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
찰스 P. 킨들버거 지음, 주경철 옮김 / 까치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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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킨들버거는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라는 책으로 더욱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경력은 독특하면서도 화려하다. 1948년∼1981년까지 33년간 MIT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2003년 타계하기 전까지 같은 대학에서 석좌교수로 있었다. 그가 전미 기업경제학회가 수여하는 애덤 스미스상을 수항하는 자리에서 행한 "애덤 스미스는 케인지안인가, 통화주의자인가?"라는 강연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대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뉴욕연방준비은행, 국제결제은행(BIS) 에서 근무했고, 2차대전 중에는 전략정보국(OSS)에서 독일을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폭격지점을 찾아내는 일을 했지만, 종전 후에는 먀샬플랜을 입안하기도 한 인물이다.

그는 이 책에서 1500년 이후 세계 경제의 지배적 위치를 차지했던 국가들을 '선두의 연쇄적 변화'라는 틀에 맞춰 고찰한다.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로부터 시작하여, 포르투갈과 에스파냐, 저지대 국가들(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프랑스(영원한 도전자), 영국(전형적인 사례), 독일(지각생), 미국을 거쳐 일본(다음 차례?)까지 훑어본다.

그는 특히 사람에게 생명주기가 있듯이 국가에도 생명주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국가 경제에도 사이클적 접근이 가능함을 피력한다. 그래서 세계 경제의 지도자적 위치에 올라선 국가들의 성장과 쇠퇴에 관한 논의에 끌어들인 '인간 생명의 활력과 노쇠화'의 비유가 특히 인상적이다.

그의 말대로 "많은 경제학자와 경제사가들은 인구, 발견, 투자, 기술, 제도, 소유권, 재정정책, 교육, 공공재, 독점 등 경제성장과 관련된 여러 요소 중 한두 가지에 집중한다." 그렇지만 그는 이 모든 요소들을 뛰어난 통찰로 종횡무진 엮어낸다. 마치 높은 곳으로 비상하여 마음껏 날아다니는 독수리의 놀라운 눈매를 지닌 것처럼...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재미있고도 놀랍다. 그의 자료는 꼼꼼하기 그지없고, 그의 지식과 경험은 너무나 광대해서 경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이 책은 현대 세계를 깊이있게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경제학적 지식의 보고'라는 생각이 든다. 경로의존성, 골드스타인 모델, 로스토 이론, 불사조 효과, 올슨 이론, 코스의 정리 등에 대한 내용은 경제학 전공자들이나 들어본 이론일지도 모른다. 책 내용의 상당한 부분들이 실제로 무척 어렵고 빡빡한 내용들이다(저자는 여러 대목에서 대단한 축약기술을 발휘한다. 한 문장이 사실 한 권의 중요한 저서의 핵심 내용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은 대중적이라는 느낌은 거의 없고 '정말 경제학적이다'라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 책의 역자(주경철) 또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가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대학원 수업에서 '근대경제사에 대한 개관용'으로 이 책을 기본 텍스트로 정했을 때라고 한다. 이 책에 대한 대학원생들의 첫 반응조차 '내용이 빡빡하고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는데, 이 책을 다 읽고난 뒤에는 이 책의 내용이 대단히 풍부할 뿐 아니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아주 좋은 교과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룬 시대범위의 끝(1990년)에서도 벌써 20년이 더 흐르고, 그가 타계한지도 7년이 지난 지금, 세계 경제는 '대공황' 전공자인 킨들버거의 부재(不在)를 아쉬워할만큼 또 한 차례 믿기 힘든 공황상태도 겪었고, 세계 경제의 선두에 대한 경쟁구도 또한 적잖이 바뀐 느낌도 든다.

지금까지도 그가 살아 있다면 '잃어버린 10년' 더하기 '그럭 저럭 10년'을 더 보탠 일본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도 궁금하고, 휘청거리는 미국에 대한 평가는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거기에다가 이 책에서는 거의 제대로된 언급조차 빠져 있는 인구대국(중국. 브라질,인도등)들의 선두권 부상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평가할지도 궁금하다(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에서는 중국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되는데다 중국에 대한 '장래성'을 무게있게 다뤘던 기억이 난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한 인간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소멸만 해도 흥미롭기 그지없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에 비해 기업의 흥망을 다룬 책들은 대체로 좀 더 역사가 짧은 게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국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책들은 역사가 장구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한 것 같다.

