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卽是現今 更無時節"
(지금이 할 때이고, 그 때는 다시 없는 법)

여러 사람들이 제법 자주 인용하는 이 말은 당나라의 선승이었던 임제선사가 했던 말이라고 한다.


2011년의 마지막 날에 이르러 지난 한 해를 되돌아 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온갖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늘상 내 마음속에 맴돌던 경구 하나가 바로 "즉시현금 갱무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비록 무거운 얘기가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금년 한 해를 되돌아보면 아버님과의 급작스러운 사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어떤 중차대한 일들이 많았다 할지라도 아버님과의 영원한 이별에 버금가는 일은 생각할 수조차 없을만큼 내겐 커다란 충격이었고 말로는 형언키 어려운 극심한 슬픔을 겪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살아계신 부모님이 얼마나 큰 버팀목이며 부모님에 대한 효도에 대해서만큼 '지금이 바로 그 때이고, 언젠가의 그 때는 다시 없는 법'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경우도 없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체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아버님께서 3년 전에 이미 큰 수술을 받으셨기 때문에 늘 병환이 재발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간 지 불과 '하루를 채 넘기지 못하고' 그토록 급작스럽게 돌아가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고, 아버님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 몇 달 동안은 완전히 딴 세상을 사는 것 같은 충격 속에서 지내다 시피 할 정도로 힘이 들었었다. 

지금도 주위로부터 며칠이 멀다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부고'가 날아들지만 부모님을 잃는 아픔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같은' 극심한 고통이라는 걸 직접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이제는 예전처럼 그저 일상적인 일로만 여겨지지가 않는다.

그나마 올해 겨울에 만나본 쇼펜하우어의 '죽음'에 관한 다음과 같은 통찰 덕분에 지금에 와서는 훨씬 더 마음이 가벼워졌음을 느끼게도 되고, '죽음'에 대해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게 되었지만 '생전에 못다한 효도'에 대한 후회만큼은 쉽사리 마음에서 비워내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삶과 죽음은 서로 의지하여 삶이 죽음이 되고 죽음이 삶의 조건이 되어 인간 생애에 양극을 이루며 공존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볼 것인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생물학적 정의를 간단히 내려보라.

나는 본디 이 세상에 없었던 존재였다. 저마다 태어난 날짜를 헤아려 보면 생일 이전에 자신은 이 세상에 없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없었던 상태를 죽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태어나면서 비로소 죽음을 앞두게 된다. 따라서 죽음이란 삶을 전제로 존재한다는 명백한 진리가 성립된다. 남녀간의 사랑은 인류의 종족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본능이다. 따라서 인간은 사랑과 쾌락이라는 생식행위의 결과로 태어난 결과물이다. 바로 그 생식행위의 결과 하나의 존재로 매듭이 만들어졌고, 그 매듭은 뒷날 죽음이라는 커다란 환멸에 의해 풀리며 본디 상태로 돌아간다.

삶은 죽음을 통해 본디 상태로 되돌아간다. 위대한 생명이 한낱 죽음의 소멸로 끝나고 말다니 참으로 허망하다는 뜻으로 보면 삶은 별 의미 없고 인간은 참으로 불쌍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불쌍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본디 없었는데 잠시 존재하다가 다시 없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므로 사실상 잃는 게 없다. 생각해 보라. 우리가 죽음으로 무엇을 잃는단 말인가.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앤드류 카네기는 "나는 신발이 없다고 한탄했는데,
거리에서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났다."는 명언을 남겼는데, 이 말은 '내가 불행하다고 느낄 때'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하기에는 언제나 더없이 좋은 말인 것 같다. 가끔씩 부모님께 제대로 효도할 수 없는 형편을 한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부모님을 영원히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 * *

卽是現今 更無時節이라는 말은 한편으로는 가능하다면 '현재'를 마음껏 충분히 즐길 것을 부추기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이 점에 대한 철학자의 얘기도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의 평온함이 불확실한 불행, 또는 확실하다 해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행으로 깨뜨려져서는 안된다. 틀림없이 겪게 될 불행, 그리고 언제 겪을지 분명한 불행은 매우 적다. 불행은 대부분 가능성으로만 존재한다. 아마도 그렇게 되기 쉬우리라고 생각될 뿐이다. 틀림없이 겪을 수밖에 없는 나쁜 일들도 있기는 하다. 이를테면 죽음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일들도 언제 일어날 것인지는 확실치 찮다.

