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할리카르나소스 출신의 헤로도토스가, 인간계의 사건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잊혀져 가고 그리스인과 이방인이 이룬 놀라운 위업들-특히 양자(兩者)가 어떠한 원인에서 전쟁을 하게 되었는가 하는 사정(事情)-을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여, 스스로 연구·조사한 바를 서술한 것이다.
- 헤로도토스, 역사 제1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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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헤로도토스가 쓴 책 역사에 등장하는 숱한 인물 가운데 가장 위대한 영웅은 단연 스파르타의 왕인 레오니다스였다. 역사적 영웅들의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온 그에 대한 칭송은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그의 용맹성을 극명하게 그려낸 작품이 바로 몇 년 전에 개봉된 『300』이라는 영화였다.

연평도 앞바다는 오늘 하루 종일 긴장의 연속이었겠지만 다행히 충돌은 없었다.

겉으로는 고요하기만 한 일요일 저녁인데 밖을 보니 갑자기 눈발이 휘날린다. 그리스군이 페르시아의 대군과 교전하기 전의 일화가 떠오른다. '페르시아군이 화살을 쏠 때는 그 수가 하도 많아서 태양이 가려질 정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스파르타인 디에네케스는 단지 다음과 같은 말만 했다고 한다.

"트라키스에서 온 객이여, 그대는 우리에게 즐거운 소식을 전해 주었소. 메디아군이 태양을 가려 준다면 우리는 그늘에서 싸울 수 있지 않겠소."

역사와 영화를 통해 전해지는 레오니다스 왕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BC 480년, 그 당시 온 세상을 휩쓸 것처럼 용맹을 떨치던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대왕이 이끄는 수백만 군대를 맞아서 조금도 굴하지 않았던 스파르타의 왕. 그는 의회의 반대는 물론이거니와 불길한 신탁과 제례(카르네이아 祭, 9일 동안 행해졌다고 함) 때문에 출병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있는 자들 중에서만 친히 선발한 300명의 친위대를 이끌고 협곡을 향해 전쟁터로 떠났다. 레오니다스왕은 대체 누구를 위해 그토록 용맹하게 싸웠을까?



Leonidas at Thermopylae(1814, Musée du Louvre, Paris)


여행자여, 가서 스파르타인에게 전하라,
우리가 그들의 명을 수행하고 여기에 누워 있다고.

(스파르타 전사자를 위해 세운 시모니데스의 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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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2010.11.26) 보기 ☞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86] 스파르타

영화평론(2009.05.06) 보기 ☞ [영화평론] 300: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는 왜 싸웠나

영화평론(2007.03.16) 보기 ☞ 스파르타 300, 테르모필레 협곡과 레오니다스 실제모습

관련리뷰(2007.01.11) 보기 ☞ 인류 최초의 동서간 대전쟁을 다룬 역사의 원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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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30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엄두가 안났었는데,영화 300이랑 연관시키시니...좀 친근하게 느껴지는걸요.
레오니다스는 역사 속에서 끄집어낼 수 없으니 차치하고라도,우리의 또다른 레오니다스들은 누굴 위해서 싸우는걸까요?ㅠ.ㅠ

oren 2011-02-1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말 할 필요조차 없이 '또다른 레오니다스가 목숨을 바쳐 지키고 싶어하는 것들'을 위해서 싸워야 되겠지요. 그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그가 사랑하고 지켜내고 싶은 이 나라를 위해 싸워야 겠지요.

우리가 적대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북한정권에 대해서 저 역시 잘은 모릅니다만, 굳이 역사 속의 레오니다스가 아니라 상식이 있는 이 나라의 국민들이라면 우리가 진정으로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굳이 묻고 따져볼 필요가 있을까요? (통일이 되고나면 우리를 집어삼키려는 또다른 외세에 맞서 싸워야 되겠지요)

현대사에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만큼 오로지 권력자의 체제 유지와 원할한 권력승계를 위해 자기 나라의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굶어죽든 말든 이웃 나라의 동포들에게조차 거침없이 포탄을 퍼부어대는 그런 부당한 권력과 힘에 맞서, 우리의 삶과 평화와 더 나아가 '정의'를 위해 싸워야 겠지요.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비극적인 분단국가로 나뉘어 살고 있는 우리 민족에겐, 누가 분명한 '우리'이고 누가 분명한 '남'인지에 대한 명확한 구분조차 잊어버린 지 오래인 듯싶습니다. 비록 일부 사람들만의 문제 쯤이라고 여기고 싶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눈 앞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을 보고서도 일의 앞뒤 구분조차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의 아들들, 우리의 아들의 친구들, 우리의 이웃들의 삶이 송두리째 파괴당하고 있는 현실조차 아직도 그저 먼 발치에 떨어져 있는 '남의 일인양 여기는' 천진난만한 안일함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의하면, 한·미·중 3국이 공통으로 '북한의 붕괴는 시간문제'인 것처럼 여기고 있는 듯한데 2006년의 핵실험과 2010년의 연평도 도발이 어쩌면 김정일 정권의 고립과 붕괴를 가속화시키는 결정적 촉매제로 작용할 것 같은 생각도 드네요.)

자목련 2013-02-06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경철의 책에도 <역사>가 언급되는데 저는 읽지 않은 책이라서(영화 300도 보지 않았으니.... 그리스 로마, 신화며 역사까지 광범위하게 다룬 책이라 어렵기만 했어요. ㅎ


oren 2013-02-06 21:56   좋아요 0 | URL
저는 내년봄쯤 그리스와 터키를 좀 '길게' 다녀올 계획을 궁리중에 있어요. 이런 저런 조건이 맞아야 갈 수 있을텐데 그런 여행을 떠난다면 그에 앞서 박경철님의 책을 읽어보면 여러모로 유익할 것 같네요.

저랑 아주 친했던 고교동기 녀석이 아테네에서만 3년 이상을 살았었는데, 그 때 '그리스'를 못가본 게 너무 아쉬워요. 그런데 그 친구는 지금 이란의 테헤란에서 3년째 살고 있답니다. 그 친구가 옮겨 다니는 곳으로만 여행을 다녀와도 벅찰 듯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