국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책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특히 흥미로웠던 책들은 오래된 책들 가운데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상,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에서부터 근래에 나온 책들 중에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 프랜시스 후쿠야먀의 트러스트, 주경철의 대항해 시대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킨들버거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오래전 금융투기의 역사라는 책을 읽으면서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라는 책이 그 속에 쉴 새 없이 인용되었기 때문에 그의 전공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명성은 대략이나마 느낄 수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의 박식함과 탁월한 경지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전공분야와 동떨어진 사람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킨들버거의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와 활기찬 문체를 접하면서 머리를 마구 두드려대는 방망이질을 느끼고 싶다면 꼭 도전해보길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22쪽)



영국, 전형적인 사례 (238쪽)



미국은 쇠퇴중인가? (303쪽)



FRB의 브레이크(356쪽)



누가 알겠는가? (362쪽)



무게감이 넘치는 참고문헌들



방대한 참고문헌들



관련 책들




※ 2006년 3월에 읽었던 책인데, 이 훌륭한 책에 대한 리뷰를 꼭 남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당시 갈무리해둔 내용(밑줄친 내용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이번에 리뷰를 쓰면서 새로 타이핑한 내용들을 함께 덧붙여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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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생명력 9

[토지, 노동, 자본에 더해서] 기업가 활동은 필요요소이지 충분요소는 아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역사의 창조적
대응"을 가능케 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인간적 생명력이다. - 카를로 치폴라, 1976, P117


킨들버거의 일관된 주장 17

몇 해 전에 나는 1930년대의 세계공황에 대한 책에서 경제적 리더십을 가진 국가는 상품, 자본, 외환의 국제시장을 유지하고 거시경제 정책을 조정하며 위기 시에는 최후의 신용공여자 역할을 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고 쓴 바 있다. (1986, The World in Depression, 1929-1939 대공황의 세계)


보충물 혹은 대체물 21

물질적 이익의 욕망과 동시에 권력과 위신의 추구가 함께 작용하는데, 가장 전형적인 사례는 영광의 추구에 집착하는 프랑스이다. 효율성과 미, 부와 위신은 때로는 보충물이고 때로는 대체물이어서, 사람이나 국가는 양자간에 선택해야 한다.


'경쟁심'에 대한 애덤 스미스의 주장 21

『도덕감정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어느 지위에 있든 모든 사람이 다 경쟁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원은 타인의 탁월성에 대한 찬탄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국부론』에서는 "천한 직종에서도 경쟁 때문에 탁월성을 얻으려는 것이 야심적인 목표가 되며 흔히 대단히 분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잉팽창 22

전쟁은 "과잉팽창", 즉 자신의 능력을 넘는 야심의 결과일 수 있다. 과잉팽창에 대해서도 애덤 스미스는 여러 격언들을 만들어냈다.

"역사기록을 살펴보라. 당신의 경험 속에서 일어난 일을 회상해 보라. 당신이 읽고 듣고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의 개인적이거나 공적인 생활에서 일어났던 큰 불행을 주의 깊게 생각해 보라. 그러면 대부분의 불행은 그들이 언제 행복한지, 언제 얌전하게 자리에 앉아서 만족하고 있어야 하는지 몰라서 일어났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비참과 무질서를 초래하는 큰 원천은 부와 빈곤 사이의 차이를 너무 과도하게 평가하는 데에 있다. 또 공적인 지위와 사적인 지위 사이를 과도하게 평가하는 데에서 야심이 나오고, 무명과 유명 사이를 과도하게 평가하는 데에서 허욕이 나온다."

(나의 생각)
과잉팽창이 역사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에 대해서는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책의 핵심 주제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도 별로 없긴 하다. 개인의 경우에도 '자신감의 과잉'이 초래하는 비극을 숱하게 보아온 터에 국가의 경우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프로이센의 장군이자 유명한 전략가였던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그의 명저인 전쟁론에서 역사상 무수한 전쟁에서의 패전요인 가운데 한 가지를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너무 멀리까지 전역을 확대한 데다 두었다. 자신이 직접 전쟁터에서 맞서 싸워봤던 나폴레옹 군대의 모스크바 원정에 대해서도 그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클라우제비츠의 주장 또한 '과잉팽창'을 경고한 것에 다름 아닌데 그는 군사전문가답게 이 문제에 관하여 '승리의 한계정점'을 벗어나지 말라고 표현했다.

과잉팽창과 관련해서 떠오르는 토인비의 격언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역사적 성공의 반은 죽을지도 모를 위기에서 비롯되었다. 역사적 실패의 반은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됐다."



인구 24

카오스 이론, 예측 불가능한 결과들 그리고 느슨한 인과관계 등을 함께 고려하면 단일한 원인이 대단히 다양한 결과들을 낳는다는 귀결을 얻게 된다. 대표적인 것은 인구이다.


경제적 노화의 불가피성 27

대부분의 경우 역사가, 경제사가, 경제학자들이 지적한 쇠퇴 원인들-과잉팽창, 창조적 능력의 상실, 저축률과 투자율의 하락, 해외 경쟁 등-은 독립적, 개별적 요소라기보다는 차라리 노화과정의 징후이다. 변화에 대한 저항, 경직성, 위험의 회피, 생산보다는 소비와 부의 축적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것 등은 경제적 노화를 나타낸다. 그것은 가장 현명한 정책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


금융의 비중 28

특히 20세기 후반부터 미국을 필두로 각국이 부와 자본수익에 관심을 가지고, 또 상품과 서비스의 매매보다는 자산의 매매에 더 관심을 가지면서 금융의 비중이 커졌다.