우리가 이 같은 일들 때문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우리는 잠시도 평온한 순간을 갖지 못하게 된다.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불확실하거나 언제 생길지 불분명한 불행 때문에 평생 마음의 평화를 잃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그런 불행이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거나 적어도 지금 일어날 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지금 되돌아보니 아버님께서 병석에 계신 와중에도 나만 홀로 적잖이 여기저기 돌아 다녔던 흔적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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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1년 2월, 태국 써제임스CC, 평소 '정모'를 통해 꾸준히 만나는 고교친구들과 함께~

Shooting Date/Time 2011-02-11 오후 2:16:59


2. 따뜻한 태국을 떠나 다시 강추위가 한창인 한국땅 상공으로~


Shooting Date/Time 2011-02-14 오전 7:24:26


3. 2011년 3월, 봄을 맞으러 전남 구례의 산수유를 찾아서...... 


Shooting Date/Time 2011-03-26 오전 10:12:13


4. 2011년 4월, 봄눈이 내린 강원도 고성 썬밸리CC를 찾아서


Shooting Date/Time 2011-04-19 오후 1:06:02


5. 봄향기가 물씬 풍기는 강원도 포천 한탄강CC를 찾아서


Shooting Date/Time 2011-04-23 오후 12:48:08


 

6. 2011년 5월, 실크로드를 찾아서(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의 Lakeside Golf Club)


Shooting Date/Time 2011-05-07 오후 12:16:22


7.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行 열차 안에서
Shooting Date/Time 2011-05-08 오후 12:23:57


8. 사마르칸트, 구르 아미르(지배자의 묘, 티무르의 무덤)

Shooting Date/Time 2011-05-08 오후 5:35:48


세상의 훌륭한 것들과 만나라

폭넓은 흥미를 갖고 추구한 지식이 깊어질수록 인생의 기쁨은 늘어난다. 인생을 잘 살아가는 비결은 이 세상의 굉장한 것들을 음미하는 기술에 있다.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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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즉시현금 갱무시절'은 또한 나날의 생활이 비록 바쁘더라도 '휴양'을 추구하도록 만들어 주는 말이기도 하다. 평소에 사무실에서 조금 일찍 퇴근하여 집에서 가까운 호수공원이나 하늘공원에 나가 아름다운 풍광이나 저녁노을을 즐기는 것만큼 기분좋은 일도 많지 않다. 물론 조금 더 시간을 내어 전국의 명산을 주저없이 찾아 나설 수 있도록 만든 것도 '지금이 바로 그 때'라는 경구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생활에 쫓기지 마라

나날의 생활에 쫓겨 악착같이 살지 마라. 앞을 내다보며 분별있는 삶을 살도록 하라. 휴양없는 인생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그것은 여관에 묵지 않으며 오랜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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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5월, 호수공원의 꽃박람회를 찾아서

Shooting Date/Time 2011-05-02 오후 5:35:16


10. 6월, 호수공원의 장미를 찾아서 ①


Shooting Date/Time 2011-06-16 오후 6:58:03


11. 6월, 호수공원의 장미를 찾아서 ②
Shooting Date/Time 2011-06-16 오후 7:26:21


12. 8월, 지리산 종주산행 첫날 만난 풍경 

Shooting Date/Time 2011-08-19 오후 5:41:09


13. 8월, 지리산 종주산행 셋째날 만난 풍경
Shooting Date/Time 2011-08-21 오전 11:48:59


14. 8월, 호수공원의 늦여름 일몰 ① 

Shooting Date/Time 2011-08-24 오후 7:36:14


15. 8월, 호수공원의 늦여름 일몰 ②
Shooting Date/Time 2011-08-24 오후 7:38:00


16. 9월, 가을 햇살에 빛나는 맨드라미와 고추잠자리(추석, 강원도 영월) 

