없이 달린다.
-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시작되나 싶더니 점점 더 길이 아슬아슬해진다.
- 드디어 랑탕국립공원 체크포인트까지 올라왔다. 지도를 통해 봤던 '지명'들과 '고도'가 자세히 나와있다.
- 둔체에 도착하여 '차'를 한잔 마시며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산중턱으로 난 길이 우리가 더 가야 할 길이다.
- 둔체(1,960m)의 길거리 풍경.
- 구절양장이 따로 없는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이 길을 다 내려가면 곧바로 샤브루베시에 도착한다.
- 어느새 해가 나즈막히 걸리는 늦은 오후.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비탈을 따라 다락처럼 이어진 논밭의 경계가 뚜렸하다.
- 샤브루베시(1,420m)에 도착했다. 여기서 10여km 더 올라가면 '티벳'과의 국경에 닿는다고 한다.
-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말들.
이 말들이 왜 저토록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지 이때까지는 전혀 몰랐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