(나의 생각)
소스타인 베블런이 이미 100년쯤 전에 우려하고 경고했던 내용이다(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외)

[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회의했던 베블런은 주식회사의 확산과 자본 시장으로 대표되는 당대 미국 자본주의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자본의 본성을 해명하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베블런은 자본이란 경제적 생산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권력에 기초한 존재임을 갈피했으며, 나아가 화폐적 존재로서의 자본이 금융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방식을 배태함에 따라 이윤의 발생 및 축적 구조가 변화하는 모습을 분석함으로써 금융 자본주의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사회적 혁신 37

······ 역사적으로 보면 개인이든 회사든, 특정 부문이든 혹은 경제 전체든 흔히 성공의 도식을 너무 멀리, 너무 오래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계에 도달했다는 표시가 분명히 드러나는데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성이 놀라울 정도로 뚜렷하다. 이 점을 보면 번영의 원 중심에 사회적 혁신이 자리잡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특히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선진국일수록 사회적 혁신이 극히 중요하며, 역사가 거듭 보여 주듯이 그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도 분명하다. 여기에서 실패하면 제도적 동맥경화 그리고 최종적으로 상대적 경제쇠퇴가 시작된다.


자만심과 허영심 61

아주 뚜렷한 에스파냐의 특징은 자만심이다. 에스파냐인들은 자신들이 아주 독특하며, 자체 발생적이라고 믿는다. 포르투갈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 페르낭 브로델은 타인의 기술이나 노동관습 등을 도입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나태 속에서 행복해 하는 에스파냐의 자만심을 프랑스의 허영심과 대비했다. 자만심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상관치 않으며 다른 사람을 모방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비해서 허영심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민감하여 존중을 받아내려는 것이다.


감속의 원인들 62

한 국가가 경제적으로 쇠퇴할 때에는 국가주기의 후기 단계에서 드러나는 노화과정에서 여러 원인들이 상이한 속도로 작용한다. 그런 원인들로는 부의 축적보다는 부의 쇠퇴에 대한 반발로의 이행, 위험회피, 과시소비, 독점의 상실, 자원의 고갈, 기업가적 동력과 혁신 능력의 약화, 지대의 추구, 공공재와 관련하여 특정 집단의 관용의 상실, 임금 상승을 강요하는 조합, 과잉팽창 등이 있다.


중심부와 주변부 68

페르낭 브로델과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중심부와 주변부로 설명하거나, 혹은 중심부, 극점 또는 핵심부, 그리고 반주변부, 그 너머에 있는 주변부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 문제를 설명한다. 월러스틴은 특히 중심부에 의한 주변부의 착취에 관심을 가진다. '중심부가 주변부를 확산시킬 때마다 그것은 중심부를 건설한다'는 브로델의 표현 역시 거의 흡사한 생각을 나타내는 것이다. 중심화는 탈중심화를 수반하고, "마치 세상은 중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탈중심화가 발생할 때마다 재중심화가 일어난다"는 견해는 더욱 직접적으로 관심심을 끈다.


선두의 연쇄적 변화 87

내가 판단하기에는,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연쇄를 이루는 잘 짜여진 분석 틀 속에 우겨 넣으려고 하기보다는 1350년부터 세계 경제 선두의 각각의 실례들을 살펴보는 것이 더욱 생산적일 듯하다. 항상 국가의 생명주기가 있는 것 같다는 점을 인식하고서 말이다. 어떤 시대라도 세계는 계서제적 질서를 향하여 움직이고 있으며, 아마도 선도 국가가 시련을 만나 상대적인 쇠퇴에 짜져들면 그 질서가 무너질 것이다. 그러면 조만간 전쟁기에 대대적인 도전이 일어나거나 혹은 나중에 평화로운 막간의 시기를 이용하여 새로운 국가가 선도적인 지위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베네치아의 쇠퇴 111

베네치아의 상대적 쇠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르투갈과의 향신료 경쟁, 영국과의 모직물 경쟁, 네덜란드 및 영국과의 조선 경쟁이었는데, 이것들이 베네치아의 "지위, 제국" 그리고 헤게모니 상실로 이어졌다.


정력적이고 창의적인 젊은이 130

에스파냐령 아메리카에 기회가 생기자 16세기에 대략 10만 명의 에스파냐인이 신세계로 이민을 갔다. 그중 많은 비율이 정력적이고 창의적인 젊은이로서 에스파냐의 "필수적인 요소들"이었다.

(나의 생각)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걸쳐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북미대륙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로 이민을 떠났다. 그들 역시 한국의 '필수적인 요소들'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훌륭한 진단과 철저히 무시 135

아르비트리스타(Arbitrista : 17세기 경제학자들)는 "장자 상속제, 영구 양도, 방랑벽, 산림 황폐, 성직자의 숫적 비대, 육체노동와 공예에 대한 경멸, 분별 없는 자선, 화폐혼란과 강압적인 징세를 비난했다." 그리고 기술교육, 장인들의 유입, 화폐안정성, 관개사업 확장과 국내 수로의 개선을 제안했다. 해밀턴의 표현에 의하면 역사상 그처럼 훌륭한 진단을 한 적도, 또 그 건전한 충고들을 그처럼 철저히 무시한 적도 거의 없었다.