Shooting Date/Time 2011-09-12 오전 11:50:38


17. 9월, 호수공원의 저녁노을 ①

Shooting Date/Time 2011-09-20 오후 6:36:54


18. 9월, 호수공원의 저녁노을 ②
Shooting Date/Time 2011-09-20 오후 6:44:03


19. 10월, 고향의 아버님 묘소 주변의 들녘에 핀 코스모스

Shooting Date/Time 2011-10-08 오후 4:41:50

 

20. 10월, 단풍으로 물든 강원도 진동계곡 

Shooting Date/Time 2011-10-22 오전 9:50:31


21. 청평사의 은행나무
Shooting Date/Time 2011-10-22 오후 4:21:19


22. 11월,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만난  늦가을 단풍


Shooting Date/Time 2011-11-07 오후 4:06:28


23. 11월,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호수인지...... (일산 호수공원)


Shooting Date/Time 2011-11-07 오후 5:14:42


24. 12월, 얼음위로 빛나는 겨울의 석양 

Shooting Date/Time 2011-12-25 오후 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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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시현금 갱무시절은 또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소중한 시간'을 좀처럼 후순위로 제쳐두기 어렵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인 진정한 친구

진정한 친구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귀한 선물이다. 자신이 가슴에 지닌 희망과 꿈, 가장 은밀한 비밀들을 털어놓아도 여전히 자기를 존중해주는 친구, 그런 친구는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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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7월, 강원도 영월 동강시스타CC 주변에서(고등학교 동기들과 함께~) 

Shooting Date/Time 2011-07-08 오후 7:19:41


26. 7월, 경기도 광주 이스트밸리CC에서(대학 동창들과 함께) 

Shooting Date/Time 2011-07-08 오후 7:19:41


27. 7월, 경기도 광주 이스트밸리CC에서(대학 동창들과 함께) 

Shooting Date/Time 2011-07-16 오후 7:56:39


28. 11월, 경기도 양주 송추CC에서 

Shooting Date/Time 2011-11-02 오후 2:08:14


29. 11월, 88CC에서 고교 동창들과의 정모를 마치고 난 뒤 

Shooting Date/Time 2011-11-11 오후 2:36:18


30. 11월, 대구에서 초등학교 동창들과의 정모(1969년에 초등학교를 입학해서 감천69회)
Shooting Date/Time 2011-11-12 오후 6:26:17


31. 해마다 한번씩 만나는 모임이 벌써 11년째... 전국에서 20명이 모였다. 

Shooting date/Time 2011-11-12 오후 8:06:02


32. 11월, 전남 영암 한옥마을에서 고교 친구들과 함께~ 

Shooting Date/Time 2011-11-27 오전 9:33:48


33. 11월, 전남 해남, 녹우당(고산 윤선도 종택) 앞에서


Shooting Date/Time 2011-11-27 오후 1: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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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는 우정에 대해 말하기를 '인간에 관한 것 가운데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 그 유용성을 인정하는 유일한 것'이라고 말하고, '우정이 없으면 인생도 없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수많은 부유한 권문세가에는 진실한 우정이 발을 붙일 수가 없다네. 그 이유는, 행운의 여신은 자신의 눈도 멀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도 대부분 눈이 멀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네. 그리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만과 고집에 사로잡혀 버리는데, 세상에 행운을 얻은 바보처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것도 없다네. 게다가 전에는 친절했던 사람이, 명령권이나 권한, 번영을 손에 넣자마자 사람이 변해 버려서, 우래된 우정을 박대하고 새로운 우정에 빠지는 경우도 볼 수 있지.

