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인문MD 바갈라딘님의 "국내 최초 그리스어 원전번역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천병희 선생님 서문"

















'역사의 흐름을 지식으로 파악한 자와 그에 무지한 자 중에서 전자가 후자보다 안전하게 이 위험스럽기 짝없는 세상 속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투키디데스가 이 책을 남겼으리라는 대목이 새삼 떠오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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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키디데스의 생각(세 가지 동기)

그에게 사람의 마음의 움직임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보다 중요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행위의 원천이라고 그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가 사실보다 사람의 심리를 중시한 이유가 있다. 그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체험을 통해 도달한 생각 중에서 사람의 심리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의 행동 동기란 부의 추구와 명예욕과 공포로부터 도피하려는 세 가지 동기로 집약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원망(願望)을 실현하기 위해 사람은 힘을 얻으려 한다. 게다가 사람이 힘의 획득을 노리는 한 다툼은 끊이지 않고, 사람의 안전은 언제나 위협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리고 사람은 그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욱 강한 힘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그는 체험했던 것이다. 이러한 끊기 어려운 악순환은 사람과 사람 사이뿐 아니라 국가 사이에서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그는 심각한 비관론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을 비관한 그가 왜《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써서 후세에 남기려 했을까? 그것은 이러한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역사의 흐름을 지식으로 파악한 자와 그에 무지한 자 중에서 전자가 후자보다 안전하게 이 위험스럽기 짝없는 세상 속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후자를 자기 작품으로 계몽하고 그 수를 되도록이면 적게 만들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다 많은 사람이 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리라고 그는 생각했을 것임에 틀립없다.
(404쪽, 범우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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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11-06-22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그리스 금융위기 보면서 딱 이 책이 생각났는데 마침 훌륭한 번역이 나왔군요.. 소개 감사 ^^

oren 2011-06-22 13:58   좋아요 0 | URL
2,400여년 만에 그리스가 '경제위기의 중심지'가 될 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유구한 역사와 훌륭한 선조들을 가진 나라지만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는 '체면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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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따위

"물론 여러분은, 명예스럽지 못한 위험에 분명히 노출되어 있는 자로 하여금 오류를 범하게 하는 '체면' 따위에 구애되어서는 안됩니다. 요컨대 많은 사람들이 어떤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의 힘에 미혹되어 매력있는 이름을 지닌 '체면'을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재난에 자진해서 뛰어들고, 불운을 만나는 것보다 더 불명예스러운 어리석음 때문에 스스로 '수치'를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양식이 있다면 이 점을 유의하기 바랍니다. ...... 게다가 전쟁이냐, 안전이냐 하는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는 지금, 어리석게도 공명심에 사로잡혀서는 안됩니다."
- 투키디데스,『펠로폰네소스 전쟁사』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