네덜란드 병 136

심층적인 쇠퇴의 요소들-사회적 응집력 결핍, 인플레이션, 길드, 특히 네덜란드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지역, 덤으로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이라는 과잉팽창, 그리고 은 유입으로 인한 "네덜란드 병"-은 1590년에서부터 1720년까지 명백하게 드러난 쇠퇴에 대해서 아무리 최선의 방책을 동원한다고 해도 회복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애덤 스미스의 실수 153

애덤 스미스가 범한 보기 드문 실수 중에 하나는, 네덜란드 상인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암스테르담으로 가져온 이유에 대해서 자신들의 자본과 떨어져 있는 것을 불안해하고 직접 자신들의 눈으로 그것을 보고 싶기 때문이었다고 추정한 것이다. 이는 등급화, 포장 및 보관과 같은 중계시장 기능과 보다 큰 시장이 가지는 '규모의 경제'를 간과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네덜란드의 중계무역은 본질적으로 과도기적이었다. 품질, 수량, 가격에 대한 정보가 확산되고 무역량이 증가할수록 직교역이 더 경제적이 됨으로써 중계지는 건너뛰게 되기 때문이다.


바람 장사 159

투기적인 성격은 다소 덜하지만 금융상 기법으로 볼 때 인상적인 것은 선물, 옵션 혹은 정부 채권, 주식, 상품에 대한 투자시장들로서, 이는 청어가 잡히기도 전에 청어를 사고파는 지경에 이르렀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로부터 온 유대인 망명자들이 특히 선물 및 옵션 거래에서 혁신적이고 능숙했는데, 이러한 시장들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실제 물건을 보지도 않은 채 사전에(in air) 거래해서 "바람 장사(Windhandel)"라고 불렸다. 


젊은 국가와 늙은 국가 171

생명력과 에너지를 가진 젊은 국가들은 오래된 독점권에 도전하지만, 늙은 국가들은 이러한 도전에 혁신적으로 대응할 역량이 없다.


낮은 퍼센트의 이익 183

작은 수 가운데 높은 퍼센트의 이익은 큰 수 가운데 낮은 퍼센트의 이익에 절대로 미치지 못한다.

(나의 생각)
애덤 스미스의 견해와 닮았다.

[독점은 자본의 자연적 증식을 저해하므로 주민이 자본의 이윤으로부터 얻게되는 수입총액을 증가시킨다기보다는 오히려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대자본에 대한 작은 이윤율이 소자본에 대한 큰 이윤율보다 더 많은 수입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독점은 이윤율을 높이지만, 이윤 총액이 독점이 없을 경우보다 증가하지 못하도록 저해한다.]


코스의 정리의 반증 219

갈수록 영국의 단기이익에 반하는 데에도 자유무역을 고집하는 것은 집단적인 기억 혹은 제도적인 지체의 전형적인 사례이자 코스의 정리의 반증이다.


원산지 표시법 225

독일산업과의 경쟁은 1887년 의회가 영국산 제품을 모방한 모조 수입품을 식별하려는 노력으로 원산지 표시법을 통과시킨 후 [도리어] "독일산"이 품질의 증표가 되면서 특히 불쾌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현상은 반 세기 후 미국에서 "일본산"의 이미지가 바뀔 때 똑같이 반복되었다.

(나의 생각)
made in Germany, made in U.S.A, made in Japan, made in Korea, made in China ......를 순서대로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1부 리그에서 2부 리그로 226

다른 국가들이 자신의 선도적인 제품들을 모방하는 대신에 자신이 해외에서 고안된 제품들을 모방하기 시작할 때 그 국가는 1부 리그에서 2부 리그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바로 1880-1890년대 영국의 자동차, 전기제품, 그리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화학제품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경제적 동맥경화증 232

쇠퇴가 일어난 이유는 성공적인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다양한 경직성과 습관들 때문이며, 이러한 경직성과 습관들은 새로운 인물들의 수혈이 없는 한 너무 높은 거래비용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는 이를 '경제적 동맥경화증'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신사와 선수 233

영국에서 기업가 정신의 실패에 대한 논문의 제목인 "신사와 선수(gentlemen vs players)"는 이따금 열리는 아마추어들과 프로페셔널 선수들 간의 크리켓 경기에서 따온 것인데, 양자 사이에는 사회적 격차가 크다. 신사들은 지방과 공무에서 지도력을 행사하지만, 2세대와 3세대에 이르면서 산업분야에서는 경영자들과 '가신들'이 현장에서 지도력을 인계받았다. 점차 유능한 부하들이 가족 기업의 최상층으로 승진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고위층으로 진급하려면 기업 설립자의 후손들과 같은 사회적 집단 출신이어야 했는데, 이들은 명문 퍼블릭 스쿨과 옥스퍼드 혹은 케임브리지 대학 졸업자들이었다. 이 상속자-소유자들은 투자 확대 혹은 새로운 계통의 연구를 위한 이윤의 재투자보다는 이익배당금을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고, 때로는 수탁유가증권에 투자하기 위해서 기업을 공개하는 데에 관심을 보였지만, 설립 초기와 같은 정력적인 경영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단기 투기꾼 한 명 238

의미심장한 것은 파운드의 가치가 19세기의 대달러 환율이었던 4.86 달러에서 순차적으로 평가절하되어 1.60 달러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인데, 더구나 이 시기에 달러 자체도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평가절하되었다는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달러의 평가절하 정도는 금을 기준으로 하느냐 (400달러에서 21.67달러) 혹은 일본 엔화를 기준으로 하느냐(제2차 세계대전 직후 360엔에서 1993년 110엔으로 하락했다가 1995년 초에는 90엔까지 떨어졌다) 다른 통화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달라진다. ......