그러나 재물과 능력과 경제력으로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말이든, 노예든, 호화로운 옷이든, 값비싼 그릇이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뭐든지 손에 넣으면서도, 이른바 인생에서 가장 귀하고 가장 아름다운 가구인 친구를 얻지 않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실제로, 다른 것을 손에 넣을 때는, 그것들은 모두 어차피 힘이 있는 사람의 것이 되므로, 누구의 손에 들어갈지, 누구를 위해 수고를 하게 될지 모르지만, 우정만은 각자의 재산으로서 언제까지나 확고하게 남아 있다네. 그래서 행운의 선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 남는다 해도, 친구한테서 버림받은 인생은 즐거울 수는 없는 것이라네.

 - 키케로, 『노년에 대하여』 中에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그 어떤 시간들보다 즐겁다. 나이 50을 넘어서면 어느 정도는 노력을 줄이고 인생을 즐길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나치게 성공에 집착하지 마라

노력을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쉬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할 일 없이 보내는 게 분주한 것보다 낫다. 우리가 가장 많이 가진 것이 시간이다. 돈도, 집도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도 시간은 주어져 있다.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무미건조한 일에만 매달려 허비하는 것은 불행하다. 성공에 지나치게 빠지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인생은 황폐해지고 당신의 정신은 숨조차 쉬지 못하게 된다.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악착스럽게 살지 마라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느니 차라리 여가를 충분히 즐기는 게 낫다. 사람이 자기 것으로 여길 만한 건 시간밖에 없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다. 인생은 귀중한 것이다. 그 소중한 시간을 기계적이고 변화없는 일을 하며 낭비하는 것도 어리석고,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일에 매달려 악전고투하는 것도 바보스러운 짓이다. 일은 무거운 짐이 되면 안되고, 그 때문에 괴로워해서는 더욱 안된다. 그렇게 되면 인생이 허무해지고 정신도 병들어 살아가는 일조차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절제는 인생을 기쁘게 한다. 지식을 쌓을 때도 도를 넘지 마라. 배우는 것이 배우지 않느니만 못하다면 배움을 그만두는 게 낫다. 우리의 삶은 기쁜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다. 그러므로 일은 빨리 하되 기쁨은 오래 즐기는 것이 좋다. 일이 끝난 것은 보기 좋으나 기쁨도 끝났다면 무슨 의미 있는가!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 * *


2011년에 가장 잊지 못할 결정적인 감동의 순간은 뭐니뭐니 해도 '졸업 30주년 기념 사은행사'였다.
 
고교때 우리들을 성심성의껏 가르쳐 주셨던 은사님들을 뵙는 것도 가슴벅찬 일이었고, 고교 졸업후 30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한꺼번에' 다시 만나게 된 감동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흥분되는 일이었다.
 
30년 만에 만난 친구들 각자의 '삶의 궤적'은 정말 다양한 것이었지만 '지금이 바로 다시 만나야 할 그때'이고, 나중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약이 없다는 점에서 '즉시현금 갱무시절'을 가장 절감하는 순간도 바로 그 때였던 것 같다.


삶의 궤적

자신이 지나온 길을 돌이켜볼 때 아깝게 놓쳐버린 여러 번의 행운과 스스로 불러왔던 여러 번의 불행을 떠올린다면, 그것이 '미로를 헤매듯 잘못 거쳐온 삶의 행로'(괴테, 《파우스트》1부, 헌사)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자칫 자신을 지나치게 질책하기 쉽다.

