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행로는 정해져 있네. 자연의 길은 하나이고, 게다가 되짚어올 수 없는 길이라네. 그리고 인생의 각 단계에는 각각 그때에 어울리는 성질이 주어져 있네. 소년의 나약함, 젊은이의 패기, 안정기에 든 자의 중후함, 노년기의 원숙함, 모두 제 때에 거둬들여야 하는 자연의 결실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법이라네.
- 키케로, 『노년에 대하여』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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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열흘 전 '고교 졸업 30주년'을 맞아 안동을 다녀왔다.
이 행사의 준비를 위해 오래 전부터 많은 친구들이 정말 열심히 일해 왔고, 나 또한 이 행사를 앞두고 '준비위원'의 한 사람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참여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은회의 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니 몹시도 기쁘다.
개인적으로 옛 은사님들을 모시고 '사은회'를 가져본 경험이 몇 번 있었는데, 대학을 갓 졸업하고 몇 해 지나지 않아 한창 젊었을 때 '전공과목 교수님'들을 모시고 사은회를 가졌던 기억은 그다지 감동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느라 정신없이 한참의 세월을 보내고 난 뒤, 점차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어릴 적에 함께 뛰놀고 공부했던 '옛 친구들'과 좀 더 자주 만날 기회가 늘어 나면서, '옛 친구들'과의 이야기 가운데 자꾸만 '그 때 그 시절의 은사님'에 대한 추억들이 자꾸만 잦아지게 되면서, 제자인 우리들이 직접 발벗고 나서서 '은사님'을 수소문해서 찾게 되고, 그렇게 고생 고생해서 우리 스스로 마련한 뜻깊은 자리에 '은사님'을 모시게 되었을 때, 그런 '사제와의 만남'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격한 감동'을 경험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 '사은의 밤' 역시 그런 찐한 감동을 느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고3때 한없이 '엄하기만 하셨던' 선생님들께서 한없이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우리 제자들을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정말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선생님들께서 우리들을 바라보며 너무나 '즐거워 하시고 흐뭇해 하시는 모습'에 또 감동이 더더욱 배가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맹자의 인생삼락' 가운데 한 가지를 만끽하시는 우리 선생님들이 몹시 부럽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기생들은 유난히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에 몸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 또한 은사님들을 말 그대로 '사표'로 삼은 결과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고3때 함께 졸업한 490여명의 동기생들 가운데 무려 200명에 이르는 친구들이 경향 각지에서 마치 '연어떼처럼' 은사님과 친구들과 고향을 찾아 몰려 왔던 것도 참으로 반갑고 기뻤다. 물론 '30년의 세월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내왔는지 몰라도 그동안 '잘 살아온 것 같은' 친구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일 또한 기쁘기 한량 없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추억의 시간들이었다. (비록 지극히 개인적인 행사였고, 지극히 개인적인 사진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페이퍼를 통해 여러 장의 사진들을 올릴 이유를 갑자기 찾게 된 건 순전히 ''우리 반' 친구'가 어느 신문에 쓴 칼럼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 그 친구와 똑같은 말을 이 곳 알라딘 독자들에게도 '말하고 싶은' 욕구를 주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추천한다. 이 가을 모교행사가 불러주면 가보라. 추억을 먹고 오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091928135&code=9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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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년 만에 만나, 50대 아저씨로 변한 '친구'를 확인하느라 바쁜 모습들......
2. 학창시절 우리들을 가르쳐 주신 은사님들의 사진을 바라보며 옛 추억을 회상~
3. 영어를 가르쳐 주셨던 한규성 선생님께서 '소개'를 받으시고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시는 모습~
4. 생물을 가르치셨던 '독사' 천태오 선생님의 인사와 손짓에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제자들~
5.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내 왔는지 몰라도 '연어처럼' 이 곳 '안동'에 다시 모여든 친구들~
6. 선생님 감사합니다~
7. 고맙다. 제자들아~
8. 30년 만에 비로소 선생님께 '큰 절'을 올리는 제자들
9. 국어를 정말 재미있게 가르쳐 주신 '꽁치' 선생님과 함께 했던 1반 친구들
10. 5반 친구들의 큰 절을 받으시는 강태화 선생님
11. 학창시절 '사랑의 매'가 남긴 상처를 자랑스럽게(?) 선생님께 보여주고 있는 제자
12. 아이고..... 이게 누군가?
13. 그래.... 고맙다... 제자들아....
14. '독사' 선생님과 함께 했던 8반 친구들
15. 30년 만에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이 서로 어깨를 걸고~
16. 초청가수 현숙 '누님'의 노래에 환호하는 '50대' 아저씨들
17. 이** 장학사, "오빠는 잘 있단다~~" (오빠 맞나?)
18. 현숙씨를 키운 권** PD와 권PD를 키워낸 꽁치 선생님~
19. (마찬가지로) 현숙씨를 키운 김** PD와 김PD를 키워낸 자라 선생님~
20. 독사 선생님의 열창~
21. 배** 동기의 열창~
22. '지리' 과목을 가르쳐 주셨던 '자라' 선생님께서 너무 느린 노래를 선곡하니까,
(누군가 옆에서 하는 말) "자라는 원래 느려 ~~~ "
23.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1979년에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많이 췄던 '고고춤'을 다시 재현)
24. 김연호 선생님의 열창~
25. 안동시 정상동으로 옮긴 모교 교정의 모습
26. 산자락에 자리잡은 모교 기숙사
27.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교정 모습
28. 선생님 감사합니다~ (지금의 우리보다 더 젊으셨던 '30년 전' 은사님들의 모습)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