1992년 가을 또 한 번 파운드 위기가 일어났는데, 이 당시 단기 투기꾼 한 명은 자신이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시인한다 - 혹은 자랑한다.

(나의 생각)
그로부터 5년 후인 1997년 겨울 또 한 번 단기 투기꾼이 조명을 받는다.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린 한국 경제를 떠맡게 된 대통령 당선자가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아무리 중차대한 위기에 내몰렸다손 치더라도 '단기 투기꾼 한 명'에게는 너무 과분한(혹은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요청했던 게 아니었나 싶다. 나는 아직도 조지 소로스가 단지 '단기 투기꾼 한 명'에 불과하다고 본다. 킨들버거의 이 책에서 조지 소로스 정도는 '한 줄로 간단히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표현이 통렬하게 느껴지는데, 단기 투기꾼 한 명에게는 참으로 걸맞는 수준의 대우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정책 239

영국의 정책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좋은 시절 혹은 나쁜 시절에 대해서 책임이 있건 없건 간에, 그러한 정책은 일반적으로 이념적이기보다는 실리적인 경향을 띠었다. 체크랜드는 영국정부의 정책이 19세기 중반에는 자유방임으로 기울어지고, 이후에는 덜 자유방임적이었으나, 실제로는 대체로 표류했다고, 즉 비체계적이고, 부주의하고, 즉흥적이고 단편적이고 불명확하고 지도원리를 결여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나의 생각)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21세기의 첫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한국의 경제상황의 좋고 나쁨에 대해서 책임이 있건 없건 간에, 대체적으로 실리적이기 보다는 이념적인 경향을 띠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체크랜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실제로는 대체로 표류했다고, 즉 비체계적이고, 부주의하고, 즉흥적이고 단편적이고 불명확하고 지도원리를 결여하고 있었다"고 말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아무 말썽도 안 일으키는' 할아버지 단계 240

····· 그러자 세 번째 친구가 "그는 아무 말썽도 안 일으키잖아"라고 덧붙였다. 영국은 할아버지 단계에 들어섰을런지도 모른다. 영국은 제국을 상실하고,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잃고, 유럽과의 관계에 대해서 불확실해하며, 유럽의 지도국은 분명 아니면서도 영광스러운 과거 때문에 단지 '여럿 가운데 하나'인 상태에 대해서는 어색해하고 있다. ····· 결론적으로, 영국이 세계경제의 선두에 이르렀다가 다음 단계에 쇠퇴한 것은, 대체로 강렬한 생명력이 점차 경직성과 변화에 대한 저항에 잠식당한다는 내재적인 경향을 쫓는, 국가 생명주기 개념에 잘 부합한다.


독특한 활력 270

자신의 삶을 재건하고자 열망하는 가난해진 중간계급 출신 숙련 인력의 유입은 독특한 활력을 제공했다. 게다가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그리고 후에는 유고슬라비아와 터키에서 약간의 숙련 노동자 그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숙련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몰려와 독일의 임금을 낮추었다. 그 결과 판매증가로 수익이 증가되고, 이것이 다시 투자 증가와 더 높은 생산성을 가져왔다. 이런 긍정적인 피드백 과정은 외국 노동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사회적 한계점에 이를 때까지 지속되었다.

(나의 생각)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우리나라의 '자신의 삶을 재건하고자 열망하는 가난해진 중간계급 출신 숙련 인력'도 독일로 꽤 많이 유입되었다.



재앙에 가까운 실수
272

1989년 장벽이 무너지고 동독이 서독에 합병되자, 동방정책이 압도적으로 최우선적인 것이 되었다. 이때 동독 마르크와 서독 마르크를 일대일의 비율로 교환한 것은 큰 실수였다. 이것은 정치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재앙에 가까운 실수로서 동독 노동자들의 실질 수입을 그들의 생산성에 비해서 훨씬 높게 만들었다.


금융에의 몰두(1) 279

1945년 혹은 1950년부터 대략 4반세기 동안 지속된 황금기는 미국의 경제적 우위가 전혀 도전받지 않았던 시기이기는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나라들의 따라잡기와 미국 내부의 쇠퇴 징후가 함께 나타난 때이기도 하다.

......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생산성의 둔화, 저축의 감소, 연방 예산과 국제 경상수지 계정의 쌍둥이 적자, 다니엘 벨이 '탈 산업국가'라고 일컬었던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전환, 그리고 특히 금융에의 몰두이다. 이것은 재화보다는 자산의 판매와 구매, 그리고 제조업에서 신상품과 신공정을 개발하는 대신에 새로운 금융 수단을 개발하거나 옛 것을 부활시키는 데에 전념하는 것이다.