삶은 결코 순수한 우리 자신의 작품이 아니다. 삶은 두 가지 요인, 즉 일련의 사건과 우리가 내린 결정의 산물이다. 게다가 두 요인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제한되어 있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일찌감치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견하기는 더욱 불가능하다. 우리가 아는 것은 그저 눈 앞의 사건과 현재의 결정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목표가 아직 멀리 있는 한,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지 못한다. 다만 짐작으로 대충 방향을 잡을 뿐이다. 우리가 내린 결정이 목표점에 더 가까이 데려가주기를 바라면서, 주어진 상황에 따라 순간순간 결정내릴 뿐이다. 그러므로 주어진 상황과 우리의 기본 의도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주어지는 두 가지 힘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생겨나는 대각선이 바로 삶의 궤적이다.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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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0월, 고교를 졸업한지 30년 만에 은사님들을 뵙고 큰절을 올리는 모습
Shooting Date/Time 2011-10-01 오후 6:46:23


35. 은사님들께 큰절을 올리고 우리반 친구들 

Shooting Date/Time 2011-10-01 오후 6:54:10


36. 고교 3학년때 우리반 담임선생님과 함께 노래하는 시간~
Shooting Date/Time 2011-10-01 오후 9: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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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에 우리들을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들 앞에도 '30년의 세월'은 예외없이 기나긴 세월의 흔적을 깊이 새겨 놓았다. 그 옛날 이삽십대의 혈기왕성했던 선생님들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어느새 육칠십대의 노년이 되어 있었다. 우리도 머지 않아 선생님들처럼 결국 육칠십대의 '노년기'를 맞을 것이다. 그러나 노년기가 청년기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열악할(?) 것이라는 걱정을 덜어주는 철학자도 결코 적지는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청년기를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로 여기고 노년기는 비애의 시기로 생각한다. 만일 행복을 격동과 감동으로만 본다면 그 말이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청년기에는 바로 그 격동과 감동 때문에 기쁨보다 고통에 더 많이 시달린다.

그러나 노년기에는 그러한 격렬한 감동이 가라앉고, 청년기에 그토록 감격적으로 받아들인 일들도 명상적인 색채를 띠며 다가온다. 노년기에는 인식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인식 그 자체에는 고통이 없다. 물론 감동이나 감격 그 자체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노년기가 되어 향락을 누릴 기회가 거의 없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없다. 향락이나 고통은 같은 성질의 형태로, 향락은 소극적이고 고통은 적극적이라는 차이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이해하면 소극적인 향락에 대해 집착할 이유가 없게 된다.

모든 향락은 욕망을 달래는 데 지나지 않아 욕망이 소멸하면 향락도 사라진다. 마치 식사 뒤에 식욕이 없어지거나,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더 이상 졸음이 오지 않는 이치와 같아 향락의 기회가 없다고 탄식할 이유는 없다.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키케로 역시 노년기의 여러 좋은 점들을 설명하면서 '안정기에 든 자의 중후함과 노년기의 원숙함' 등은 모두 제 때에 거둬들여야 하는 자연의 결실과 같은 것에 비유했다.

 

노인의 경우에는 쾌락의 쑤석거림 같은 것은 그리 크지 않다는 말인가? 그렇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아예 바라지도 않는다네.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괴롭힐 수가 없지. 이미 노쇠기에 소포클레스는 아직도 성생활은 즐기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멋지게 대답했다네.
"이런 맙소사! 거칠고 포악한 주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것처럼, 거기서 빠져나오게 된 것을 기뻐하고 있는 중이오."
· · · · · ·
노년에, 말하자면 육욕과 야망, 투쟁, 적대감, 그리고 온갖 욕망에 대한 복무 기간이 끝나, 마음이 스스로 만족하는, 이른바 마음이 자기 자신과 함께 산다는 것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정말 연구와 학문이라는 양식이 얼마든지 있다면, 한가한 노년만큼 즐거운 것도 없다네.

