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옛날, 30년 전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땐 국어 교과서에 '갑사로 가는 길'이라는 수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수필 속엔 분명 '남매탑'에 대한 애틋한 전설도 있었던 것 같다.
지난 주말에 내겐 마치 '전설'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남매탑'과 '갑사'를 생전 처음으로 구경하고 왔다.
금요일까지만 하더라도 미리 예고된 '험악한 주말 날씨' 때문에 여간 걱정이 아니었지만, 열성적인 둘토강산('둘'째 '토'요일마다 '강'으로 '산'으로 놀러 다니는 '81학번 대학친구 모임) 멤버들이 기어이 계룡산 종주 산행을 강행한다고 해서 모처럼 나도 따라 나섰다.
토요일 아침 7시에 압구정역에서 출발 예정이어서 모두들 각자 새벽 일찍부터 집을 나섰을 텐데도, 참가를 약속했던 9명이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제때 나타나 주었다.
9인승 승합차를 빌려온 친구의 능숙한 운전솜씨 덕분에 '9명이 빼곡하게 한 차에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지만 모두들 마냥 즐겁게 떠들며 얘기를 나누느라 '계룡산' 입구에 언제 도착하는 지도 모를 정도로 주말여행은 즐거웠다.
개인적으로는 난생 처음으로 옛 백제 땅이었던 '공주'와 '계룡산'을 밟아볼 수 있어서 기대가 컸었다. 아침 나절까지는 날씨가 너무나 화창해서 오히려 걱정스러울 정도였는데 막상 주능선에 오르자 온통 사방이 안개로 자욱하고 먹구름이 잔뜩 끼어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기세였지만, 정말 운좋게도 산행이 끝날 때까지 '비'는 단 한 방울도 맞지 않았다.
산행은 아침 9시 30분쯤 시작해서 오후 5시를 조금 넘겨 하산을 마무리 했는데, 산행시간이 무척이나 많이 걸린 것 같지만 나름대로 그런 이유는 충분히 있었다. 산행코스를 최대한 길게 잡았고, 9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원이 함께 움직였고, 또 무엇보다도 남매탑과 갑사를 두루 둘러 보면서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그 시간을 즐겼기 때문이다. 모두가 한결같이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부린다는 게 쉽지 않은데 어쨌든 다들 하나같이 '여유'를 부렸다.
산행을 마무리한 뒤, 계룡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골에서 농장을 하시는 선배님을 찾아 삼겹살과 막걸리와 소주로 저녁을 배불리 먹고 난 뒤 저녁 8시 반쯤 귀경길에 올랐는데, 뒤늦게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위에서 험악한 일기예보가 그리 틀리지 않았음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보기 드문 가을날의 '천둥,번개,우박,폭우'등이 무슨 종합세트처럼 한꺼번에 고속도로 위로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가을날씨' 치고는 정말 흔치 않은 변덕이었지만 비 한 방울 맞지 않은 우리들에겐 그마저도 그저 즐거운 변덕일 뿐이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도 다음 산행을 어디로 할지에 대한 얘기와 맑은 날 계룡산을 다시 찾자는 얘기 등으로 차 안팎이 온통 시끌벅적했다.
1. 갑사로 가는 길 초입
2. '험난한 일기' 예보에도 불구하고 몹시도 화창한 가을 아침
3. 갑사로 가는 길
4. 갑사의 어느 절간 지붕위에 드리운 단풍잎
5. 대자암 입구에서 '무문관(無門關) 수행'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주고 받는 모습
(무문관 수행: 한번 선방에 들어가면 몇 년이고 바깥 세상과 절연하고 오로지 수행에 매진하는 참선 방법)
6. 대자암 가는 길
7. 관음봉에서 삼불봉 가는 길에 만난 단풍
8. 조금 더 붉은 단풍
9. 홀로 절정을 맞은 단풍
10. 삼불봉에서 내려와 남매탑으로 가는 길목~
11. 남매탑
12. 산사의 가을
13. 가을 단풍에 물든 남매탑
14. 남매탑 앞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친구들
15. 표정은 불만스럽지만 배경이 좋은......
16. 갑사에 오르는 친구들
17. 계룡산 능선이 아스라히 보이는 갑사 대웅전 앞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