금융에의 몰두(2) 284

1960년대 이후의 생산성 하락에 대한 설명들로는 부실 경영(종종 제도의 동맥경화증이 진행 중이라고 묘사되는)과 더불어 OPEC이 주도한 1973년과 1979년의 유가 상승과 같은 외부적 충격들, 또 기업들로 하여금 자신의 연구개발비를 줄이게 했던 1970년대의 폭발적인 인플레이션, 그리고 특히 장기보다는 단기에, 재화나 서비스 보다는 자산의 매매에 전념하는 금융에만 매달리는 미국의 태도도 포함한다.


금융에의 몰두(3) 285

저축이나 투자가 아니라 두 번째나 세 번째 주택 장만, 여행, 사치스러운 의류, 자동차, 보석류, 요트 등에 사용된 것이다. 저축의 일부는 인수합병 자금, 양도, 기업 양도에 따른 기업 유가증권의 재정 거래와 같은 '투자' 기회를 이용하기 위해서 유동성을 유지하는 형태로 보유되었다. 다시 말해서 생산을 위한 자본설비에 투자되기 보다는 자산 거래를 위해서 유동적으로 보유되었다는 것이다.


금융에의 몰두(4) 290

금융이 최악의 직종은 아니지만, 사회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과 기업가들이 은행가나 증권거래인들 만큼의 규모로 돈을 벌기란 어렵다. 애덤 스미스는 정상적이고 기초가 확립된, 그리고 잘 알려진 업종들을 투기와 대조하면서, 전자에서는 장기간의 근면, 검약, 주의의 결과가 아니라면 큰 돈을 벌기가 어려운 반면에 투기를 통해서는 종종 '떼 돈'을 벌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금융에의 몰두(5) 291

시기심과 경쟁심리가 만연한 세계에서, 유형의 물건을 생산하지 않고 종이 쪽지를 다룸으로써 금융전문가들이 부자가 되는 것을 지켜보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더 큰 보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나의 생각)
킨들버거의 지적은 신랄하다. 그렇다고 그의 표현대로 금융전문가들을 고작 '종이 쪽지나 다루는 하찮은 존재' 쯤으로 여기는 시각에 마냥 동조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유형의 물건을 생산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 킨들버거의 주장은 전적으로 옳다. 다만,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자본을 생산적이도록 만드는 '은행(더 넓게는 금융)의 현명한 활동들'이 필요하고 또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단기 소득 계산서 292

금융으로 몰려가고, 스포츠와 전문직에서 스타를 부각시키는 것은 결국 제조업에서 더 높은 봉급, 부수입, 스톡옵션과 같은 이익, 많은 퇴직금과 해고 위로금에 대한 압력을 가했다. 봉급이나 옵션이 기업의 주식에 달려 있는 한, 장기 성장이 아니라 단기 소득 계산서로 초점이 옮겨갈 수 밖에 없다. 조세제도는 자원배분을 왜곡시켰다. 왜냐하면 대체로 자본수익에는 소득보다 낮은 세율이 매겨지며, 많은 금융인들은 자본수익을 과세대상에서 아예 배제시키기 위하여 노력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
우리나라의 경우, 21세기에 접어들어서도 오랜 기간 동안 자본수익이 과세대상에서 '거의' 배제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자본수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경우 자본시장 특히 주식시장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자원배분을 왜곡'하게 되면서 결국 '국가 전체의 생명력과 활력'을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전술 293

소득과 부에 몰두함에 따라서 한편으로는 도박이, 다른 한편으로는 사기와 부정행위가 판치게 되었다. 브레너는 로토와 같이 당첨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도박은 그 속에서 유일한 기회를 발견하는 저소득층의 전술이라는 이론을 발전시켰다. 가난한 사람이라도 산술적으로는 중하층 또는 최하층으로부터 위쪽으로 한 번에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
강원랜드와 같은 도박장을 만들어 공공연히 카지노를 부추기고, 로또가 사회 전체에 만연하는 풍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아무튼 로또처럼 대박을 노리는 도박은 저소득층의 전술임이 분명하다. 주식시장에서도 '대박'을 노리는 개미투자자들이 많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 가운데 '십중팔구가 아니라 99.99퍼센트'가 '쪽박'을 찬다. 고소득층의 전술을 제대로 알고 그들의 행동을 따라 배울 필요가 있다.



미국은 쇠퇴 중인가? 303

나는 쇠퇴의 징후를 덧붙이고자 한다. 보호관세와 보조금에 대한 요구, 정부의 호의를 위해서 경쟁하는 이익집단들의 강력한 로비, 생산성 성장의 쇠퇴, 낮은 저축률과 높은 수준의 국가, 기업, 가계의 부채, 그리고 금융, 산업, 스포츠, 연예 부문의 스타들의 소득 증대와 하층의 실질소득 감소, 도박의 증가 그리고 비록 자료는 빈약하지만 사무직 범죄의 증가, 국제 연합의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부채 증가에서부터 걸프 전과 같이 미국이 주도하는 노력들에 대한 분담금 요구 증가 등 국제 경제 영역에서의 책임감의 약화, 그 외의 여러 가지 것들을 고려할 때, 나는 비관주의자들의 편에 서 있다.