 - 키케로, 『노년에 대하여』 中에서


 * * *

2011년도 거의 다 저물어갈 무렵, '즉시현금 갱무시절'이라는 경구를 다시 한 번 떠올리며 혹시라도 2011년이 지나기 전에 뭔가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없을까를 생각하다가, 마침 쇼펜하우어의 '세상을 보는 지혜'라는 책 내용 가운데 '할 수 있을 때 하라'는 구절을 발견하고는 평소에 마음 속으로만 품어왔던 '도서 기증'을 실천에 옮겨 보기로 하였다.
 
비록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언제나 한적한 분위기 때문에 일부러 자주 찾는 동네 도서관이 바로 고양시립 원당도서관이다. 별다른 약속이 없는 주말이면 가급적 그곳에 들러 책도 읽고 신문도 보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보기도 하는 '즐겨찾기' 공간이 바로 그곳인데, 마침 주말을 맞아 그곳에 들러 '내가 기증하고 싶은 도서들'이 도서관 자료실에 얼마만큼 구비되어 있는지 살펴보았다.
 
다행히 내가 기증하고 싶어했던 책들 가운데 '동서문화사의 World Book 시리즈'는 낱권으로만 드문드문 갖춰져 있었다. 내가 살펴본 책들이 도서관에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기뻤다. 내가 평소에 꼭 읽고 싶은 좋은 책들을 내가 원하는 도서관에 기증할 수 있다는 사실이 괜히 반가웠다.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 179권과 함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0권을 더해 총 429권을 이곳 알라딘을 통해 구매했다.)

 

이제 실행만 하면 되는데도 때를 알지 못하여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럴 때 친구가 지금이 바로 결행할 기회라고 한 마디 조언해 주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지혜있는 사람은 모자란 사람들에게 그것을 나눠주고, 지혜가 모자란 사람은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라. 지혜를 주는 사람은 신중하게, 얻는 사람은 겸손하게 행하라.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상황에 적응하며 살라. 우리의 행위와 생각을 포함한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조정되어야 한다. 할 수 있을 때 하라. 시간과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예외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될 규칙을 세워놓고 살지 마라. 그것이 미덕을 위한 것일지라도 마찬가지다.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라.

모든 것을 다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 무엇을 소유하면 누구나 첫날은 그 주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곧 남들 몫이 된다. 무엇이든 그것을 갖지 못하고 갈망할 때 가장 큰 매력이 있다. 어떤 것을 가지면 그에 대한 즐거움은 곧 줄어들고 싫증이 늘어난다. 그것을 남들에게 빌려주든 그냥 간직하든, 당신은 친구보다 적을 더 많이 만들게 된다. 그러니 당신이 자주 사용하는 것만 소유하라. 첫째는 날마다 꼭 사용하므로 싫증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둘째는 남들에게 빌려줄 필요가 없어 사람들의 미움을 살 걱정도 없다.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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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기증자료 인수증




38. 비치 예정 안내문 




39. 원당도서관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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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현금 갱무시절'이라는 경구는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닌 것 같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임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가 평소에 (말로)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 또한 조금은 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비로소 인간은 진가를 발휘한다. 도리에 맞는 말을 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라. 총명한 말은 명석한 두뇌, 올바른 행동은 고결한 마음을 보여준다. 이 두 가지야말로 진정한 인간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남을 칭찬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남에게 칭찬받는 사람이 되어라. 말로 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것은 어렵다. 행위는 인생의 실천이고, 말은 인생을 꾸며주는 장식이다. 훌륭한 행위는 언제나 사람들 기억에 남지만 말만 뛰어난 사람은 금방 잊혀지고 만다.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2011년을 뒤돌아 보니 지난 한 해 동안에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사람들이 결국 이 세상을 떠나갔다. 그들 가운데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서도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해줄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내 생각에는 아마도 스티브 잡스가 가장 유력한 후보가 아닐까 싶다. 그가 스탠포드대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 내용 또한 '즉시현금 갱무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17살때 이런 경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매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의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 글에 감명받은 저는 그 이후로 지난 33년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제 자신에게 묻곤 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