(나의 생각)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는 주장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까지는 '여전히 너무 강하다.' 이 책이 나온 1996년 이후 아시아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의 미국의 역할과 위상은 놀라운 것이었다. 2008년의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미국의 선도적 지위가 크게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킨들버거의 '도박꾼이 아니라 가능성을 평가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나는 동맥경화와 쇠퇴 쪽으로 변화 방향이 잡힐 것으로 예측한다'는 견해에 동조하고 싶다.


염려하지 않는 태도(1) 318

일본 산업의 활력에 대해서 한 가지 더 지적할 사실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중반에 엔화가 평가절상되었으나 그에 대해서 '염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점이다. 일본의 견해는 엔화 상승이 일본 산업계에서 비용 합리화를 더 진척시키고 엔화 표시 가격 하락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염려하지 않는 태도(2) 342

한 나라가 교역조건-수입품과 수출품의 상대가격-에 몰두하는 것 자체가 쇠약의 표현으로서, 마치 한 개인이 쉬지 않고 자신의 체온, 맥박, 혈압을 재는 것과 같다.

(나의 생각)
언제나 일본의 무서움 혹은 저력을 생각할 때 이와 같은 '염려하지 않는 태도'가 떠오른다. 교역조건에 몰두하는 것 자체가 쇠약의 표현이라는 지적도 통렬한데다, 더 나아가 개인이 체온, 맥박, 혈압을 재는 것과 같다는 표현은 곧장 나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리기에 충분할 만큼 '자극적'이다.



일등 일본? 332

나의 직관은, 1950년부터 1985년 사이에 폭발했던 일본의 생명력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으며, 경제사상 유례가 없는 경제성장의 분출 궤적이 잠시 곰퍼츠 곡선을 벗어나서 도약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 속도를 줄여가면서 점차 익숙한 패턴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부패의 폭로로 인한 정치적 변화는 불확실성과 신뢰 상실을 암시하고 있으며, 종종 대외적 공격성 속에서 분출하곤 했던 예전의 복잡한 열등감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40세가 지나면...... 334

40세가 지나면 활기가 조금 덜어지기는 하지만, 육체와 정신의 힘은 여전히 활동적인 삶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탐욕, 분노, 고집, 야망 같은 젊은이의 충동은 중년이 되어서 모두 사라지지는 않으나,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중년의 삶은 점진적이거나 급격한 정체의 과정이 된다.

(나의 생각)
40세가 전환점?



젊은 시절 334

최소한 '젊은 시절'에는 각 국가는 마치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독특하다고 여긴다. 그 증거는 쉽게 수집할 수 있다.

젊은 국가 336

젊은 국가들은 독특하다고 느끼며 앞을 바라보는 것에 주목하라. 그들은 나중 단계에 이르면 자신의 예외주의에 대해서 확신이 줄어들고, 이전에 누렸던 한두 번의 황금시대를 향수 어린 눈으로 뒤돌아보는 경향이 있다.


금융의 주기 337

금융의 주기는 단기 혹은 때로 장기 자본대부를 통해서 교역과 산업을 촉진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자산거래, 그리고 생산보다는 부 자체에 대한 집착으로 이행한다. 상인과 산업가들은 '위험 감수자'를 졸업하여 금리 수취인 신분이 되고 활력은 침체된다. 수입 중 소비의 몫이 증가하고 저축은 감소한다. 다양한 이해집단들이 그들의 관심사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의사표출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과도하다 보면 효율적인 정부의 행위를 가로막게 될 것이다. 소득 재분배는 점점 뒤틀려서 빈익빈 부익부로 향한다. 부자들은 정치권력에 훨씬 더 많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국방비, 전쟁배상금, 기간시설, 기타 공공재와 같은 국가적 부담을-윤리적으로 생각해 볼 때-적절하게 나누어 맡아야 할 때 이에 대해서 저항하기 쉽다.

(나의 생각)
우리나라의 1970-1980년대의 고도성장기와 비교해 봤을 때, 2010년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가를 살펴보면 킨들버거의 지적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정치적 의사표출' 하나만 둘러 보더라도 (개인적으로는 나이를 먹을수록 정치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가는 중이어서 시끄러운 정치적 문제들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MB정부로만 한정하더라도 '쇠고기 수입문제', '4대강 개발', '천안함 사태' 등등에 대해서 얼마나 시끄러운가?



빈궁과 결핍 340

1620년대 영국의 과시소비에 대한 토머스 먼의 비난은 길게 인용할 만한 가치가 있을 만큼 충분히 생생한 그림을 그려 준다.

[영국은] 우리의 명예로운 관행과 연구를 떠나서 쾌락을 좇았고, 최근에는 담배와 차에 취해 있는데, 짐승처럼 연기를 빨며 건강을 마셔 버려서 죽음이 많은 이들과 대면하고 있다 ······ 이 모든 것의 총체는 이것이다. 담배와 차, 파티, 패션, 나태와 쾌락에 우리의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신의 법에 반대되고 다른 나라들의 관습과도 다른 것으로서 우리의 몸을 여자처럼, 우리의 지식을 얄팍하게, 우리의 재화를 빈약하게, 우리의 용기를 약하게, 우리의 상업이 운을 잃고 적에게 저주들 받도록 만들었다 ······

풍요와 힘이 한 나라를 사악하게 하고 시야를 좁게 하고, 빈궁과 결핍은 백성을 현명하고 근면하게 만든다 ······

(나의 생각)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자발적인 빈곤'이 떠오른다.

[사치품과 편의품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보다도 더 간소하고 결핍된 생활을 해왔다. 중국, 인도, 페르시아 및 그리스의 옛 철학자들은 외관상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가난했으나 내적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부유한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어쩌면 지금만큼이라도 아는 것이 대단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들보다 후대에 살았던 인류의 개혁자들과 은인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 '자발적인 빈곤'이라는 이름의 유리한 고지에 오르지 않고서는 인간 생활의 공정하고도 현명한 관찰자가 될 수 없다. 농업, 상업, 문학, 예술을 막론하고 불필요한 삶의 열매는 사치일 뿐이다.]


의지 343

목적에 대한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단에 대한 의지도 있어야 한다.


숙명 348

모든 조직체계는 엔트로피, 즉 경직성의 증가라는 숙명을 안고 있다.


FRB의 브레이크 356

1994년 봄이 되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인플레이션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고이자율이라는 브레이크를 사용하기 시작할 정도가 되었다.

(나의 생각)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미국 FRB의 '금리인상 혹은 금리인하' 조치가 전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바뀌어 왔지만, 1994년 봄만 하더라도 미국 FRB의 금리인상에 관한 뉴스가 국내 주요 경제신문에서조차 아주 짤막한 단신으로 보도되었을 만큼 소홀히 다루어졌던 기억이 새롭다.


염증 361

더 큰 국가들은 자기 갈 길을 아는 법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는 모든 방향을 향해 미사일을 준비하고 있으며(소련뿐 아니라 미국도 겨냥한다), 1965년에 달러를 금으로 바꿈으로써 미국을 응징하려고 했다. 지도급 국가들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기 몫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지만, 점차 그렇게 하는 데에 지쳐 간다. 특히 위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취한다는 비판을 받을 때, 국제통화의 공급을 위한 화폐주조권을 일방적으로 사용하고, 저축이나 기술, 기타 가치 있는 것들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민간투자를 독점한다고 비난받을 때 더욱 염증을 느낀다.


누가 알겠는가? 362

혼란을 예고한다. 많은 문제들이 한 번에 하나씩 처리될 것이고, 다른 문제들은 지속되어서 국제 정치 및 경제 관계에 머무르며 조금씩 독을 퍼뜨리는 갈등들을 만들 것이다. 어떤 협정들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불일치들이 점차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사라질 것이다. 지역주의, 열강 사이의 협력, 지속적인 낮은 수준의 갈등들이 모두 약간씩 존재할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혼란이 예고된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혼란 속에서 한 나라가 나타나서 세계 선두의 경제 강대국이 될 것이다. 다시 미국이? 일본? 독일? 유럽 공동체 전체? 오스트레일리아나 브라질이나 중국 같은 다크호스가? 누가 알겠는가? 나는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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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24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흥미로운 책이네요.
그리고 오렌님께서 읽기 편하게 리뷰를 작성해주셔서, 어떤 책인지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저도 한번 읽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추석 잘 지내셨죠?

oren 2010-09-24 13:28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비해서는 훨씬 더 어려운 책일듯 싶습니다만,
마고님을 비롯하여 책 읽기에 능숙하신 분들은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아는 모대학 경영학과 교수님도 이 책을 붙잡았다가 너무 어려워서 중도포기했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그 분은 워낙 다독하시는 분이라 이 책과 씨름하는 시간이면 다른 더 좋은 책들을 훨씬 더 많이 읽을 수 있으리라 판단하셨을듯 싶더군요.)

양철나무꾼 2010-09-25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어가 잡히기도 전에 청어를 판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제겐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는 부분이 이쪽입니다.
책만 펼쳐들어도 멀미날 것 같고 말이죠.
근데,님의 페이퍼를 읽을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행운인 것 같아...마냥 우쭐합니다.

보름달 보고 소원은 비셨나요?

oren 2010-09-26 00:15   좋아요 0 | URL
청어 뿐 아니라 웬만한 것들은 거의 다 '바람거래'가 이뤄집니다.
원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해서 아래와 같은 품목들이 매일같이 엄청난 규모로 '바람거래'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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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은, 팔라듐, 백금, 납, 동, 알루미늄, 니켈, 주석, 아연.
밀, 목재, 살아있는 소, 사육 소, 마른 돼지, 돼지옆구리살, 오렌지쥬스,
귀리, 옥수수, 대두 가루, 콩기름, 대두, 밀, 코코아, 커피, 면, 설탕. 기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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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봤던 보름달은 너무 환해서 아무런 딴 생각이 안들더군요.
(금 관련 주식에 투자해 놨으니 금값 올려달라고 비는 사람도 있다고는 하더군요)