며칠 연속 ‘No’라는 답을 얻을 때마다 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인생의 결단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모든 외부의 기대, 자부심, 수치스러움과 실패의 두려움은 ‘죽음’ 앞에선 모두 떨어져나가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입니다.
여러분은 죽을 몸입니다. 그러므로 가슴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 스티브 잡스



어쨌든 2011년은 대체로 많은 사람들에게 유난히 힘겨운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그 점에 관해서는 나 역시 조금도 예외가 아니며 말과 글로 표현하기 힘든 갖가지 어려움들을 많이 겪었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은 늘상 어떤 장애를 극복하는 것에서 가장 큰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즉시현금 갱무시절'이라는 경구가 의미하는 그대로 '지금이 바로 그 때'라는 생각으로 매순간 살아 간다면 우리 모두 후회 보다는 즐거움을 보다 더 많이 맛보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스스로 힘들게 노력하고 저항에 맞서 싸우는 것은 인간 본성의 가장 본질적인 욕구이다. 만약 무엇인가를 조용히 즐기고 있을 때라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인간은 가만히 있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어떤 장애를 극복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존재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인간에게 그보다 나은 것은 없다. 어떤 행동이나 활동을 할 때 부딪히는 순수하게 물질적인 장애라도 좋고, 무엇인가 배우거나 연구할 때 맞닥뜨리는 정신적인 장애라도 좋다. 장애와 투쟁하고 극복하는 것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장애와 맞설 기회를 얻지 못하면, 인간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 기회를 스스로 마련한다. 그럴 때면 인간의 본성은 무의식중에 싸움을 걸거나 음모를 꾀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다른 나쁜 일을 하도록 인간을 충동질한다.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中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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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1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1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2-01-0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참 멋진 글이네요.
oren님 2012년 흑룡의 해,좋은일만 계시길 바라며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그리고 신년 새해 용꿈 꾸시라고 용 한마리 선물로 보냅니다
\▲▲/
( ^^ )
<(..)>
<(▶◀)>
<( = )>
<( = )>

━┛┗━

oren 2012-01-02 12:22   좋아요 1 | URL
카스피님 반갑습니다. 님의 서재에는 거의 들르지 못하는데 제 서재에까지 오셔서 새해 인사와 더불어 '용 한마리'까지 남겨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카스피님께서도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고, 특히 2012년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12-01-13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을 잘 살아가는 비결은 이 세상의 굉장한 것들을 음미하는 기술에 있다. -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공감해요.

5번의 사진은 사진이라기보다 한 폭의 그림 같아요. 사진 찍는 분의 멋진 각도에 감탄합니다.

쇼선생의 책을 또 사야 하나요? 제가 가지고 있는 몇 권의 책과 중복되는 내용도 있을 듯한데요. ㅋ
좋은 감상을 (무료로) 하게 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oren 2012-01-14 20:42   좋아요 0 | URL
쇼펜하우어가 쓴 책은 결국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한 권의 주저가 있을 뿐이고, 다른 몇 권의 책은 결국 이 책의 주석에 해당할 뿐이라는 평가도 있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펜하우어가 쓴 책들이 실제로는 다양한 제목으로 포장해서 여러 권으로 나온 걸 보면 출판사의 기획과 의도에 따라 그리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pek님께서 기존에 쇼펜하우어의 책을 여러 권 가지고 계시다면 굳이 또다른 책을 더 살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하고 제가 감히 주제넘게 말씀드려 봅니다. 그대신 쇼펜하우어도 지적했듯이 '반복해서 생각하는 것이 기억을 새롭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 만큼 기존에 읽었던 부분을 다시금 반복해서 찾아 읽고 또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물론 pek님께서는 이미 저보다 훨씬 더 이런 독서법을 즐겨오신 걸로 알고 있구요).

2012-01-17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8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